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의 '슬프지만 편안함을 주는 음악'
17세 소녀가수 아이유(본명 이지은)는 이미 '가요계 꿈나무'가 아니다.
열다섯 살에 데뷔해 활동 3년 차를 맞은 어린 나이지만, 음악성과 대중성을 함께 갖춘 그녀는
우리 대중음악계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인정을 받아가고 있다.
가요계를 '주름잡는' 아이돌 걸그룹 멤버들과 같은 또래지만,
아이유만큼 음악성과 음악에 대한 진정성을 인정받으면서도
대중적인 인기도 함께 얻는 가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이돌 가수들이 주로 출연하는 10대를 위한 음악프로그램이나,
음악성 위주의 가수들이 출연하는 20~30대를 위한 음악프로그램 어디에 출연해도
뜨거운 환호와 관심을 받는 존재가 됐다.
아이유는 또래의 아이돌 가수들을 보면
" 부러울 때도 있고, 안쓰러울 때도 있다." 고 했다.
아이돌 가수들의 팬의 존재 즉 강력한 팬덤으로부터
그들이 에너지를 얻는 것을 보는 것은 아이유에겐 부러움이다.
댄스음악을 하지 않는 여자 솔로가수의 팬덤은 아이돌 그룹의 그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아이유는
" 제 팬들과 저는 언니,동생 혹은 누나,동생 같은 존재." 라며 웃었다.
하지만 아이돌 가수의 높은 인기는,
그만큼 사생활이 불편해지고,
그 인기의 유지를 위해 소속사와 대중으로부터 무언의 압박을 받는다.
그걸 이겨내지 못하는 그들의 스트레스를 지켜보는 것은 아이유의 안쓰러움이다.
" 아이돌은 항상 예뻐야 하고,
먹는 것도 마음대로 먹지 못하고 식단에 따라 정해진 음식만 먹는 것을 보면서
'나는 참 마음대로 먹고, 운동도 잘 안 하는구나' 새삼 깨닫게 돼요."
아이유는 데뷔 당시 한 음악방송에서
통기타를 치며 타미아의 'Officially Missing You'와
코린 베일리 래의 'Like A Star'를 노래하는 인상적인 모습으로 가요팬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당시 방송 진행을 맡았던 윤도현은
" 15세가 내기 힘든 음색." 이라며 공개적으로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아이유는 현재 더 많은 음악인들로부터도 따뜻한 관심을 받고 있다.
유희열, 윤종신, 김형석 등 30~40대 싱어송라이터와 작곡가가 기꺼운 마음으로 곡을 주고 싶어 해,
아이유는 이들과 함께 새 앨범 작업을 하고 있다.
군 제대 후 자신의 신곡을 기다리는 팬들을 위해 최근 디지털 음원을 발표한 성시경도
'주저 없이' 아이유를 듀엣곡의 파트너로 정했다.
성시경은 평소 아이유의 활동을 지켜보면서 그의 음악에 대한 진심이 느낄 수 있었고,
콜라보레이션을 염두에 두게 됐다고 했다.
아이유는 뮤지션스 초이스를 통해, 슬프지만 편안한 목소리의 노래들을 추천했다.
스스로를
" 슬픈 노래를 부르기엔 다소 어린 나이." 라고 했지만 그는 슬픈 노래에 자꾸 끌려든다고 한다.
" 슬픈 감성의 노래를 자주 듣다 보니
저도 서서히 제 목소리와 노래에 그런 감성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 같아요.
훗날 어쿠스틱한 사운드에 우울하고 슬픈 음악을 해보고 싶어요.
악기 소리가 많이 들어간 화려한 사운드보다는, 단출한 악기에 제 목소리만 들어가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한두 가지 악기로만 슬픈 감성을 표현해야 되니까, 그런 음악이 더욱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덜어내고 비워내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
글 / 김원겸 (스포츠 동아 기자)
아이유가 선택한 첫 번째 앨범 : 하동균의 [2집 Another Corner]

" '다시 사랑한다면 (Feat. 김보아, 맹지나, 전혜원)'엔 여자가수 3명이 피처링했다.
김보아, 맹지나, 전혜원이 그들인데, 모두 나와 친한 언니들이다.
연습생 때 자주 듣던 노래인데,
하동균은 '그녀를 사랑해줘요'에서처럼 우는 목소리가 특징이고,
그래서 누구나 하동균에게는 슬픈 노래, 마이너 곡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미디엄 템포의 산뜻한 느낌의 '다시 사랑한다면'을 부르는
하동균을 보면서 그의 목소리가 너무 좋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다.
그 상큼한 목소리에 내가 좋아하는 여성보컬들의 매력이 더해져 노래가 한층 산뜻하다.
[2집 Another Corner] 앨범은 '나비야'가 타이틀곡이었고, 대부분 우울한 분위기의 곡인데,
'다시 사랑한다면 (Feat. 김보아, 맹지나, 전혜원)'은 기분을 상쾌하게 해준다.
'골목길 러브스토리(Feat. 전혜원)'도 신나는 노래다.
그냥 스킵할 트랙 없이 전 곡이 다 좋은 앨범이다."
아이유가 선택한 두 번째 앨범 : 라디(Ra. D)의 [2집 Realcollabo]

잠을 청하다 들었던 'Couple Song (Feat. Kelley)'.
잠이 올듯말듯한 가운데 들었던 라디의 목소리가 너무 좋았다.
'라디'라는 가수는 이미 여러 노래를 통해 잘 알고 있던 가수였다.
지난여름 발표됐던 나르샤의 솔로곡 중
'I'm In Love'의 원곡가수로도 잘 알고 있었다.
평소 그의 노래를 너무 좋아했었는데 나르샤의 리메이크가 반가웠다.
다이나믹 듀오의 음반에 피처링 가수로도 자주 참여했다.
'Couple Song (Feat. Kelley)'는 가사가 상당히 사랑스럽고 예쁘고, 라디의 목소리는 달콤하다.
우리 가요에는 커플 노래가 참 많은데, 그런 노래들 가운데 가장 좋다.
개인적으로 꼭 곡을 받고 싶은 가수 라디.
지금 나의 새 음반작업이 한창인데, 다음 음반작업에서는 꼭 라디와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
아이유가 선택한 세 번째 앨범 : Corinne Bailey Rae의 [The Sea]
" 코린 베일리 래는 이미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로
여러 매체와 방송을 통해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I'd Do It All Again'은 사랑에 상처를 받아 넋두리를 하다가도
다시 사랑을 찾겠다고 다짐하는 노래인데, 너무나도 우울하고 슬픈 노래다.
슬프면서도 그 슬픔에서 용기를 얻겠다는 내용이다.
나도 코린처럼 한번 해보겠다고 지금 기타 치며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이 노래는 스튜디오 버전도 좋고 라이브도 좋다.
두 가지 음원을 함께 갖고 다니면서 듣는다.
라이브 버전은 의도적으로 불안한 음정으로 부른다.
그것으로 사람들의 심리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지난여름 그의 공연을 보러 지산록페스티벌 현장에 갔었다.
공연도 멋있었지만, 무대에 선 그는 여신 같았다.
내가 감히 닮고 싶다는 말조차 할 수 없는 훌륭한 가수다.
오래오래 활동하면서 좋은 노래 많이 들려주길 바랄 뿐이다."
아이유가 선택한 네 번째 앨범 : Radiohead의 [OK Computer]

" 라디오헤드의 'High And Dry'를 너무 좋아해
라디오헤드의 이런저런 앨범을 많이 찾아들었다.
[OK Computer] 란 앨범도 그렇게 들었는데,
이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 'Paranoid Android'는 묵직한 전자기타 때문인지
상당히 무섭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래서 그 앨범을 들을 때마다 'Paranoid Android'는 그냥 스킵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잠자리에 들었다가
잠이 들듯 말 듯한 상황에서 이 앨범을 듣게 됐고,
잠결에 스킵할 수 없어서 'Paranoid Android'를 처음부터 끝까지 듣게 됐다.
그런데 무섭기만 하던 노래가 너무너무 좋았다.
라디오헤드는 'High And Dry'와 같은 노래들만 좋은 게 아니었다.
그들에겐 'Fake Plastic Tree' 등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있는 곡들이 많이 있었다."
아이유가 선택한 다섯 번째 앨범 : 김광석의 [김광석 다시부르기 II]
기타를 가르쳐준 기타 선생님이 김광석이란 가수를 소개해주셨고, 몇 곡의 노래를 들려주셨다.
그래서 '서른 즈음에' '이등병의 편지'도 알게 됐고, 이런저런 김광석의 노래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듣는데 가사가 너무 슬프더라.
고인이 직접 쓴 녹음후기를 봤는데,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가사 중
'막내아들 대학시험/뜬 눈으로 지새던 밤들' 부분을 부르면서
목이 메어 노래를 잘 부를 수 없었다고 썼더라.
나는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하는 마지막 부분이 너무 슬펐다.
슬픈데 슬프지 않게 부르는 그의 목소리가 너무 슬프더라.
'서른 즈음에' '이등병의 편지'와 같은 노래도 우울할 때 들으면 좋다.
바닥까지 내려갈 수 있는 우울함이 좋다."
솔직한 노래를 대중에게 들려주는 것입니다
아이유는 현재 [일요일이 좋다 - 영웅호걸] 이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귀엽고 애교 넘치는 외모에 똑 부러진 성격으로 시청자들의 호감을 받고 있지만 그는
" [강심장]에서 2주 연속 통편집을 당했다." 라면서 "예능은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 [강심장]에서 2주 연속 '통편집' 당하면서 느낀 게 많았어요.
(신)봉선 언니를 보면서 '예능은 좀 타고나야 한다'고 느꼈어요.
봉선 언니는 정말 천재예요.
'영웅호걸'은 편한 분위기에서 하다 보니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아요.
대본도 따로 없고 출연자들이 대부분 언니들이어서 참 편해요."
아이유는 방송출연과 동시에 12월 중순 발표를 목표로 새 음반 작업에도 한창이다.
데뷔 당시부터 발라드에 일렉트로닉 사운드, 힙합리듬이 융합된
'하이브리드 팝'이라는 장르를 표방한 아이유는
새 음반에 슬픈 정서의 노래들이 다수 수록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 제 목표는 솔직한 노래를 대중에게 들려주는 것입니다.
소소한 일상을 담은 노래, 지극히 사적인 가사로 솔직한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남들을 위한 노래도 부르지만, 저 자신을 위한 노래도 많이 하고 싶어요."
아이유의 음악을 만날 수 있는 주요 앨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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