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카르텔, '원더스 비극' 불렀다
OSEN 2014. 09. 12
한국프로야구의 새 장을 열 수 있었던 참신한 시도는 결국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향후 비슷한 시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큰 가운데
결국 뿌리 깊은 한국프로야구의 구단 이기주의 및 무관심이
새 가능성의 출현을 막았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 최초의 독립야구 구단으로 관심을 모았던 고양 원더스(이하 원더스)는 11일
선수단 미팅을 통해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 해체 결정을 알렸다.
이로써 지난 2011년 9월 한국야구위원회(KBO), 그리고 고양시와 창단 협약식을 시작으로
의미 있는 발걸음을 시작했던 원더스는 창단 3시즌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원더스는 지금껏 한국프로야구에서 시도한 적이 없었던 일을 과감하게 추진한 사례였다.
야구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허민 구단주는 사실상 돈이 되지 않는 원더스를 창단했다.
들어올 돈이 없었기에 대규모의 사비가 매년 지출될 것이 뻔한 구조였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스케일도 예상보다는 컸다.
프로무대에서 명장 칭호를 들은 김성근 감독을 초대 사령탑으로 영입하며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독립구단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을 법한 외국인 선수까지 들여오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사실상 프로무대에서 설 곳이 없었지만 야구에 대한 목마름으로 뭉친 선수들이 원더스의 깃발 아래 모였다.
김성근 감독의 맹조련,
그리고 " 반드시 성공하겠다." 라고 마음을 굳게 먹은 선수들의 노력 속에 가시적인 성과도 나왔다.
2012년 7월 이희성이 LG에 입단한 것을 시작,
올해 7월 kt에 입단한 김진곤까지 총 22명의 선수가 프로에 입단했다.
물론 1군 무대에서 뛰어난 성적을 낸 선수는 없지만
'패자부활전'의 모습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원더스는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야구계에서는 재정적인 부담을 1차적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원더스는 독립구단치고는 적지 않은 예산을 썼다.
외국인 선수 영입 등으로 구단 몸집이 커진 이후에는 연간 40억 원에 가까운 금액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들어오는 수익은 미비했다.
허 구단주의 사비로 운영됐는데 3년이 누적됐고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더 이상의 지출은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한 관계자는
" 금전적인 부분도 힘들었겠지만
팀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사업을 일찍 접게 된 직접적인 이유 중 하나." 라고 말했다.
당초 원더스는 퓨처스리그 진입 등 활발한 활동을 통해 비전을 제시한다는 계획이었으나
기존 구단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더스를 적극 지원하는 방안에는 미지근한 반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갈수록 '무관심'쪽에 가까웠다는 것이 공통된 증언이다.
이처럼 이사회의 움직임이 없는 상황에서 KBO가 독자적으로 원더스를 지원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이 관계자는
" 만약 원더스가 기존 구단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다면
원더스 내부에서도 여론상 최대한 버텨보자는 기류가 형성됐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됐다면 오히려 원더스가 무책임하게 사업을 접었다는 여론이 일어날 수도 있었을 거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라고 아쉬워했다.
물론 기존 구단들이 원더스의 운영까지 책임져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원더스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을 스카우트해 영입한 팀들도 있다.
필요한 것만 취하고 등을 돌렸다는 비난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원더스의 창단,
그리고 의외로 높은 야구팬들의 관심에 고무된 몇몇 지자체는
원더스와 비슷한 독립야구단 창단을 검토하고 있었다.
원더스만큼 많은 예산을 들이지는 못하지만
지역별로 독자적인 리그를 만들어 지역 사회의 체육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당장 kt를 유치한 수원시와 경기도도 유치 당시 이런 계획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원더스의 좌초로 이런 계획 또한 원점에서 재검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독립야구단의 창단과 리그의 활성화,
그로 인한 야구 인프라의 확충,
그리고 야구 저변의 확대라는 궁극적 열매로 이르는 청사진이 한꺼번에 흐트러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프로야구단 운영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으로는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향후 생길 수 있는 독립야구단 운영 방안을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야구계 내부에서 높아지고 있다.
[OSEN=김태우 기자]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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