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오른손 베테랑 투수 크리스 카펜터(36)는 역시 에이스다웠다.
카펜터는 29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 스타디움에서 계속된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카펜터는 경기 초반 심판의 좁은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었다.
1회에만 연속 적시 2루타를 허용하며 2점을 실점했다.
하지만 카펜터는 노련했다.
경기 초반 바람 앞의 촛불같이 흔들리던 제구력과 마운드 운영은
이닝이 지날수록 안정감을 찾아갔다.
카펜터는 이후 5이닝 동안
텍사스 강타선을 맞아 단 한 명만 스코어링 포지션에 내보낼 정도로 완벽한 투구를 이어갔다.
결국 세인트루이스는 카펜터의 6이닝 2실점 호투를 발판삼아 텍사스를 6-2로 누르고
시리즈 전적 4승3패로 통산 11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전날 6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극적인 역적 드라마를 쓰고
월드시리즈를 7차전까지 몰고 간 세인트루이스는 7차전 선발을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
토니 라루사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7차전 선발로 카펜터가 아닌 다른 투수를 고려한 반면
데이브 던컨 투수코치는 카펜터 카드를 고집했다.
라루사 감독이 카펜터를 쉽게 선택하지 못한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카펜터가 정규시즌 때처럼 4일 휴식이 아니라 3일만 쉬고 다시 등판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반면 카일 로시와 에드윈 잭슨 등 다른 선발진들은 충분히 휴식을 취한 상태였다.
여기에다 카펜터는
프로 데뷔 후 첫 3일 휴식 후 등판이었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도
3이닝 4실점으로 고전한 바 있었다.
결국 라루사 감독은 카펜터 카드를 뽑아들었고
카펜터는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믿음에 보답했다.
카펜터는
"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긴 하지만
나는 7차전 경기에 나서 던질 기회를 얻길 바랐다." 며
" 운이 좋게도 잘 맞아떨어졌다." 고 말했다.
이어
" 초반에 힘들게 출발했지만 곧 나 자신을 추스를 수 있었다.
타자들도 타석에서 멋지게 제 구실을 해내며 지원해줬다." 고 말했다.
결국 카펜터는 7차전 승리투수가 되며
올해 월드시리즈에서 2승을 포함해 포스트 시즌에서 통산 9승째(평균자책점 2.84)를 따내
팀 역대 포스트시즌 최다승 기록을 이어갔다.
카펜터가 올 시즌 첫 15경기에서 1승7패 평균자책점 4.47을 기록할 때까지만 해도
그가 포스트 시즌에서 이러한 대활약을 펼칠 것으로 예상한 이는 없었다.
하지만 카펜터는 후반기에는 2005년 사이영상 수상자다운 모습을 되찾았다.
팔꿈치 부상을 털어낸 후반기에 10승2패의 무서운 상승세를 타더니
포스트 시즌 진출이 걸린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휴스턴을 상대로 완봉승을 거둬
팀에 와일드카드 티켓을 선사했다.
전적 2승2패로 맞선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서도
메이저리그 최고 승률 팀인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상대로 3안타만을 내주고 완봉 역투를 펼쳐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을 견인했다.
카펜터의 역투는
정규시즌 19승 투수이자 필라델피아의 에이스 로이 할러데이와의 맞대결에서 이룬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빛났다.
카펜터는 월드시리즈에서도 1차전(6이닝 2실점)과 5차전(7이닝 2실점) 모두 호투했고
27일 열릴 예정이던 6차전이 비로 순연되면서 7차전 등판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카펜터는 운명의 7차전에서
라루사 감독의 기대 이상으로 긴 이닝을 소화해주면서 월드시리즈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카펜터는 포스트 시즌을 포함해 올해 내셔널리그 전체 최다이자 개인 생애 최다인 273 ⅓이닝을 투구했다.
팀 마운드를 이끌다시피 한 그에게
세인트루이스는 포스트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2년간 2천100만달러짜리 재계약을 맺어 보답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chang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