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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주, 왜 마이너리그로 내려갔을까

leekejh 2014. 3. 16. 00:38

 

                  이학주, 왜 마이너리그로 내려갔을까

 

 

                                                                                                    스포츠한국| 2014. 03. 15

 

 

4할 타율에 육박(0.385)하던 이학주가 결국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이로써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그 유격수를 기대했던 이학주는 사실상 개막전 로스터 진입에 실패했다. 스프링캠프에서의 맹활약에도 무슨 이유로 이학주는 마이너리그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을까?

탬파베이 레이스는 14일(한국시간) "이학주를 비롯해 내야수 빈스 벨노미, 케빈 키어마이어 등을 마이너리그 캠프로 내려 보낸다"고 발표했다. 탬파베이는 리그 개막에 맞춰 50여명의 선수단을 절반 규모로 줄이고 있다. 이학주는 꾸준히 경기에 나섰지만 끝내 25인 로스터 진입에는 실패했다.

 

 

 

↑ 템파베이의 미래 이학주. ⓒAFPBBNews = News1

 

 

↑ 퓨처스게임에 출전했던 이학주의 수비 모습. ⓒAFPBBNews = News1

 

 

↑ '헬보이' 제레미 헬릭슨. ⓒAFPBBNews = News1

 

 

충암고를 졸업한 이학주는 2009년 시카고 컵스와 계약하며 미국 무대에 첫발을 디뎠다. 2011년 탬파베이와 시카고 컵스 간에 이뤄진 일명 '맷 가르자' 트레이드의 주요 선수로 템파베이로 이적한 이학주는 지난 시즌 트리플A에서 15경기 동안 타율 4할2푼2리 1홈런 도루 6개의 맹타를 휘둘러 빅리그 승격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주자와 충돌하며 무릎십자인대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학주는 이미 2011년 플로리다스테이트리그 감독들이 뽑은 `최고의 정확성, 가장 빠른 주자, 최고의 유격수 수비, 가장 익사이팅한 선수'였다. 그만큼 예전부터 마이너리그 최고의 유망주이면서 수비만큼은 이미 메이저리그 급으로 평가받던 선수다. 2012년 스프링캠프 때 탬파베이의 조 매든 감독은 이학주에 대해 "이학주는 간단히 공을 잡아 1루로 던진다. 크게 화려하진 않지만 그런 플레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내야수 스타일이다"며 그의 수비를 극찬한 바 있다.

타격이 문제였지만 이마저도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9경기 13타수 5안타, 3할8푼5리의 맹타를 휘두르며 메이저리그 승격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올 시즌 개막전 로스터 진입에 실패하며 메이저리그 승격 기회를 조금 더 미뤄야했다.

수비면 수비, 주루면 주루까지 뛰어나고, 타격까지 터진 이학주는 대체 왜 메이저리그에 올라가지 못하는 걸까? 이같은 의문은 탬파베이의 유망주 정책을 살펴보면 쉽게 수긍할 수 있다.

탬파베이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돈이 없기로 유명한 구단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거액의 FA선수를 영입하기는커녕, 자신들이 키워놓은 재목들도 장기계약으로 잡아두기 힘들다. 결국 밑천이라고는 유망주가 전부인 셈이다. 그렇기에 유망주를 키우는데 최대한 공을 들인다.

현재 팀의 투타 에이스인 데이빗 프라이스나 에반 롱고리아처럼 초특급 유망주는 2년도 채 안된 상태에서 메이저리그로 승격시킨 사례가 있지만 탬파베이는 대부분의 유망주를 오랫동안 마이너리그에서 `숙성'을 시킨다. 성급하게 올리기보다 최대한 확신이 들 때까지 마이너리그에서 단련을 시켜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제레미 헬릭슨의 경우는 가혹하리만큼 마이너리그에서 '눈물젖은 빵'을 먹었다. 2004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에서 미국대표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헬릭슨 2005년 드래프트로 탬파베이 입단 후 무려 6년의 시간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냈다. 물론 6년은 일반적인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교육기간일지 모른다. 하지만 헬릭슨은 '초특급'은 아니더라도 '뛰어난 유망주'는 되는 선수였기 때문에 6년의 기간은 너무 길다는 지적을 받는 게 당연했다.

헬릭슨이 2009년 더블A 11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38, 트리플A 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51의 기록은 이미 메이저리그로 승격이 돼도 무난한 수준이었지만 탬파베이는 꾹 참았다. 그리고 2010년 탬파베이는 헬릭슨을 다시 한 번 트리플A에서 숙성시키면서 열받은 헬릭슨은 마이너리그를 정복했다(21경기 12승 3패 평균자책점 2.45). 그 해 베이스볼 아메리카가 뽑은 '올해의 마이너리거'가 된 헬릭슨은 시즌 막판 4경기 불펜의 기회를 가진 것이 전부였다.

물론 이후 헬릭슨은 메이저리그에 올라오면서 탬파베이 선발의 한축을 담당하는 선수가 됐지만 최대한 마이너리그에서 숙성을 시키는 탬파베이 구단의 유망주 정책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로 남아있다.

이러한 정책은 2012년 '올해의 마이너리거'였던 윌 마이어스를 지난 시즌 64게임이나 트리플A에서 뛰게 한 것이나 2011년 메이저리그에서 선발 9경기에 평균자책점 3.42를 기록했던 알렉스 콥을 자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2012년, 트리플A에서 다시 8경기 묵혀둔 일 등 많은 사례로 알 수 있다.

아마 위에 언급한 선수들은 물론이거니와 이학주 역시 타 팀의 유망주였다면 이미 메이저리그 기회를 얻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탬파베이의 답답하지만 확실한 고집 있는 유망주 정책에 조금 더 마이너리그에서 교육을 받고 자신에게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아쉬울 수 있지만 긍정적인 것은 탬파베이가 이런 과정을 거쳐 승격시킨 유망주는 실패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탬파베이의 엄격한 유망주 정책을 뚫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메이저리그에서는 뛰어난 선수가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과 다름없다. 이학주 역시 같은 사례로 남는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아이닷컴 이재호 기자 jay1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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