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8승 도왔던 ‘슈퍼맨 디 고든의 비애’
다음스포츠 2014. 06. 19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각) 콜로라도와의 홈경기에서
6이닝 동안 3피안타(1홈런) 1볼넷 6탈삼진 1실점(1자책)의 호투를 펼치며,
시즌 8승과 함께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다승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날 류현진과 함께 팀의 승리를 이끌었던 선수가 바로 디 고든입니다.
경기 후, 류현진 승리의 특급 도우미로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0-0으로 팽팽했던 3회말. 타석에 오른 디 고든은 3루수 옆으로 빠지는 타구를 날렸고,
좌익수 찰리 블랙몬이 공을 더듬는 사이 홈까지 냅다 달려 득점까지 올리는 흔치 않은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정말 빠른 디 고든은 홈 베이스를 밟고 있던 상대편 포수 로사리오의 발을 민망하게 만들었습니다.
안타를 날리고 득점까지 올린 상황.
하지만 3루타 뒤 에러로 인정되어 그라운드 홈런으로 기록되지는 않았습니다.
3회말 디 고든이 보여준 전력질주는 다저스타디움을 순식간에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습니다.
이날 디 고든의 성적은 4타수 4안타 2득점 1볼넷.
디 고든이 치고 달려 득점까지 올리자 다저스에선 축하의 비눗방울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전날 Father's day(아버지의 날)에 경기장을 찾은 선수 자녀들을 위해 마련해뒀던 비눗방울을
이렇게 활용하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푸이그가 혜성같이 등장해 팀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면
이번 시즌은 디 고든이 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디 고든이 타석에 올라 진루만 해준다면
다음 타석에 오른 타자들은 적시타를 노려볼만한 상황이 연출됩니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게 터지지 않는 다저스 타선이라는 게 함정.)
# 슈퍼맨 디 고든의 가슴 아픈 가족사
이렇게 펄펄 나는 디 고든의 별명은 '슈퍼맨'.
디 고든은 슈퍼맨답게 슈퍼맨을 상징하는 파란색 티셔츠를 매일 입습니다.
훈련할 때는 물론이고, 경기에 나설 때도 슈퍼맨 티 위에 저지를 입곤 합니다.
뿐만 아니라 디 고든의 방망이에도 슈퍼맨 밴드가 붙여져 있습니다.
슈퍼팬이라는 별명은 그가 마이너리그(Great Lakes Loons)에서 뛸 때 팬들이 붙여준 것.
그가 슈퍼맨을 고집하는 이유는
마이너리그에 있을 때 응원해준 팬들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천하무적 진짜 슈퍼맨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 때문이기도 합니다.
요즘 다저스 팬들 사이에선
" 디 고든의 빠른 발은 슈퍼맨을 따라잡고도 남는다." 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디 고든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별명입니다.
경기 중엔 '정말 빠른' 디 고든이지만,
평소의 디 고든을 보면 순수하다, 착하다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경기장에서 만난 꼬마 팬들에게는 항상 이렇게 눈높이를 맞춰 이야기를 나눕니다.
하지만 가끔 어딘가 모르게 쓸쓸해 보이기도 합니다.
음악을 들을 때도,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조용히 혼자서 조용히 생각을 하는 스타일입니다.
가슴에 '멍'하나를 안고 살아가는 디 고든이기에
문득문득 그의 모습이 쓸쓸해 보이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디 고든의 인생 이야기에는 가슴 아픈 어머니가 존재합니다.
< 사진=가슴에 간직한 디 고든의 어머니.
디 고든은 어머니의 날(mother's day) 자신의 트위터에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 한 장과 어머니를 향한 마음을 두 줄의 글로 표현했다. >
디 고든의 본명은 Devaris Strange-Godon.
'Strange'라는 이름은
디 고든이 6살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 Devona Strange로부터 받은 이름입니다.
어머니의 죽음은 디 고든에게 있어 잊을 수 없는 가슴 아픈 유년시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학교 버스를 타고 하교를 한 6살짜리 디 고든은
집에 다다랐을 때쯤 수많은 경찰차들과 경찰관을 보자마자 불길한 느낌을 받습니다.
표현 불가능한 불길한 예감이 든 디 고든은
아파트 앞에서 한 경찰관이 집주인(디 고든이 엄마와 함께 세 들어 살던 아파트 주인)에게 다가가
" 아이들은 어디에 있냐? " 고 묻는 것을 직접 보게 되었고,
그 순간 어머니의 죽음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경찰의 물음에 답하려는 순간
디 고든과 눈이 마주친 집 주인은 황급히 고든을 데리고 맥도날드로 향했습니다.
6살짜리 어린아이에게 총살당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디 고든의 어머니는 동거남으로부터 심장에 총을 맞아 현장에서 즉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고든... 엄마는 떠났어." 라는 집 주인의 말에
디 고든이 던진 말은
" 그럼 언제 돌아와요." 였다고…
<사진=디 고든의 트위터>
이미 알려진 것처럼 디 고든의 아버지는 Tom Gordon.
탐 고든과 어머니 사이에서 디 고든이 태어났지만 둘은 헤어졌고,
디 고든은 어머니의 새 연인과 동거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동거남은 구타를 일삼는 파렴치한.
사고가 나기 2주전 디 고든은 동거남이 어머니의 목을 조르며 구타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됩니다.
6살짜리 고든은 어머니를 살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옆에 있던 작은 아령을 들고 그 남자를 때리며
" 당장 떠나." 라고 외쳤습니다.
그런데 당시 디 고든은 6살 어린 마음에
동거남이 떠나면서 장난감도 모조리 가져갈 것 같아 다시 돌아오라고 말한 것입니다.
디 고든은 여전히 엄마의 죽임이 자신의 잘못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그때 그 말만 하지 않았어도.."
장난감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에 동거남에게 던진 한마디..
" 그냥 다시 돌아오세요." 라는 그 한 마디를 하지 않았더라면
어머니가 동거남의 총에 맞아 죽음에 이르는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인 것입니다.
어머니가 그렇게 세상을 떠나고 아버지 탐 고든과 함께 살게 된 고든은
이복동생 닉 고든(2014년 MLB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5순위로 미네소타 트윈스에 지명)과는
다른 사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차별을 당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디 고든은 아버지 탐 고든이 한 시즌에 야구장을 50번 넘게 데려가 주기도 했다며
나에게 정말 많은 사랑을 주셨다고 말합니다.
또한 당시 캔자스시티 로얄스 선발 투수로 활동하던 탐 고든 덕에
보 잭슨, 데릭 지터 등 수많은 레전드를 만나는 영광까지 누르게 됐다며
야구 인생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합니다.
디 고든에게 어머니는 잊혀지지 않는 잊을 수 없는 슬픈 사랑이며,
아버지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디 고든은 어머니와 늘 함께하고 있다는 믿음으로 가방에는 어머니의 이니셜을 새겨 항상 지니고 있고,
그의 트위터는 "FlashGJr" 프래쉬 고든 주니어로 도메인을 만들었습니다.
탐 고든의 별명이 'flash'였고,
아버지의 아들이 자랑스럽다는 것을 간적접으로 표현한 디 고든의 마음입니다.
이 모든 (불행한) 상황이 지금의 야구 선수 디 고든을 있게 했고,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하는 디 고든.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뛰고 있는 자체를 즐기며 감사하게 여기고 있는 디 고든은
항상 전진하는 마음으로 노력할 것을 다짐하고 또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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