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볼판정, 추신수 선구안 흔드나
OSEN 2014. 05. 16
프로야구 선수들은 모든 조건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장비들이 하나라도 사라지거나 제자리에 있지 않으면 불길한 조짐을 느끼는 선수들도 많다. 하물며 타자들에게 가장 민감한 스트라이크-볼 판정이 일관되지 않다면 리듬이 깨질 수밖에 없다. 추신수(32, 텍사스)의 최근 선구안이 흔들리는 이유를 이런 면에서 찾는 이유다.
추신수는 이적 첫 해인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내며 '모범 FA'의 답안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아드리안 벨트레, 프린스 필더 등 중심타자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고 있는 텍사스에서 추신수의 존재감은 단연 돋보인다. 16일 현재 타율 3할1푼5리, 4홈런, 11타점, 출루율 4할4푼4리, 장타율 4할8푼4리의 활약이다. 출루율은 아메리칸리그 1위, MLB 전체 2위에 해당된다.
그런데 5월 중순이 주춤하다. 추신수는 최근 7경기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최근 7경기에서 타율 1할7푼9리, 1홈런, 1타점에 그치고 있다. 출루율은 2할8푼1리, 장타율은 3할2푼1리다. 시즌 성적과 비교하면 하락폭이 가파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볼넷/삼진 비율이 떨어졌다. 최근 7경기에서 추신수는 14개의 삼진을 당한 반면 2개의 볼넷을 얻는 데 그쳤다.
몸에는 이상이 없다. 발목 부상에서 돌아온 이후 모든 우려를 날리며 맹활약을 펼쳤던 추신수다. 단순한 미니 슬럼프라고 볼 수도 있지만 볼넷/삼진 비율의 폭락은 지나치다는 평가다. 결국 최근 주심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추신수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심판의 판정이 추신수의 선구안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프로야구 선수는 "심판 판정에는 되도록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이 좋다. 괜히 짜증을 내봐야 이미 결정된 사항이기 때문에 되돌릴 수도 없다"라면서도 "스트라이크-볼 판정은 머릿속에 많이 남는다. 일단 치거나 볼넷을 골라야 나갈 수 있는데 어떤 공을 쳐야할지 혼란이 오기 때문이다. 이를 잘 이용하는 투수들도 있다"라고 귀띔했다.
주심마다 스트라이크존은 다 다르다. 선수들도 이를 인정한다. 하지만 명백히 스트라이크존의 기준이라는 것은 있다. 홈플레이트를 지나 들어와야 하고 타자의 무릎 아랫부분 사이와 벨트선/어깨 사이의 중간점 안으로 형성되어야 한다. 타자들은 수많은 훈련과 실전 경험을 통해 이런 대략적인 스트라이크존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그런데 그런 스트라이크존이 흔들리거나 평소 자신의 생각과 다를 경우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불안감에 스윙에도 자신감이 없어진다.
< 지난 5월 11일 보스턴전에서 래키의 5,6구 볼 판정. 추신수는 5구째 공을 볼이라고 확신했으나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고 결국 똑같은 곳으로 들어온 6구째 공에 체크스윙하며 삼진을 당했다 >
최근 추신수의 적극적인 어필도 이를 강하게 느끼고 있음을 시사한다. 추신수는 < 연합뉴스 > 와의 인터뷰에서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불만을 처음으로 제기했고 지난 15일 휴스턴전에서는 1회 루킹삼진을 당한 뒤 심판에게 직접적인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추신수가 가만히 서서 지켜본 7구째 커터는 스트라이크존보다 몸쪽으로 붙었다(첫 번째 게임데이 캡처 참고). 투구추적시스템 상에서도 약간 빠진 것으로 나오고 포수의 미트질도 한 몫을 했다. 여기에 추신수는 타석에 좀 더 바짝 붙는 스타일로 체감적인 볼의 느낌은 더 컸다.
4구째 커터가 바깥쪽에 꽉 차게 들어왔음을 고려하면 추신수는 이날 주심에 맞는 가상의 스트라이크존을 설정하고 "이 정도면 볼이다"라고 생각했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날 주심의 스트라이크존은 바깥쪽, 몸쪽, 그리고 위아래로 모두 후했다. 보통 바깥쪽에 후하면 몸쪽은 상대적으로 박해지기 마련이다. 스트라이크존의 범위라는 것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한 번 자신이 설정한 스트라이크존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슬럼프가 꽤 길게 갈 수도 있다. 1~2경기 주심의 성향이면 모를까, 최근 주심들이 추신수의 타석 때 대개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보는 경향이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베테랑들이나 스타들의 스트라이크존을 좀 더 타이트하게 보는 암묵적인 MLB 정서와도 반대다. 그런 측면에서 추신수의 과감한 항의는 전략적 가치가 있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어쨌든 추신수로서는 심신을 가다듬고 다시 집중력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OSEN=김태우 기자] skullboy@osen.co.kr
< 사진 > 미닛메이드파크(휴스턴) = 백승철 기자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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