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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에 자존심 상한’ 이대호, 롯데 구단 부메랑?

leekejh 2011. 10. 28. 17:26

[홍윤표의 발 없는 말]‘연봉에 자존심 상한’ 이대호, 롯데 구단 부메랑?

[OSEN] 2011년 10월 28일(금) 오전 09:58
올 시즌을 끝으로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게 되는 이대호(31. 롯데 자이언츠)의 거취를 둘러싸고 여러 갈래 추측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진작부터 나돌았던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즈 구단행과 관련, 일본 언론(스포츠 닛폰. 10월26일치 인터넷판)이 구체적인 몸값(5억 엔)까지 거론하며 보도를 해 관심으로 모으기도 했지요.

아직 엄연한 롯데 선수인 이대호는 자신의 의중을 드러내지 않은 채 '해외 진출 가능성을 열어두고 롯데와 우선 협상'이라는 당연하면서도 원론적인 언급을 하는 선에 머물러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미 이대호의 마음이 롯데 구단을 떠났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만, 그의 속마음을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롯데 구단과의 연봉 협상 과정에서 매년 '불편한 실랑이'를 거듭해 '빈정이 상해있다'는 주변의 얘기가 허투루 들리지는 않습니다. 누가 뭐래도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를 대접하는 롯데 구단의 '야박한' 태도가 그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마음을 사로잡는' 것, 그것이야말로 세상살이의 요체가 아닐까 합니다만. 정치판에서도 '민심이 천심'이라고 떠들어대지만,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심을 읽지 못한 이명박 정권이 참패한 사례에서 보듯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구단의 명운이나 나아가 한 나라의 정권을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은 상식일 겁니다.

이대호는 2010년에 한국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타격부문 7관왕을 차지했습니다. 게다가 9게임 연속 홈런의 대기록도 세웠지요. 그런데도 구단 내규에만 얽매인 롯데 자이언츠가 이대호와 원만하게 연봉협상을 타결 짓지 못하고 연봉조정까지 간 것에 대해 혀를 차는 소리가 많았습니다. 7억 원을 요구한 이대호에 대해 롯데 구단은 6억3000만 원을 제시했고,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해 연봉조정을 한 결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구단 측 손을 들어줬습니다.

올해 최고액 연봉자는 두산 베어스의 김동주로 7 억 원이었는데, 그 때 여론은 이대호가 최고선수로서 최고 대우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었지요. 이대호는 "지금껏 없었던 기록을 세웠으니 자존심을 지켜줬으면 좋겠다. 그동안 열심히 했고 선수로서 고생한 것에 대한 보답을 받는 게 연봉 뿐"이라며 자존심을 살려주기를 호소했지만 먹혀들지 않았습니다. 6억3000만 원과 7억 원 사에 가로놓여 있던 7000만 원이 그의 자존심의 몫이었던 셈입니다만, 그 자존심은 뭉개졌습니다. 이대호는 롯데 구단 측에 대한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고요.

롯데 구단은 앞으로 이대호와의 FA 협상과정에서 그 간극(7000만 원)이 부메랑이 돼 큰 애로를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롯데 구단의 경직된 자세로 인해 한국 야구팬들은 자칫 내년 시즌부터 이대호의 모습을 더 이상 이 땅에서 보기 어려울 지도 모릅니다. 섣부른 예단은 금물입니다만, 이대호가 일본이나 아니면 메이저리그로 떠나버린다면, 그의 미소와 부드러운 스윙, 호쾌한 타격 모습을 볼 수 없는 안타까움은 클 것입니다.

최고 연봉은 꿈나무 야구선수들이 프로야구 선수가 되기를 간절히 마라는 '삶의 희망봉'입니다. 국내 최고 인기 종목을 자처하는 프로야구 최고연봉(7억 원)이 화폐가치를 따져 1982년 출범당시(2400만 원)에도 못 미친다면 700만 관중 시대에 오히려 역행하는 일일 터입니다. 단견에 벗어나지 못한 롯데 구단이 최고 타자이자 팀의 간판인 선수에 대한 그런 대접을 하고도 올 시즌 최고 흥행을 누린 구단이 됐다는 것은 야구 판의 아이러니가 아닐까요.

롯데 구단은 무조건 '이대호를 잡는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만, 만약 협상이 결렬된다면, 이대호로선 굳이 일본 만을 시야에 둘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이종범이나 이승엽, 김태균 등의 사례로 미루어 일본 구단들의 행태를 익히 알고 있는 바에야 차라리 더 넓은 무대인 메이저리그를 염두에 두는 것도 해롭지 않을 것입니다. 그 쪽이 이대호의 성취 욕구를 자극하고, 추신수의 경우처럼 노력여하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수준급 타자로 발돋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까지 3년 동안 이대호를 옆에서 지켜봤던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도 OSEN을 통해 "이대호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을 보고 싶다. 이대호는 배트 스피드가 뛰어나고 몸쪽 바깥쪽에 상관없이 공을 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제안을 할지 안 할지 모르겠지만 내 관점에서는 이대호는 충분히 메이저리그에서도 잘 할 것이다"고 희망 사항을 피력했습니다.

성사 여부를 떠나 큰물에서 뛸 가능성을 닫지 않고 진로를 개척해나갈 필요가 있겠지요. 그나저나 이대호가 떠난다면, 우리 프로야구 판은 좀 쓸쓸해 질 겁니다. 기왕이면 이대호가 내년 시즌에 돌아오는 이승엽, 김태균 등 거포들과 어울려 신명나는 무대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만.

홍윤표 OSEN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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