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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타자전향 이끈 '배후의 3인'

leekejh 2011. 11. 10. 15:59

이대호 타자전향 이끈 '배후의 3인'

[OSEN] 2011년 11월 10일(목) 오전 02:19




[OSEN=이대호 기자]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를 바꾼 '전환'은 두 차례 있었다.

첫 번째는 '국민 타자' 이승엽(35)의 타자 전향이었다. 1995년 입단 후 곧바로 타자로 전향한 이승엽은 불멸의 홈런 기록을 남겼고,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이제 국내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가 바로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29,롯데 자이언츠)다.

이대호는 2001년 롯데에 2차 1라운드 4번에 지명되며 계약금으로 2억1000만원을 받을 정도로 장래가 기대되던 투수였다. 그렇지만 이대호는 입단 이후 스프링캠프서 타자 전향을 전격적으로 결정, 빠른 속도로 롯데를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했다. 타자로 활약한 11년간 이대호의 통산 성적은 타율 3할9리 1250안타 225홈런 809타점. 그리고 올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취득한 이대호의 몸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국내 잔류 시 역대 최고 연봉을 경신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처럼 이대호의 타자 전향은 선수 본인, 롯데 구단, 한국 프로야구 모두에게 축복이 된 결정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이대호를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시킨 주역은 누구였을까.

9일 사직구장에서 만난 롯데 권두조(60) 신임 1군 수석코치는 "이대호의 타자 전향에는 경남고 이종운 코치, 김명성 감독, 그리고 타격 코치였던 내가 있었다"고 공개했다.

이대호가 입단했던 2001년 당시 권 코치는 롯데의 타격코치로 일하고 있었다. 권 코치는 처음 이대호를 봤던 순간에 대해 "지금처럼 몸이 크지도 않았다. 키는 큰데 몸은 호리호리해 100kg도 안 나갔을 것이다. 10년 사이에 이대호는 몸도 커졌지만 기량은 그보다 더 늘어나 이제 팀에는 없어선 안되는 타자가 됐다"고 설명하며 미소지었다.

이대호의 타자 전향을 맨 처음 건의했던 사람은 당시 경남고 코치였던 이종운(45, 현 경남고 감독)이라 한다. 권 코치는 "시즌을 한창 준비하고 있는데 어느 날 이종운 코치가 구단에 찾아왔다. 그때 이종운 코치가 한 이야기가 '대호가 방망이도 잘 치니 타자를 한 번 시켜봐라'였다"면서 "그래서 내가 이대호를 데려가 직접 배팅볼을 던져주며 프리배팅을 시켜 봤다. 그랬더니 10개 가운데 몇 개나 사직 좌측 담장을 넘겼는지 모른다"고 기억했다.

권 코치는 "당시 이대호는 덩치가 지금처럼 좋지는 않았지만 타고난 순발력과 유연함으로 장타력이 대단했다. 방망이 돌리는 걸 보니 '물건이다' 싶어서 곧바로 김명성 감독에게 건의했다"면서 "김명성 감독도 이대호가 치는 걸 보니 할 말이 있나. 너무 잘 치는걸. 그래서 이대호에게 타자 전향 의사를 물었고 결국 결정났다"고 밝혔다.

물론 처음부터 1군에서 타자로 활약하긴 어려운 일이다. 권 코치는 "김명성 감독에게 건의해서 이대호를 2군에 내려보내 무조건 전경기 출장시키도록 했다. 고등학교 때 타자를 하기도 했지만 빨리 성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이 필수라고 생각해서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대호는 2001년 입단 첫 해 8타수 4안타로 가능성을 보이더니 이듬해 타율 2할7푼8리 2루타 19개 홈런 8개 32타점으로 1군에 자리잡는 데 성공했다. 권 코치는 "이종운 코치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이대호를 타자로 돌릴 생각을 못 했을 것 같고 김명성 감독도 적극적으로 지원했기에 이대호가 빠른 시간안에 1군에서 자리 잡았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권 코치는 이대호의 국내 잔류를 자신했다. 팀의 수석코치로서 롯데가 이대호를 붙잡는 데 실패할 경우도 고려해야 하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만에 하나라도 이대호를 보낸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고 자신하더니 "이대호는 정말 똑똑한 선수다. 여기 롯데에서 본인이 이제까지 이룬 게 있고 또 남아 있으면서 해야 할 역할이 있기에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cleanu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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