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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를 보고 다르빗슈를 배우다

leekejh 2012. 1. 24. 01:58

 

       [민기자의 SL리포트]

 

                      박찬호를 보고 다르빗슈를 배우다

 

                                                                      [야후!스포츠]
2012년 01월 21일(토)

 


텍사스 레인저스가 12년 만의 대대적인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0년 12월 텍사스는 야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는 뉴스를 터뜨렸습니다.

최고의 유격수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MLB 역사상 유례가 없던 10년 2억5200만 달러 계약을 맺으며

윈터 미팅을 초토화시켰습니다.

 

마침 당시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윈터 미팅이 열려 취재를 갔었는데

기자들에 둘러싸인 채 보무당당하게 기자회견장을 누비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여전히 기억에 생생합니다.

 


 

                     (레인저스는 대단히 조심스럽게 다르빗슈의 MLB 안착을 배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2년 후 이번에는 유 다르빗슈라는 일본 투수의 영입으로 텍사스가 시끌벅적합니다.

물론 계약 내용으로만 보면 6년 6000만 달러로 에이로드 때와 비교는 안 됩니다.

그러나 텍사스는 5170만 달러의 포스팅 머니까지 지급했으니

이 우완 투수를 영입하기 위해 1억 달러 이상을 투입했습니다.

기자 회견은 한국 시간으로 21일 오전 10시에 열립니다.

 

그리고 이번 기자 회견은 에이로드 영입 때보다 훨씬 더 복잡할 것입니다.

수백 명의 일본 미디어가 기자회견장을 가득 메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노모 히데오와 이치로 스즈키, 그리고 다이스케 마쓰자카 등

3인방이 가장 많은 일본 언론을 몰고 다녔습니다.

 

이들이 나오는 경기를 취재하려면 아주 일찍 운동장에 가야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일본 기자가 너무 많아서 기자실 자리를 잡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는 홍보실에게 그 날에는 미리 기자증 요청을 받거나

심지어 일본 기자실을 따론 만들기도 한 기억이 납니다.


   박찬호는 반면교사

그런데 다르빗슈의 영입으로 레인저스의 선발진이 보강된 것은 확실한데

과연 그가 어떤 역할을 해줄지에 관심과 기대가 쏠립니다.


이 점에 대해

10년 전 레인저스를 집중 취재할 당시부터 아주 가까운 친구가 된

mib.com의 레인저스 전담 기자 T. R. 설리반은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과거 박찬호의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레인저스 구단이 아주 신중하게 다르빗슈를 보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10년 전 박찬호가 텍사스 레인저스 유니폼을 입었을 당시 현지에서는 기대가 대단했습니다.

학수고대하던 에이스가 드디어 알링턴에 도착했다는 식의 기사가 모든 언론과 방송을 장식했습니다.


한 겨울 선수가 모두 고향으로 돌아간 시기에 열린 기자 회견이었지만

에이로드와 라파엘 팔메이로 등 간판선수들이 모두 회견장에 나왔습니다.

당시 톰 힉스 구단주는 LA에서 이동한 박찬호에게 전세기를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레인저스 구단은

당시 박찬호에게 5년 6500만 달러의 거액을 투자하면서 겪은 한 가지 아픈 과정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너무도 큰 기대를 숨기지 않았고

그러면서 말할 수 없는 중압감을 젊은 투수 박찬호의 어깨에 지워주었습니다.

힉스 구단주는 심지어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1선발, 에이스가 왔다고 호언장담하기까지 했습니다.
설리반 기자는 ‘박찬호가 다저스에서 5년간의 맹활약을 펼쳤지만

그런 큰 기대감을 감당하기에는 준비가 덜 돼 있었다.’ 라고 적고 있습니다.


 

                                               10년전 박찬호의 텍사스 입단식.

                  모든 관계자의 시선이 투수 구세주 박찬호에게 쏠려 있습니다.  ⓒ민기자닷컴


   다르빗슈는 3선발

그래서일까요.


다르빗슈에 대한 기대는 박찬호 당시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레인저스는 영입이 확정되자 기다렸다는 듯

다르빗슈가 개막전 선발로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계약한 순간 이미 개막전 선발로 공표됐던 박찬호와는 사뭇 다릅니다.


론 워싱턴 감독은 심지어 개막전에는 콜비 루이스가 나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심지어는 2선발로 좌완 데릭 홀랜드를 투입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르빗슈는 3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한국시간 4월9일 홈에서 열리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이 다르빗슈의 MLB 데뷔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좌완 맷 해리슨이 4선발,

그리고 마무리에서 선발로 전업을 노리는 네프탈리 펠리스가 5선발로 기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레인저스는 다르빗슈만큼이나 펠리스도 조심스럽게 선발 전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설리반 기자는 다르빗슈가 2002년 박찬호에 비해 또 다른 이점을 안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즉 당시 박찬호는 피폐한 투수진의 구세주가 될 것이라는 큰 기대를 안고 합류했지만

다르빗슈는 빅리그에서도 정상급에 속하는 선발진에 합류한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달라도 아주 다른 상황입니다.

사실 폭발적인 홀랜드와 해리슨의 두 좌완과 노련한 우완 루이스,

그리고 강속구의 펠리스에 이어 여의치 않으면 작년에 좋은 활약을 펼친 오간도도 뒤를 받칩니다.

다르빗슈가 홀로 이끌고 가야하는 로테이션은 전혀 아닙니다.


존 다니엘스 단장은

“ 우리가 구세주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다르빗슈에 대한) 기대치는 분명히 있지만 중압감을 더할 이유는 전혀 없다.” 라는 말도 했습니다.

다르빗슈에 대한 레인저스의 조심스런 접근법이 그의 안착을 도울 수 있을까요?
실은 그가 어떤 배려나 대우를 받는지는 그의 생존에 그다지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부담감이 조금 덜하기는 하겠지만 결국은 마운드에서 실력으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전혀 다른 리그와 선수와 심판,

주 1회가 아닌 5일 간격의 등판,

한 시즌 지구 한 바퀴 도는 이상의 거리를 이동하는 체력적 부담,

그리고 텍사스의 뜨거운 열기까지.

다르빗슈가 넘어야할 장벽은 널려 있습니다.

 

박찬호 이후 텍사스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투수임은 분명한데 과연 결과는 어떨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