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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자의 KS 전망]이상한 대진으로 삼성 절대 유리

leekejh 2011. 10. 25. 14:14

[민기자의 KS 전망]이상한 대진으로 삼성 절대 유리

[야후!스포츠] 2011년 10월 25일(화) 오전 09:26
야구는 꼭 전력이 우세한 팀이 승리하는 스포츠는 아닙니다.
야구가 어떤 스포츠보다 가장 이변이 잦은 이유는 아마도 변수가 너무도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공 하나에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도 열손에 다 꼽을 수 없게 많지만, 역할이 대단히 중요한 선수마다 매 경기 어떤 모습을 보일지 예측 불허이기 때문입니다. 어제 홈런 3개를 친 타자가 오늘 4타수 무안타에 그치고, 5일전에 2이닝도 못 버틴 선발이 6일 만에 완봉승을 거두기도 합니다.
그래서 점수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다른 스포츠와는 많이 차이가 납니다. 때로는 축구처럼 1-0 경기도 나오지만 때로는 미식축구 점수인 14-7도 나오고, 또 때론 일방적인 핸드볼 경기인가 싶은 27-5(97년 5월 4일 삼성-LG전) 이런 점수도 나옵니다.

그래서 야구는 예측을 불허하는 드라마로 팬을 웃기고 울립니다.
소위 전문가라는 이들도 야구 앞에선 번번이 좌절을 맛보기 때문에 예상이 빗나갈 때면 비전문가들은 내심 통쾌한 웃음을 감추지 못하기도 합니다. 객관적인 기록과 역대 성적과 각종 통계에다 현재 선수와 팀의 컨디션 등을 종합해 예상을 내놓으면 엉뚱한 선수가 홈런을 터뜨리며 대형 사고를 치거나, 느닷없이 손끝에 감각이 살아난 비주전 투수의 역투로 약팀이 승리하기도 합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자주 볼 수도 있는 장면입니다.)

끈질긴 SK 와이번스는 준PO와 PO를 거쳐 KS까지 진출했습니다.
역대 최초로 5년 연속 KS 진출이라는 대단한 기록을 세우면서 ‘과연 강하다!’라는 찬사를 받으며 결승전 앞에 섰습니다.
야구에서 강한 팀이 꼭 승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SK도 입증했습니다. 적어도 minkiza.com의 견해로는 SK가 KIA보다 강해서 준PO를 승리했지만, 롯데는 SK보다 강했는데 PO에서 패했습니다. 롯데로선 1차전의 아쉬움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역시 와이번스는 이변을 엮어냈습니다.

이번 한국시리즈(이하 KS)도 예상은 삼성 라이온스의 우세 쪽으로 많이 기웁니다.
그런데 열세를 점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양 팀의 전력 비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피로도에 있다는 것은 조금 아쉽습니다. 우리 프로야구의 포스트시즌(PS) 제도가 다소 기형적인데서 나오는 불공정한 대진 때문에 그렇습니다.

정규 시즌에 1위를 한 팀은 3주가량 쉬면서 느긋하게 지친 체력을 회복하고 컨디션을 최고조로 끌어 올리며 또한, 상대 팀의 경기를 보면서 전력을 파악하고 기다립니다. 틈틈이 청백전을 통해 감각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아무래도 실전 감각이 조금 떨어진다는 면은 있겠지만, 몇 십 년을 야구만 해온 프로들이 20일 정도 쉬었다고, 그것도 아예 손을 놓은 것이 아니고 계속 훈련과 연습 경기를 치렀는데 과연 어느 정도나 지장을 받을까요? 한 경기? 아님 한 타석?

■불공정한 대진, 변화는 어떨지
정규 시즌 우승팀에게 보다 많은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현 규정을 보면 정규시즌 우승팀이 PS 배당금의 20%를 우선적으로 가져갑니다. 그 후 남은 80%를 PS 순위 1~4위 팀이 각각 50%, 25%, 15%, 10%씩 가져갑니다.
이 규정도 순위에 따른 배정이니까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그 순위를 정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도가 지나칠 정도로 정규 시즌 1위 팀에 중복 특혜가 간다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예를 들면 정규 시즌 1위 팀은 PS에서 딱 4경기 싸우고 PS 배당금의 60%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작년 SK 와이번스가 삼성 라이온스를 4연파하며 약 23억 원의 배당금을 가져갔습니다. 2위 삼성은 7억7000만원, 두산은 4억6000만원, 롯데는 3억1000만원을 가져갔습니다.
차이가 나는 것은 순위가 있으니 그럴 수 있지만,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대진으로 싸워 이긴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아쉽습니다. 정규 시즌 1위를 한 혜택은 한 번으로 족하지 않을까요. 현 제도는 두 번, 세 번 혜택을 받도록 돼 있습니다.

규정을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요?
정규 시즌 1위 팀에게 PS 배당금의 30~40%를 우선적으로 지급합니다. 그리고 나서는 4강에 나서는 팀은 1-4위와 2-3위끼리 7전 4선승제로 대결하고, 그 승자가 KS에서 만나 다시 7전4선승제로 왕중왕을 가리는 것입니다.
정규 시즌 우승팀에 대한 대우를 해주되 PS에서는 모든 팀이 똑같은 조건으로 싸움을 시작해 동등한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휴식으로 인한 유리함이나 계속된 경기로 인한 불리함 없이 PS라는 새로운 시즌을 시작하는 겁니다. 1위에게는 포상금을 두둑이 주고, PS에서는 4팀이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치는 겁니다.

단일리그가 시작된 1989년부터 2010년까지 20번(1999~2000년 양대리그 제외)의 한국시리즈에서 정규리그 1위 팀이 우승을 차지한 경우는 총 17번이었습니다. 무려 85%의 확률입니다.
이거야말로 오로지 1등만 대접받는 사회 현상의 전형이 아닐까 싶습니다. 야구의 가장 큰 묘미인 ‘예측 불허’가 거의 성립되지 않는 85%의 확실성을 가지고 가장 큰 잔치인 한국시리즈를 시작하는 셈입니다.
이런 제도상의 이유로 이번에도 삼성 라이온스가 훨씬 유리합니다.


(대단히 중요한 1차전 고효준 선발 카드의 성패가 이번 시리즈에 끼칠 영향은 지대해 보입니다.)

■정규 시즌 상대 성적 비교
사실 똑같은 조건에서 붙어도 라이온스가 객관적으로 조금 더 강한 전력을 보유했습니다. 정규 시즌에 라이온스는 79승을 거뒀고 와이번스는 71승을 거둬 각각 1위와 3위에 올랐습니다. 정면 대결에서는 10승8패1무로 라이온스가 조금 앞섰습니다.

상대 성적을 조금 더 살펴보면 라이온스는 와이번스와 만난 19경기에서 팀타율 2할3푼4리로 조금 저조했고 홈런 10개를 때렸습니다. 75득점까지 모두 상대 성적이 7팀 중에 가장 저조했을 정도로 SK는 껄끄러운 상대였습니다. 도루 역시 9개 성공에 6개 실패로 유일하게 10개를 넘기지 못하고 성공률이 가장 떨어지는 상대였습니다. 삼진도 가장 많은 172개를 당했습니다. (두 번째는 두산에게 135개) 병살은 14개, 실책은 13개였습니다.

반면 와이번스의 타선을 보면 라이온스를 상대로 2할6푼2리로 다른 팀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유독 KIA에게만 2할2푼8리로 약했는데 준PO에서 완승했습니다.) 홈런도 17개로 꽤 많이 쳤는데 득점이 단 65점에 불과합니다. 삼진은 125개를 당했는데 병살이 16개로 많은 편이었고 실책이 14개로 7개 상대 팀 중에 가장 많았습니다. 도루는 12개에 실패가 9개로 성공률이 안 좋았습니다.

라이온스가 더 나은 성적을 거둔 이유는 투수력입니다.
삼성 투수진은 SK를 상대로 3.0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히어로스와 베어스에 이어 3번째로 좋았습니다. 65실점에 58자책점만 내줬습니다. 174이닝에서 170안타로 이닝보다 적은 안타를 내준 3팀 중의 하나입니다. 완봉승이 2번 있었고 불펜은 6세이브 7홀드를 기록했습니다.

SK 투수진도 비교적 선전했습니다.
삼성 상대 평균자책점이 3.59였는데 롯데, 한화 다음으로 많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78실점에 69자책점을 내줬고 173이닝에서 150안타로 짠물이었습니다. (SK 투수진은 모든 팀에게 이닝보다 적은 안타만 내줬습니다.) 완봉승이 2번 있었고 불펜은 3세이브 8홀드를 기록했습니다.

삼성 타자의 개인 성적을 보면 김상수, 배영섭의 테이블세터와 4번 타자 최형우가 SK에 상당히 강했습니다. 김상수가 18경기를 뛰며 3할2푼3리에 8득점 2도루했습니다. 중상을 회복해 극적으로 KS 로스터에 포함된 배영섭은 13경기에서 3할4푼1리에 8득점 3도루의 활약이었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SK 킬러는 최형우였습니다. 19경기 모두 뛰며 3할3푼8리에 4홈런, 20타점, 14득점으로 모두 팀 내 최다였습니다. 박석민도 1홈런, 14타점, 10득점으로 비교적 좋았습니다. 반면 박한이, 진갑용, 조동찬, 채태인 등은 모두 SK전 1할대 타율로 부진했습니다.

삼성 투수 중에는 역시 불펜이 강했습니다.
권오준이 4경기 무실점, 권혁이 7경기 1승1홀드에 2.70, 안지만이 6경기 2승2패2홀드에 0.90, 그리고 오승환이 6경기 6이닝 무실점에 6세이브를 기록했습니다. 정인욱도 8경기를 0.90으로 막았고 정현욱은 10경기 1패4홀드 2.08이었습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삼성 불펜이라 더욱 강한 모습을 과시할 수 있습니다.
반면 선발진은 1차전 선발 매티스가 1경기 7이닝 무실점 승리가 있고 저마노가 2경기 1승에 1.50으로 좋았는데 맹신하기에는 표본이 너무 작습니다. 2차전 선발 장원삼은 4경기 1승2패에 4.66이었고 초반 불펜 대기할 차우찬이 4경기 1승1패 2.39로 좋았습니다. 배영수가 1승1패 5.82, 윤성환은 2승에 5.09를 기록했습니다.

SK 타선으로 가보면 박정권을 가장 먼저 살피게 되는데 18경기에서 2할8푼6리에 2홈런, 4타점, 5득점으로 시원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박정권은 PO에서 만난 롯데와도 정규 시즌 2홈런 4타점에 그쳤다가 MVP 활약을 펼쳤기 때문에 정규 시즌 기록은 그저 참고용에 불과함을 입증하기도 했습니다.
정근우가 17경기에서 2할8푼8리에 3홈런이나 때렸고 8타점, 16득점에 4도루로 역시 내용이 탄탄했습니다. 박재상은 11경기에서 2할7푼에 도루 없이 2득점에 그쳤습니다. 그 외에 박진만(.260-2홈런-6타점), 안치용(.242-0-2), 이호준(.263-3-9), 최동수(.276-0-3) 등은 중간 정도의 성적이었고 임훈이 15경기에서 3할2푼5리로 삼성에 강한 모습이었습니다. 삼성 타선이 타자간 고저가 분명한 반면에 SK 타자는 비교적 꾸준한 모습이었습니다.

SK도 불펜이 강한 모습이었습니다.
이번 시리즈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할 박희수가 4경기에서 1.2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엄정욱이 5경기 1패 2세이브에 1.26으로 좋았습니다. 이승호는 7경기 2승1패 2.03이었고, 이영욱도 구원 4경기 1승에 2.77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정우람은 10경기 4홀드에 2.53으로 강했는데 정대현이 7경기 1패1세이브1홀드에 5.40으로 조금 흔들렸습니다.
준PO와 PO에서 SK 불펜은 3승3세이브6홀드에 2.54로 역시 강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정대현이 7경기, 박희수가 6경기, 정우람이 5경기, 엄정욱이 4경기에 등판했습니다. 정우람을 제외하고는 흔들리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선발진은 1차전 선발인 고효준이 올해 4선발 포함 삼성전에 7번이나 출전해 1패에 4.94를 기록했습니다. 송은범이 6경기(3선발)에서 2승1홀드 0.73으로 대단히 좋았습니다. 고든은 1경기 1승했지만 구원 등판해 홈런 2개를 맞고 10.13으로 당했고, 김광현은 3경기 2패 9.72로 부진은 삼성전에도 이어졌습니다. 윤희상은 구원으로 2경기에서 9.00이었습니다. SK의 고민이 보이는 부분입니다.

■왜 고효준?
이렇게 정규 시즌 팀과 개인 성적을 보면 양 팀은 비교적 팽팽한 대결을 펼쳤고, 전력상의 큰 차이도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정규 시즌 기록은 현 시점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의문점은 1차전 SK 선발이 왜 송은범이 아니냐는 점입니다. 19일 롯데전에서 6이닝 무실점 호투로 승리 투수가 된 송은범은 5일 쉬고 1차전에 등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뼛조각이 돌아다니는 팔꿈치 상태가 안 좋아져 하루라도 더 휴식이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송은범 마저 역할을 해주지 못한다면 SK 로테이션은 기댈 곳이 없습니다.
물론 1차전 선발 고효준이 지난 2년간 5승2패로 삼성에 강한 모습이었지만 올 PS에서는 한 번도 등판하지 않았습니다. 10월4일 이후 21일 만에 KS 1차전이 첫 등판입니다. 과연 평소에도 제구력이 문제가 되는 고효준이 얼마큼의 감각으로 던져줄지가 초반 분위기의 중요한 열쇠입니다. 1차전 초반부터 불펜을 대거 가동해야 한다면 과연 시리즈 동안 SK 투수진이 얼마나 버텨줄 지는 의문부호가 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뻔한 예상
야구의 묘미는 ‘예측 불허’인데 우리 한국시리즈는 너무 뻔한 확률로 시작합니다. 적어도 통계를 보면 그렇습니다. 지난 20번에서 정규시즌 1위 팀이 85%의 확률로 우승했고, 지난 9년간은 100% 우승 확률을 기록했습니다. 물론 SK 와이번스의 저력이 있고 상승 분위기를 타고 있는데다 15%의 뒤집기 확률도 있습니다.
그러나 1차전 고효준 카드가 실패로 돌아간다면 이번 시리즈는 작년처럼 허망하게 끝날 수도 있습니다. 작년과는 승자와 패자가 뒤바뀐 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