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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포스팅 액수 '25,737.737.33 달러'에 얽힌 사연

leekejh 2013. 2. 25. 10:57

 

류현진의 포스팅 액수 '25,737.737.33 달러'에 얽힌 사연

 

 

SBS | 이성훈 기자 2013.02.23

 

 

미국 시간으로 지난해 11월 9일 오후. LA 다저스 구단에서 일하는 한국인 직원 A씨는, 류현진에 대한 포스팅 최고 응찰액이 25,737,737.33 달러라는 한국 언론들의 기사를 읽고 생각했습니다. "텍사스 레인저스로군."

전날까지 한-미 야구계에 파다했던 소문은, 류현진 포스팅에 시카고 컵스와 텍사스 레인저스가 가장 적극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다저스에서는 스탠 카스텐 사장과 네드 콜레티 단장 단 두 명이 비밀리에 일을 진행하고 있었지만, 다저스 구단 직원들 사이에서는, 텍사스나 시카고 만큼 거액을 써내지는 않았을 거라는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자금 담당 부서 쪽에서 이렇다할 소문이 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선발투수 자원이 많은 팀 사정상 류현진에게 적극적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던 거죠.

그리고 A씨에게 다저스가 아닐 거라는 결정적인 확신을 심어준 건 응찰액수였습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포스팅 액수에는 구단들이 저마다의 사연과 희망을 담습니다. 마쓰자카의 응찰액 51,111,111.11 달러에는 '1'을 행운의 숫자로 여기는 보스턴 레드삭스 존 헨리 구단주의 뜻이 담겼습니다. 다르빗슈의 응찰액 51,703,411달러의 뒷자리 3411은 텍사스 구단의 CEO인 놀란 라이언의 현역 시절 등번호 34와, 다르빗슈의 니혼햄 시절 등번호 11의 조합입니다.

류현진의 포스팅 액수 중간에 두 번 연속 이어지는 '737'은 텍사스 지역의 전화번호 앞자리였습니다.

그래서 A씨는, 알고 지내던 LA 지역 한인 매체 기자들의 '다저스라는 소문이 있던데?'라는 질문들에 '절대 아니니 안심하라'고 답해줬습니다.

다음 날, A씨가 얼마나 곤란했을 지는 상상할 수 있는 일입니다.

A씨는 궁금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7'이고 '3'인가? 콜레티 단장의 답은 이랬습니다. "'7'은 당연히 행운의 숫자지. 3은 인터넷에 찾아보니 한국에서 '좋은 관계'를 뜻한다던데? 우리 팀과 오랫동안 행운의 좋은 관계를 이어가자는 뜻으로 7과 3을 조합했지. 373을 이어가려다가, 혹시나 다른 팀이 더 높은 액수를 쓸까봐 737로 쓴 거야."

A씨는 아직까지 '한국 문화에서 3이 좋은 관계'라는 근거를 찾지 못했습니다. 한국인인 자신에게 한 번 물어나 보지 그랬냐고 조금 원망스럽다가도, 완벽하게 비밀을 유지한 팀의 일처리에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류현진이 올 시즌 멋진 호투로 '3=좋은 관계'라는 새 전통을 만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성훈 기자che0314@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