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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인들, “축구협회의 바보짓, 낯을 들지 못하겠다”

leekejh 2012. 8. 17. 13:07

 

           축구인들, “축구협회의 바보짓, 낯을 들지 못하겠다”

 

                                                                                            일간스포츠  박린  2012. 08. 17

 

 


   "축구인으로서 낯을 들지 못하겠다."

축구인들이 대한축구협회일본축구협회에 보낸 굴욕적인 이메일 원문을 접하고 개탄을 금치 못했다.

실마리를 풀어야 할 대한축구협회가 자의적 판단으로 괜한 일을 벌여 논란을 키웠다고 안타까워했다.

특히 저자세 외교과 박종우 행동의 잘못을 인정하는 표현을 보고 창피함에 고개를 들 수 없다며

장탄식을 내뱉었다.

 


 

▶ 신문선 명지대 교수=축구인으로서 낯을 들지 못하겠다. 이번 일은 국제축구연맹(FIFA)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만 '독도는 우리땅'이며 단순히 우발적으로 일어난 행동이었다고 정정당당하게 소명하면 되는 문제였다. 일본축구협회에 말할 문제가 아니다. 관중 폭동이나 폭력 행위가 발생한게 아니지 않나. 우리나라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고 한일관계가 예민한 상황이다. 축구협회가 왜 자의적 판단으로 저자세를 취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메일 제목에 들어있는 'unsporting'은 '스포츠정신에 위배되는'이란 의미다. '독도는 우리 땅'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우리의 정신인데 왜 이런 제목을 썼는지 모르겠다.

대한축구협회는 미묘한 상황에서 열린 한일전을 앞두고 미리 선수들에게 주의를 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또 축구협회는 뻔뻔하게 전국민을 속였다. 일본에 보낸 이메일을 외교문서라고 공개하지 않은데다 유감을 표했지 사과는 없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단체인 축구협회는 사회적, 정치적 책임이 있는 단체다. 축구협회는 기업도 아니고 정치인의 선전도구도 아니다. 승부조작부터 직원횡령 등 연이어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예전 같았으면 일괄사퇴다. 축구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민족의 혼과 정신, 열망이 담겨있는 스포츠다. 국민들은 '축구가 바보가 됐다'고 개탄하고 있다. 축구협회가 또 한번 바보짓을 했다.

▶ 김호 일간스포츠 해설위원=축구협회의 한계를 보여줬다. 어떤 일을 할 때 협회에서 단독으로 해도 되는 일인지 주변과 공조해야 하는 일인지 판단도 못하는 것이다. 박종우의 일은 국가적 차원의 일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 처세를 잘해야 하는데 안타깝다. 이번 일은 축구협회가 단독으로 할 일이 아니었다. 기다려서 처신을 했어도 늦지 않는 일이다. 유감의 표시는 할 수 있지만 그런 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무리다.

김학범 강원 감독=축구협회의 대응이 지나치게 빨랐다. 선수를 보호한다는 명분은 인정하지만 '왜'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어떻게'다. 박종우는 한국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행동을 했고, 우리나라에 있다. 해외에서의 평가와 상관없이 우리 5000만 국민이 지켜줄 선수다. 박종우의 병역 혜택에 대해서도 국민정서가 뒷받침되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그럼에도 축구협회가 깊은 고민 없이 안일하게 판단하고 일처리를 강행해 일을 키웠다는 생각이 든다.

김호곤 울산 감독=축구협회 전무 출신으로서 최근에 일어나는 여러가지 일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최근 축구협회의 행정을 살펴보면 심사숙고의 과정이 생략됐다는 생각이 든다. 박종우의 문제는 엄연히 국제축구연맹(FIFA)과 논의해야 할 문제인데 일본 측에 저자세의 공문을 보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축구협회는 이런 저런 실수를 저질러놓고선 뒤늦게 수습하려는 과정에서 자충수를 두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실수는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최선이다. 협회 인사 시스템의 전문성을 보강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일간스포츠 박린] 정리=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굴욕적인 저자세…대한축구협회 이메일 원문 공개

 

 

                                                                                                  [일간스포츠]  2012. 08. 17

 

 

 

대한축구협회가 일본축구협회에 보낸 이메일은 굴욕적인 문서였다. 축구협회의 해명과 달리 '자충수'를 둔 저자세 스포츠 외교의 총체적 부실로 드러났다.

중앙일보가 16일 단독 입수한 공문에 따르면, 축구협회가 일본축구협회에 보낸 해명 이메일에는 전체적으로 우리의 저자세 외교와 박종우 행동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표현이 다수 들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측의 '너그로운 이해와 아량을 베풀어달라'는 굴욕적인 표현도 있었다.

축구협회는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동메달 결정전 직후 박종우(23·부산)가 벌인 '독도 세리머니'와 관련해 일본축구협회에 해명 이메일을 지난 13일 보냈다. 일본 언론은 14일 "대한축구협회가 일본에 사죄(謝罪)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축구협회는 "오보다. 사과하는 태도는 아니었다. 전문은 외교문서라 공개할 수 없지만 확대 해석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입수된 이메일 원문을 보면 창피함에 고개가 돌려지는 문구들이 줄줄이 있다. 먼저 조중연 축구협회장 자필 사인이 적힌 여섯 개의 문단으로 된 영어 공문 제목은 "unsporting celebrating activities"이라고 적혀 있다. unsporting이란 '스포츠정신에 위배되는 또는 정정당당하지 않은'이란 의미다. 문제가 됐던 사과의 의미가 담긴 구절은 2번째 문단에 "우리는 그 사고(incident)에 대해 심심한 유감(regret and words)을 표시한다"고 했다.

3번째 문단에는 '첫 동메달 획득으로 승리에 도취된 우발적 행동' 등으로 설명이 가득하다. 잘못된 행위에 대한 구구절절한 변명처럼 느껴진다. 이어 4번째 문단에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코치와 선수들에게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강한 지침을 주고, 교육을 시키겠다"고 해 우리 측의 잘못임을 인정했다.

마지막 문단에 굴욕 외교의 저자세가 절정에 달했다. "우리의 우호적 관계를 고려해서 (이번 일에 대해) 일본축구협회가 너그러운 이해(kind understanding)와 아량(generosity)을 베풀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다.(highly appreciated)"고 적었다. 축구협회가 원문을 차마 공개할 수 없었던 이유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 밖에도 외교 공문이라고 보기엔 낯뜨거울 만큼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도 여러 곳 발견됐다. 능동을 수동으로 쓰거나, 미래형을 과거형으로 쓰는 초보적인 비문이 네 군데 있다. 문건의 최종 확인도 거치지 못할 만큼 급하게 보냈거나, 영문으로 번역한 축구협회 국제국의 실력이 수준 미달임을 증명하는 셈이다.

다시는 재발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It should not happened(happen의 오기) again'이라고 쓰는가 하면, 한국 대표팀 선수를 'korea(korean의 오기) national team players(player의 오기)'라고 표현하는 식이다.

이미 수많은 팬들은 축구협회가 일본에 이메일을 보낸 사실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축구협회 게시판에 “일본에 꼬투리 잡힐 일을 했다”, “축구협회 임원 퇴진 서명운동” 등의 항의 댓글을 올리고 일본에 보낸 이메일의 전문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굴욕적인 표현들이 가득 담긴 이메일 전문이 공개되면서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원진 중앙일보 기자, 박린 기자 jealivr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