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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천적 ‘펜스’를 어떻게 넘어야하나

leekejh 2013. 7. 5. 11:38

 

류현진은 천적 ‘펜스’를 어떻게 넘어야하나

 

 

스포츠경향   2013. 07. 04.

 

 

LA 다저스 류현진(26)은 지구 라이벌 샌프란시스코를 만나면 매번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4월3일 데뷔전에서 샌프란시스코를 만난 것을 시작으로 3차례 등판했지만 승리 없이 2패만 얻었다. 상대 방어율 2.84로 비교적 잘 막았지만 피안타율 3할3푼8리로 줄곧 비상등을 켠 상태로 피칭해야 했다. 그 중에서도 오른손타자 헌터 펜스(30)는 더욱 더 독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메이저리그 거포답지 않게 방망이를 짧게 잡고 오픈스탠스로 타석에 서는 펜스는 얼핏 보면 빈틈이 많아보이지만 류현진에겐 너무도 완벽한 타자였다. 9타석 8타수 6안타(2루타 2개) 1볼넷에 4타점. 류현진은 펜스 앞에 서면 작아졌다.

 

류현진은 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AT&T파크에서 원정 샌프란시스코전을 치른다. 펜스를 또 만나야한다. 시즌 7승과 더불어 샌프란시스코전 첫승이 결국 펜스와 승부에서 가려질 공산이 크다.

국내 전문가들은 ‘상식 밖’ 승부를 조언한다. 펜스가 일반 공식으로는 류현진의 공을 너무도 잘 쳤기 때문이다.

실제 류현진은 펜스를 상대로 그럭저럭 잘 던진 공을 맞았다.<그래픽 참조> 5월6일 경기 2번째 타석에서 몸쪽 낮은 슬라이더를 던지다 좌익수 쪽 2루타를 허용한 것을 제외하면 안타 5개를 한복판을 중심으로 바깥쪽으로 치우친 승부에서 당했다. 또 그 중 4개는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절묘하게 걸치는 공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안타를 맞고 말았다.

김용달 KIA 타격코치는 스트라이크존을 넓힐 것을 조언했다. 펜스만의 히팅존이 일반 스트라이크존 밖에서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현재 타율 2할8푼을 기록하고 있는 펜스는 왼손투수를 상대로 타율 3할5푼(80타수 28안타)를 올리며 두드러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왼손투수를 상대로 중간 높이의 바깥쪽 걸치는 스트라이크존에 박히는 공을 때린 타율이 4할1푼7리. 같은 높이에서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볼을 때린 타율이 4할2푼9리나 된다. 펜스는 왼손투수의 바깥쪽 공에 무척 강하다.

김 코치는 펜스가 다른 메이저리거들과는 차별화된 타격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통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방망이를 길게 잡고 컨택존을 조금 앞에 두고 타격을 하지만 펜스는 방망이를 짧고 잡아 컨택존이 뒤에 있는 데다 오픈스탠스에서 발을 집어넣으며 타격을 하기 때문에 바깥쪽 공에도 상당한 강점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코치는 또 “다른 선수들이 류현진의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커브 등 속도 차이를 보이는 공에 어려움을 보인다. 그러나 펜스는 공 한두 개는 뒤에 컨택존을 두고 있어 구종별 강약 조절에도 타이밍을 잘 맞혀나간다”고 했다.

김 코치는 “기존 스트라이크존 안에서 승부를 해서 좋은 결과를 못내고 있다. 한두 타석 볼넷을 주더라도 존을 넓혀 스트라이크존 언저리 밖을 활용하면 어떨까 싶다”고 했다.

손혁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역시 한 두 타석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과감한 실험을 주문했다. 과감한 몸쪽 승부에서 길을 찾으라는 조언이다.

손 위원은 “몸쪽 볼로 빠지는 존에서 눈높이에 가까운 쪽으로 과감히 빠른 직구를 던져볼 필요가 있다”며 “미국서 류현진이 제구 좋은 투수로 인식돼 있는데 그 때문에 오히려 두려움이 없을 수도 있다. 조금 배짱 있는 몸쪽 승부를 해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 펜스는 왼손투수의 몸쪽 공에 약세를 보이고 있다. 몸쪽 눈높이에 가까운 쪽, 또 스트라이크존 안쪽으로 공 한두 개 정도 벗어난 공을 건드려 올시즌 8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류현진으로서는 한번쯤 계산에 넣어둘 만한 데이터다.

다저스는 3일 원정 콜로라도전에서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의 완봉 역투와 14안타를 몰아친 타선의 힘으로 8-0으로 승리, 시즌 39승 43패로 샌프란시스코(39승44패)를 끌어내리고 최하위에서 벗어났다. 류현진이 나서는 주말 샌프란시스코전이 더 뜨거워졌다.

스포츠경향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