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선수 최초 NCAA 진출' 신재영 “WKBL에서 뛰고 싶다”

한국여자농구선수 최초로 NCAA(미국대학체육협회) 디비전Ⅰ에 진출한 신재영(21, 174cm)이 한국을 찾았다.
신재영은 1980년대 여자농구스타 김화순(51)씨의 딸이다.
어머니의 피를 이어받아 미국에서 농구를 하고 있는 신재영은
지난 2011년 한국여자농구선수 최초로 NCAA 디비전Ⅰ에 소속된
루이지애나 대학교(University of Louisiana at Monroe)에 입학해 화제를 모았다.
신재영은 방학을 맞아 한국에 돌아왔고,
21일 동아시아 선수권 결승전이 열린 인천삼산월드체육관을 찾았다.
신재영이 이날 결승전을 찾은 건 대표팀 센터 이종현과의 친분 때문이다.
2살 터울인 둘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농구를 하며 알고 지낸 사이.
신재영은 한국에 온 소감에 대해
“ 한국에 6년 만에 와요.
정말 많이 변한 것 같아요. 다 신기해요.” 라며
“ 처음에는 일부러 한국에 오지 않았어요.
이후에는 가고 싶어도, 엄마가 못 가게 했죠(웃음).
한국에 갔다 오면 마음이 약해질까 봐요.” 라고 말했다.
선일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농구를 시작한 신재영은
중학교 1학년 때 어머니를 따라 미국 시애틀로 농구연수를 갔다.
시애틀의 머서 아일랜드(Mercer Island)고등학교에서 농구를 한 신재영은
1학년 때부터 팀의 베스트5로 출전했고,
머서 아일랜드가 창단 66년 만에 시애틀 킹코 리그에서 우승을 하는데 공을 세웠다.
졸업반 때는 팀의 주장을 맡기도 한 신재영은
재능을 인정받아 디비전Ⅰ의 루이지애나 대학교에 스카우트 됐다.
신재영은 루이지애나 대학 2년 동안 총 54경기에 출전해 평균 2.6점을 기록했다.
디비전Ⅰ의 경쟁은 치열했고, 출전시간이 많지 않았던 탓에 기록은 그리 특출하지 않았다.
장점인 3점슛은 32.1%을 기록했다.
신재영은 한국으로 오기 전 루이지애나 대학에서 디비전Ⅱ에 속한 험볼트 대학으로 편입했다.
미래를 위해서는 본인이 더 많은 시간을 뛸 수 있는 곳에서 농구를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
신재영은
“ 루이지애나와는 잘 안 맞는 면이 많았던 것 같아요.
가장 큰 이유는 경기를 더 뛰고 싶어서 편입을 했죠.
고등학교 때 주전으로 뛰면서 제 위주로 경기를 뛰다가, 받쳐주는 역할만 하니까….
제가 좀 더 많이 뛸 수 있는 팀으로 옮기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라고 말했다.
신재영은 새로운 팀에 대해
“ 루이지애나 대학은 장신 선수들이 많아서 슈터를 잘 활용하지 않아요.
하지만 험볼트 대학은 저 같은 슈터를 활용하는 농구를 많이 해서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라고 전했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8월에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인 신재영은
이번 달까지 지인들을 만나며 휴식을 취한 뒤,
6월부터는 다시 어머니와 함께 개인 훈련에 돌입할 예정이다.
현재 부산 동주여고 코치를 맡고 있는 김화순 씨는 부산에 머물고 있다.
현역 시절 탁월한 기량을 선보였던 김 씨는 혹독한 훈련을 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리고 딸 신재영 역시 어머니의 강한 훈련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그 동안 점프볼은 ‘신재영의 NCAA다이어리’라는 이름으로 신재영의 미국대학생활을 전한바 있다.
때문에 농구팬들 뿐 아니라,
신재영처럼 농구선수로서 꿈을 키우는 여자농구 유망주들에게도 유익한 정보를 제공했다.
신재영은
“ 그런 관심이 정말 감사했어요.
제가 그렇게 잘 하는 선수도 아닌데,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요.
한편으로 부담이 됐던 것도 사실이에요.
다들 기대를 하시잖아요.” 라고 말했다.
신재영은 본인처럼 미국진출을 생각하는 선수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 많은 선수들이 도전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다들 하기 전에 겁을 먹기도 하는데, 열심히만 한다면 충분히 해볼만 하다고 생각해요.
갑자기 가는 건 힘들겠죠.
차근차근 준비를 해야 해요.” 라고 말했다.
신재영은 미국 생활을 하며 어떤 점이 가장 힘드냐는 질문에는
“ 가족이랑 떨어져 있는 게 가장 힘들어요.
팀 동료들하고도 친하게 지내지만,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거리감을 좁히기가 힘든 것 같아요.
한국선수가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라고 말했다.
신재영은 마지막으로 현재 목표에 대해
“ 대학을 졸업하고 WKBL에서 농구를 하는 거죠.
미국에 가기 전인 8년 전부터 그런 목표를 갖고 미국에 갔기 때문에 목표는 변함이 없어요.” 라고
당차게 말했다.
신재영이 현재 자신의 목표대로 꾸준히 노력을 한다면 WKBL에서 그녀를 볼 날이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또한 낯선 땅에서 자신의 길을 나아가고 있는 신재영의 모습은
많은 여자농구 유망주들에게도 본보기가 될 것이다.
신재영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길 응원한다.
[신재영의 NCAA다이어리] ③
“총알 같은 미국선수들을 상대하는 비법이요?”

한국여성 최초로 미국대학무대에서 뛰고 있는 농구선수 신재영(20, 174cm, 루이지애나 먼로대학 2학년).
그녀가 점프볼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주기 위해서 직접 펜을 들었다.
신재영에게 직접 듣는 미국농구 이야기 그 세 번째 시간. (글/사진 신재영)
운동신경(Athleticism)
예전 고등학교 시절부터 나에게 제일 큰 문제는
스피드, 체격, 힘 등등 이런 운동신경 (Athleticism)같은 것이다.
원래부터 빠른 편이 아니던 내가
총알 같은 미국선수들을 상대로 정상적으로 수비와 공격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처음에는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커팅을 하나해도 내가 가는 길마다 수비들이 먼저 막고 있었다.
내가 아무리 박스아웃을 해도 리바운드는 빼앗기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엄마(前국가대표 김화순씨)는 그럴수록 더 머리를 써서 농구를 하면 된다고 하셨다.
지금은 완벽하진 않지만 최대한 나의 약점을 커버할 수 있도록 머리로 농구를 하려고 한다.
승리를 부르는 수비! (Defense Wins Games)
많은 팀들이 공격보다 수비를 제일 중요시한다.
모든 코치들이 ‘Defense Wins Games’라는 말을 항상 한다.
그 정도로 공격보단 수비를 잘했을 때 경기를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슛을 잘 쏘는 선수, 드리블을 잘하는 선수가 부러웠다.
요즘에는 수비를 잘하고 발이 빠른 선수가 부럽기도 하다.
내가 본 선수 중 수비를 제일 잘하는 선수는 WNBA 시애틀 스톰의 케이티 스미스(Katie Smith)라는 선수다.
올림픽 금메달(2000, 2004, 2008)을 3개나 가지고 있는 스미스는
서른여덟(한국나이로 마흔)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본 WKBL선수 중 수비를 제일 잘한다.
지난해 여름 스톰경기를 보러갔다가
스미스의 압박수비에 앞에 있는 어린 선수들이 아무것도 못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원정경기 vs North Texas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 텍사스州 덴튼에서 있었던 노스텍사스대학과의 원정경기에서
나는 3점슛 9개를 시도해서 4개를 넣었다.
우리 팀은 79-51로 졌다.
그래도 나는 3점슛을 4개를 넣었다는 것보다 9개를 시도했다는 것에 더 만족했던 게임이었다.
( 신재영 선수는 이날 식스맨으로 나서
16분 동안 3점슛 4개와 2점슛 하나를 성공시키며 14점을 올렸습니다.
이는 미국데뷔 후 공식전에서 본인의 최다득점과 동율입니다. )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나는
슛이 들어가던 안 들어가던 주눅 들지 않고 쏘는 것이 장점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었다.
게임마다 적어도 6-8개의 3점슛을 시도했다.
‘10개가 들어가지 않더라도 11번째는 넣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곤 했었다.
하지만 대학교에 와서 주눅들은 내 모습이 싫어질 때도 있었다.
이번 원정경기에서 처음 쏜 4개의 3점슛 중 하나만 성공됐었다.
그래도 나는 계속 슛을 던졌다.
게임 내내 동료들이 슛을 계속 쏘라고 말해주어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나 지금이나 슛이 안 들어갈 때는 동료들의 격려가 제일 도움이 많이 된다.
이제 시즌이 반 정도가 끝났다.
15경기를 치렀고, 남은 7주 동안 15개의 경기가 남았다.
솔직히 팀의 성적이 좋은 것은 아니다.
( 신재영 선수의 루이지애나 먼로대학은 8일 현재 컨퍼런스전적 무승 5패,
전체 2승 12패로 선벨트 컨퍼런스 서부지구 최하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
하지만 안 좋은 성적 속에서도 내가 배울 것이 있고 성장할 수 있기에 나쁘게만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
[신재영의 NCAA다이어리]
박지수·이민지, 꿈을 갖고 도전하라
점프볼 | 신재영 | 2013. 12. 17
80년대 여자농구스타 김화순의 딸이자,
한국여자선수 최초로 미국대학농구(NCAA)에서 뛰고 있는 신재영(21, 174cm).
먼 타지에서 홀로
외로이 농구선수로서의 꿈을 키우고 있는 그녀가
생생한 미국대학농구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글/사진 신재영, 정리 곽현
기자)
▲ 팀원들의 깜짝 생일파티
NCAA는 지금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이다.
우리
팀은 4승 3패를 기록 중이고, 컨퍼런스 성적은 1승 2패다.
아직 컨퍼런스 게임을 시작한 지 별로 안 돼서 정확한 순위는 모르지만,
모든
팀들과 큰 점수차는 나지 않는 편이다.

지난 주말에 토요일 경기를 이기고 일주일간 팀 분위기가
좋았다.
다음 경기를 위해 준비하는 동안에도 모두 다 열심히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열심히 준비한 것에 비해 가장 최근인 Cal Poly
Pomona와의 경기를 지는 바람에
분위기가 조금 다운되기는 했는데,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잘 어울리고 친하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일은 없다.
팀 분위기는 대부분 좋은 편이다.
최근 경기 중 지기는 했지만, Cal Poly Pomona와의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전체적으로 주춤했지만,
준비한대로 수비가 잘 돼 18점으로 앞서 채 전반을 마쳤다.
하지만 후반에
Pomona가 63%의 3점 성공률을 보이면서 아쉽게 5점차로 지고 말았다.
나는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3점슛을 연속으로 실패하는 바람에 약간
자신감을 잃었는데,
동료들이 계속 쏘라고 응원해주고 믿어줘서 조금 더 나은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 ※편집자주 - 신재영은 시즌 7경기에서 모두
스타팅멤버로 출전 중이다.
경기당 평균 28.5분을 뛰며 14점 2.3리바운드 1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3점슛은 평균 3.7개를 성공시키고
있으며, 성공률은 46.4%에 달한다.
Cal Poly Pomona와의 경기에선 3점슛 4개 포함 17점으로 활약했다. )

지난 11월 2일은 내 생일이었다.
신기하게도 헤드코치와
생일이 같다.
만으로 21살이 되는 날이었는데,
미국에서는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기 때문에, 성대하게 생일파티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11월 1일과 3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원정경기가 있어서 호텔에만 있어야하는 상황이었다.
1일 경기가 끝나고 밤 11시
반부터 호텔방에서 혼자 누워서 TV를 보고 있는데
12시 정각이 되는 순간 모두들 우르르 방으로 들어와 초콜릿 피자를 주며 생일축하를
해주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 룸메이트들도 일부러 나를 혼자 우울하게 하려고 다른 방에 가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저녁을 먹으러 간
곳에서 동료들이 나 몰래 초콜릿 피자를 사왔다고 한다.
비록 가족들과 보내지 못했지만, 동료들 덕분에 기억에 남는 특별한 생일중 하나가
되었다.

▲ 한국과 미국 대학스포츠의
차이점
나의 전공은 비즈니스 마케팅이고, 부전공은 커뮤니케이션이다.
새로운 걸 배우는 걸 즐기기도 하고,
대체적으로 열심히 하려는 편이다.
확실히 1, 2학년 때보다는 전공과목을 많이 듣다보니 어려워지지만, 많이 힘든 편은
아니다.
하지만 농구, 공부, 두 가지를 다 잘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한다.
다행히도 다음 주 시험기간이
끝나면 학기가 끝나고 한 달 정도 방학이 주어진다.
시즌 중이라 연말에 잠시 동안만 시애틀에 다녀오고 나면
방학 동안은 공부 걱정은 하지 않고,
농구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학교에 나 이외에 한국인이 있지만, 많지는 않다.
교환학생, 유학생 등을 합해 내가 아는
학생들은 5명 정도 된다.
이번에 한국인 교수님이 새로 세분이나 오시면서 한국인 교수님이 다섯 분이 계신다.
수가 적은 만큼 한국
학생들, 교수님들과 더 친하게 지내고 자주 만나고 싶지만,
시즌 스케줄 때문에 자주 만나지 못하고 있다.
그 외에 아시아인은 일본, 중국
유학생은 많은 편이다.

한국과 미국학교스포츠의 차이점은 아무래도 NCAA에서
만드는 규칙들인 것 같다.
농구부터 공부, 그리고 선수들의 하지 말아야 행동에 대한 규칙까지
모두 NCAA에서 만들고 규제를 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농구에 대한 규칙은 경기규칙과 연습시간 규정 등이 있고,
공부에 대한 규칙에는 시합을 뛰기 위해 필요한 학점,
한 학기에 들어야하는 클래스의 수 등이 있다.
그 외에도 NCAA에서는 아마추어 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대학 선수들은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자기가 가지고 있는 운동능력으로 돈을 벌지 못하게 한다.
시합에 나가서 우승 상금을 탄다거나 공짜로 신발이나 옷을 받는 것도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 박지수·이민지, 언제든 도와주고
싶다
한국에도 박지수나 이민지 같은 어린 선수들이 미국으로의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처음에는 분명히
힘들 수도 있다.
나도 미국에 처음 왔을 때는 영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왕따도 당하고 놀림당한 적도 있다.
미국에 오고 나서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닌 거 같이 느껴지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힘들다고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노력해서
미국에서 꼭! 둘 다 진심으로 성공했으면 좋겠다.
혹여 내가 있는 곳과 먼 곳으로 간다고 해도 어느 문제이던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도와주고
싶다.
지수와는 만나본 적이 없다.
한국에 있을 때 주위사람들에게 큰 키에도 유연하고 정말 잘한다고 얘기는 많이
들었다.
민지는 6년 전에 한국에 갔을 때 알게 됐다.
6년 전 중학생일 때 한국에 있는 여름동안 선일여중에서 운동을 했었는데,
그때 민지가 초등학생이었다.
선일은 초중고 숙소가 붙어있기 때문에 많이 마주쳐서 친하게 지냈었다.
이번여름에 한국에 있는 동안 경기하는 모습을
잠깐 봤었는데
센스도 뛰어나고 신체조건이 정말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장 많이 준비해야 할 것은 역시 영어공부다.
의사소통이 빨리
될수록 친구도 만들고 적응을 빨리 할 수 있다.
그 외에는 문화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싶다.
기본적인 미국문화에 대해 들은 것도 있겠지만
미국은 아주 큰 나라다.
동쪽, 서쪽, 북쪽, 남쪽 각각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
어느 쪽으로 가게 될지 모르지만,
그쪽 문화와
정서에 대해 많이 찾아보고 이해하고 가면 적응하기가 조금 더 쉽지 않을까 싶다.
[신재영의 NCAA다이어리]
새로운 환경으로의 적응
점프볼 곽현 기자 2013. 11. 1780년대 여자농구스타 김화순의 딸이자,
한국여자선수 최초로 미국대학농구(NCAA)에서 뛰고 있는 신재영(21, 174cm).
지난 3월까지 점프볼을 통해 NCAA 적응기를 생생히 들려줬던 신재영이
다시 한 번 자신의 NCAA 이야기를 전해주려 한다.
지난 시즌 종료 후 루이지애나 대학교에서 험볼트 대학으로 편입한 신재영은
새로운 대학에 적응하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글/사진 신재영)

▲ 6년 만에 돌아온 한국
지난 5월 9일, 6년 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사람들부터 빌딩까지, 6년 동안 많은 것들이 변해 있었고, 처음엔 적응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미국에 있을 때 한국에 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엄마가 오는 것을 원치 않았다.
괜히 한국에 자주 오면 마음만 약해질 것 같다고.
가족들, 어릴 때 함께 운동했던 친구, 후배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적응도 하고, 편해지던 사이 3개월이 훨쩍 지나갔다.
한국에서 가장 즐거웠던 건 가족들을 볼 수 있다는 거였다.
엄마, 아빠, 언니는 물론이고 6년 만에 본 할머니와 사촌오빠, 언니들이 정말 반가웠다.
내가 한국에 없는 동안 조카들도 5명이나 생겼는데,
조카들과 영화도 보고, 놀러 다닌 게 제일 기억에 남는다.
솔직히 한국에 친구들이 많이 없다. 열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다.
그 중에선 선일에서 같이 운동했던 동기 (유)수진이와 후배 (김)희란이를 가장 많이 만났다.
한국에서 농구경기는 많이 보러 다녔다.
남자경기는 대학교와 국가대표 경기도 많이 봤는데, 여자경기는 볼 기회가 전혀 없었다.
여자경기를 못 본 게 가장 아쉽다.
본 경기 중에서는 동아시아대회에서 봤던 두경민 선수가 제일 인상 깊었다.
발이 너무 빨라서 보이지 않을 정도였고, 코트에 있는 동안 정말 쉬지 않고 계속 움직이더라.
나에게 부족한 부분이라 더 인상 깊었던 것 같다.

▲ 코치가 된 엄마
한국에 있는 3개월 동안 부산과 서울을 10번 이상 다녔던 것 같다.
주말엔 서울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고,
주중에는 부산 동주여고에서 엄마와 같이 운동을 했다.
그렇게 3개월간 오랜만에 갔던 한국을 나는 즐기기보단 바쁘고 정신없게 보냈다.
처음엔 동주여고 동생들이 나를 약간 무서워했던 것 같다.
그런데 같이 지내고 운동도 같이 하다 보니 많이 친해졌다.
처음 본 사이였지만 있는 동안 잘 따라주고 챙겨줘서 항상 고마웠다.
엄마는 내가 도착한 날엔 고생했다는 말을 해주시고
며칠 안가 운동하러 빨리 부산에 내려오라고 계속 재촉하셨다(웃음).
전학 가는 학교에 대한 걱정도 많으셨고,
가서도 기죽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고 예전처럼만 하라고 하셨다.

이번 여름에 엄마를 보기 전까진 엄마가 마음 아파하며 밤새 고민하는 건 나 때문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와보니 동주여고 팀 멤버 하나하나 때문에 매일 속상해하시고 힘들어하시더라.
매일 연습이 끝나면 목소리가 안 나오는 엄마를 보면서
“ 우리 엄마는 왜 이렇게 힘들게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솔직히 얘들이 미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엄마는 아마 나에 비하면 얘들이 속 썩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실 거다(웃음).
한국에선 체력훈련을 많이 했다.
미국에서 시즌 중에 다친 허리와 한국에 와서 쉰 처음 몇주 때문에 몸이 말이 아니었다.
동주에서 연습하니 체력훈련은 저절로 되더라(웃음).
그 외에 엄마가 공격에서 많이 움직이는 것, 슈팅 등 많이 코치를 해주셨다.
▲ 험볼트 대학에서의 새로운 시작
그리고 8월 18일 캘리포니아에 있는 편입한 새로운 학교에 도착했다.
‘Humboldt State University’ 북 캘리포니아 Arcata라는 조그만 도시에 있는 학교다.
굉장히 자연적인 곳이라고 표현하면 될 것 같다.
도시 인구의 반이 학교 학생일 정도로 학교가 차지하는 역할이 큰 도시다.
루이지애나와는 달리 매우 친환경적이고
Wild life, Marine Biology 등등 자연에 대한 전공과목이 많고,
대표적인 학교이기도하다.
그래서인지 채식주의자도 많은 편이다.
우리 팀에도 채식주의자가 2명이나 있다.
적응할 시간도 없이 학기가 시작할 쯤 한국에서 바로 들어온 나는 매우 불안했었다.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것도 불편했고
모든 가족들과 함께 있다가 다시 혼자 있을 생각을 하니 걱정도 많이 됐다.
“ 너무 섣불리 편입을 결정한건 아닐까? ”
“ 편입을 한 것이 좋은 선택이였나? ”
“ 그래도 디비전 1에 남을 걸 그랬나? ” 등등 많은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불안함과 걱정을 가지고 한 달을 보냈던 것 같다.
하지만 다행이도 동료들과 빨리 친해질 수 있었고
다들 내가 필요한 것, 부족한 것까지 다 챙겨주며 최대한 빨리 적응 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나의 결정은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았으며,
디비전 1과 디비전 2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즐겁고 조금이라도 더 코트를 밟을 수 있는 곳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미국에서 8년 동안 6~7개 정도의 팀들을 경험해봤는데,
지금 이 험볼트 팀의 팀워크가 제일 좋은 것 같다.
농구 코트에서나 코트 밖에서도 동료들과 정말 잘 어울리고 있다.
다들 다른 곳에 살지만, 쉬는 날도 함께 영화도 보러가는 등 많이 친해졌다.
다행이 농구스타일도 나에게 잘 맞는다.
빠른 농구를 추구하면서도 외곽슛을 많이 쏘는 팀이다.
그리고 슛을 못 넣어도 동료들도, 코치도 꾸지람보단 다음엔 들어갈 거라고 격려해주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예전팀 보단 내 농구스타일과 더 잘 맞는 것 같다.
▲ 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
팀에서 제일 친한 친구들은 채식주의자인 Julie DeLeon과 Ashlynn Cox이다.
Julie는 1학년 때 발목골절로 쉬는 바람에 농구선수로선 다시 1학년이 되었고,
ashlynn은 Arcata가 고향인 3명의 동료들 중 한명으로 1학년이다.
대학생활에선 기숙사에서 가끔 요리도 하긴 하지만 거의 사 먹어야 한다는 점이 불편한데,
Ashlynn이 자주 집으로 초대해줘 가족들과 같이 밥을 먹기도 한다.
농구적으로는 아직 1학년이다 보니 많은 시간을 뛰지 못해 내가 경험담도 들려주며 격려를 해주는 편이다.
생활적으론 나보다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있다고 나를 더 챙겨주고 걱정해주는 것 같아 항상 고맙다.

내가 팀에서 맡고 있는 포지션은 슈팅가드다.
슈팅가드 포지션은 농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11년간 변함이 없다.
작년에 주전으로 뛰던 Lisa Petty라는 선수(지금은 어시스턴트 코치)가 30게임 동안 평균 18점을 했었다.
그런 주축선수가 졸업했다는 것이 코치가 나를 데려온 이유 중에 하나라고 말해줬다.
나 외에도 슈팅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항상 득점을 많이 하지 못해도 팀이 필요할 때 득점을 해줄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할 것 같다.
적응 면에서는 전 학교에 비하면 훨씬 수월하다.
이제 3학년이고 경험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미국이 워낙 커 같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점이 많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살았던 West Coast쪽이라 좀 더 편하고 익숙한 점이 많다.
이제는 적응이라는 단어가 너무 싫을 정도로 걱정도 많았고,
편입이라는 선택이 옮았던 건지에 대한 불안함과 걱정도 많았는데,
이제는 옮기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농구를 떠나 생활적인 면에서도 훨씬 수월하고,
외롭고 힘들어도 예전학교에 있을 때 보단 좀 더 행복한 것 같다.
우리 팀이 속한 리그는 CCAA로 West region에 속해 있다.
내가 살던 시애틀 주위에 GNAC과 예전에 (이)대성이 오빠가 다니던 BYU Hawaii가 속해있던 Pac West까지.
그중에 우리 리그가 West region에서 제일 수준이 높다고 들었다.
팀 목표는 리그 상위권만 갈 수 있는 Conference Tournament에 진출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3개의 Exhibition(정식시합이긴 하지만 기록에 남지 않음)게임과 9일 정규 시즌 게임을 치렀다.
우리 팀은 현재 3승 1패를 기록 중이다.
9일 상대는 내가 아는 친구들이 많이 속하고 내가 잘 아는 코치가 있는 Seattle Pacific University였다.
고향(?)팀이라 그래서인지 더 이기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결과는 5점차로 패했지만 대학 와서 제일 많은 28득점(11-17 FG, 6-8 3FG)을 기록했다.

이길 수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동안 코치가 나한테 걸었던 기대에 보답하지 못할까봐 걱정이 많았는데,
그 기대에 부응함과 동시에 시즌 스타트를 잘 끊은 것 같아 안심이 됐다.
최근 경기를 뛰면서 결과보단 오랜만에 경기에 뛸 수 있어 행복했다.
주전으로 나섰다는 것 보단
많은 시간 코트에서 내가 그동안 연습한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기회가 온 것에 감사했다.
비록 처음 몇 경기는 주전으로 나섰지만
상대팀과 연습성적으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자리이기에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지난 1일부터 시즌이 시작됐다.
지금부터 내년 3월까지 30경기 정도를 할 동안 나의 목표는 하나다.
주전이던 아니던, 혼이 나던 칭찬을 받던 나에게 주어진 시간에 감사하고 열심히 하는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하면서
예전에는 코트에 서있는 그 순간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드렸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시즌엔 언제 어떻게 나에게 코트에 설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