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 포 츠/MLB (메이저리그)

추락사한 소방관 아들의 ‘감동 시구’

leekejh 2011. 10. 4. 22:17

 

          [천일평의 아이&메모]

                    추락사한 소방관 아들의 ‘감동 시구’

 

                                                                                                        OSEN | 2011. 10. 04

      

 

미국 텍사스 주 알링턴의 텍사스 레인저스 구장에서

지난 10월 1일(한국 시간) 열린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디비전 시리즈1차전.

경기 시작을 앞두고 텍사스의 좌익수 조시 해밀턴이 포수로 나서고

마운드에는 6살짜리 쿠퍼 스톤 군이 왼팔로 힘차게 던졌습니다.


 

 

 

스톤 군은 석 달 전인 7월 8일 소방관인 아버지 새넌 스톤 씨와 함께 레인저스 구장을 찾았습니다.

태어나서 야구장에 처음 가보는 아들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하고 싶었던 아버지는

스포츠용품점에 들러 쿠퍼에게 새 글러브를 사주고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 조시 해밀턴의 유니폼을 입혔습니다.


" 오늘 아빠랑 꼭 홈런볼을 잡자." 고 약속하면서 부자는

알링턴 구장의 좌익수 쪽 외야석 맨 앞자리에 앉았습니다.

쿠퍼의 영웅이며 지난 해 아메리칸리그 MVP인 외야수 해밀턴 선수를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스톤은 해밀턴 선수가 가까이 오자

" 파울볼 좀 던져달라." 고 소리쳤고

이 말을 들은 해밀턴도 관중석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2회 말 레인저스 수비 때 파울볼을 잡은 해밀턴은 약속대로 스톤 부자를 향해 공을 던졌습니다.

새넌이 공을 잡으려고 84㎝ 높이의 난간 너머로 몸을 구부리는 순간 균형을 잃었습니다.

옆자리 관중이 놀라 손을 뻗었지만 새넌은 난간 너머 약 7m 아래 콘크리트 바닥에 추락했습니다.

놀란 스톤 군이 비명을 지르며 " 아빠! " 하고 소리쳤습니다.

안전요원들이 황급히 스톤을 병원으로 후송했으나

새넌은 병원으로 가는 앰뷸런스 안에서 뇌진탕으로 사망했습니다.

석 달 만에 레인저스 구장을 다시 찾은 쿠퍼 스톤은

어머니 제니와 놀런 라이언 텍사스 구단 사장과 그라운드로 걸어나와

가장 좋아하는 선수인 해밀턴에게 공을 던진 것입니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5만여 팬의 눈에는 이슬이 맺혔고

해밀턴은 쿠퍼 스톤을 꼭 껴안으며

" 오늘 이 자리에 선 이유를 나중에 꼭 알려주기를 바란다." 고 쿠퍼의 어머니 제니에게 부탁했습니다.

공을 던져 준 해밀턴은 사고 충격으로 나흘 간 경기에 결장했습니다.

해밀턴은

" 놀라서 아빠를 부르던 쿠퍼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스톤 가족을 위해 기도하는 일밖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고 말하고

부인에게

" 어떻게 도울 수 있습니까? " 라면서 연락을 취했습니다.

해밀턴은 한때 마약중독을 이겨내고 재기에 성공한 정상급 선수입니다.

지난 1999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탬파베이 레이스에 입단했습니다.

그러나 입단 후 얼마 안돼 교통사고로 큰 부상을 당한 그는 절망에 빠졌고 마약과 술에 중독됐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선 해밀턴의 영구 제명까지 거론됐으며

폐인이 되어버린 해밀턴은 수차례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다 2005년 가족과 신앙의 힘으로 마약과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 다시 야구에 매달렸습니다.

신시내티 레즈를 거쳐 텍사스로 옮긴 해밀턴은 2008년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지난해 다시 심각한 갈비뼈 부상과 허리통증에 시달리며 주춤했지만

재활훈련으로 이겨낸 해밀턴은

텍사스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물론이고 뉴욕 양키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에서 홈런 4개를 터뜨리며

구단 역사상 첫 월드시리즈 진출을 이끌어냈습니다.

레인저스 구단은 경기장에 조기를 내걸고 유니폼에 검은 리본을 달았습니다.

유가족에게 위로금을 전달하고 부인과 의논했습니다.

구단은 그를 기려 내년 시즌에 앞서 그와 그의 아들의 동상을 알링턴 홈구장 앞에 세울 계획입니다.

텍사스는 동상 제목을 '레인저스 팬' 이라고 붙였으며

동상을 세우는 이유는 가족과 가족 사랑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 위해서라고 밝혔습니다.

새넌 스톤이 19년간 근무해온 브라운우드 소방서 앞에는

소식을 듣고 각지에서 보내온 꽃과 조문 편지가 쌓였습니다.

스톤은 올해의 소방수로 두번이나 선정된 우수 소방관이었고

또한 텍사스 모터 스피드 웨이에서 응급 구조 기술자로 근무하고 있으며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아이크뿐만 아니라 산불과 재난 구호에 참여했습니다.

브라운우드의 시민들은 장례식날 이날 애도의 뜻으로 종일 자동차 전조등을 켰습니다.

한 케이블 방송사는

유족들을 위해 자선 경매를 실시, 15만 달러가 넘는 수익금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스톤 군이 시구한 날 레인저스 장내 아나운서는

" 우리 삶이 얼마나 덧없고 연약한 것인지 깨닫게 해주는 사건." 이라며

" 가장을 허무하게 잃은 부인과 아들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고 애도했습니다.

 

< usa데이 > 는

" 아들과 함께 야구장에 가는 것은 평범한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갖는 꿈." 이라며

" 이 사건은 교훈조차 얻을 수 없는 비극." 이라고 전했습니다.

우리나라 야구장 환경도 이와 비슷한 추락사가 일어날 소지가 다분합니다.

20년 전 태평양 돌핀스가 인천구장에서 경기를 하던 날

구름같이 몰린 입장객 사이를 뚫고 정문을 넘으려던 한 관객이

떨어져 사지마비를 당해 평생 중증장애인이 됐는데

1년간 치료비만 받고 끝난 우리나라 실정을 기억하는 저에게는

이번 텍사스 구장의 추락사 사건은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
< usa데이 > < mlb중계=""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