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만 3대…국산 '올드카'에 푹 빠지다>
중고품 매매상 이기봉씨…아직도 週350㎞ '쌩쌩'
연합뉴스 김지헌 2012. 08. 27
중고품 매매상 이기봉씨…아직도 週350㎞ '쌩쌩'
"요즘은 새 차를 타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저는 벤츠를 준다 해도 제 차와 절대 안 바꿀 겁니다."
서울 용산구 신계동 사무실에서 만난 중고물품 매매업자 이기봉(47)씨는 주차된 '포니들'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이씨의 재산목록에는 1987년식 노란색과 빨간색 '포니 픽업', 그리고 갈색 '포니 세단'이 맨 앞자리를 차지한다.
이씨는 27일 "중고 노란색 포니 픽업을 처음 샀다가 너무 혹사하는 것 같아 빨간색을 샀고, 세단 욕심까지 생겨 추가 구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포니는 1975년 현대자동차가 국내 최초로 고유개발한 차량으로, 1976년 국내 점유율 43.6%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다 1990년 단종됐다.
개발 당시 포니의 디자인은 이탈리아의 유명 자동차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씨는 요즘도 생산된 지 20년을 훌쩍 넘긴 이 차들을 몰고 서울 시내 30여곳의 중고물품 매매상들을 하루에 세 번씩 방문하며 쓸만한 물건들을 살핀다. 일주일 주행거리가 보통 350㎞에 달한다고 했다.
그는 "많이 달리기는 해도 관리를 열심히 해 여전히 시속 120㎞까지는 속도가 나오고 연비도 요즘 차들보다는 못하지만 리터당 8㎞는 넘는다"고 자랑했다.
이씨에게는 매일 아침 30분씩 차들을 수건으로 정성스레 닦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과 중 하나다.
이씨가 포니를 사모으게 된 것은 8년 전 중고물품 매매업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직업에 어울리는 차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고물품을 거래하다 보니 자연스레 오래된 것에 눈길이 갔어요. 한 마디로 '국산 클래식카'를 몰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나 할까요."
흔히들 수입차가 국산차보다, 그리고 새 차가 오래된 차보다 낫다는 인식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도 역사성을 인정할 만한 자동차가 분명히 있고 이는 곧 포니라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다.
워낙 오래되고 희귀한 차를 타다 보니 남모를 불편도 적지 않다.
그는 "변속기가 수동이라 대리운전은 엄두도 못 내고 클러치가 부드럽지 않아 무릎 관절이 아프다"고 말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도 태워달라고 해 옆자리에 항상 큰 곰 인형을 싣고 다니고, 포니를 보려고 가까이 들이대는 차들이 많다 보니 위험한 경우가 있어 아예 '가까이 오지 마세요'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이고 다닙니다."
'골동품' 같은 차량이지만 요즘 나오는 차들과 같은 검사기준을 적용받다 보니 매년 있는 안전검사는 또 다른 고역이다.
그런 불편을 참아가며 포니를 타는 이유를 묻자 "누구든 이 차를 보고 반가워하고 행복해 하는 모습이 좋아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중·장년층에게 옛 기억을 되살리는 차가 되고, 젊은 세대에게는 신기한 볼거리가 된다는 설명이다.
평생 포니를 몰기 위해 30년은 거뜬히 탈 수 있을 만큼 소모품을 사뒀다는 이씨는 한국에서도 선진국처럼 클래식카의 문화가 확산하기를 기원했다.
"이제 우리나라도 자동차 생산만 놓고 보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죠. 앞으로는 자동차가 단순히 타는 게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하는 날이 와서 '국산 클래식카'를 타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작은 소망을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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