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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은 왜 주목을 받는가

leekejh 2011. 8. 22. 07:36

 

[조한복의 풋볼in유럽] 기성용은 왜 주목을 받는가

미디어다음 2011.08.22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뛰고 있는 미드필더 기성용이 최근 상종가다. 지난 2010년 1월, FC서울을 떠나 셀틱 유니폼을 입은 그는 올 여름 프리미어리그 팀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지금 그의 주변에서 끓고 있는 이 같은 설들은 불과 1년 전으로만 되돌아가도 생각하기 어려운 일들이었다.
하지만 올 여름 토트넘을 시작으로 블랙번을 건너 애스턴빌라로 그의 이적설은 번져나갔다. 해리 레드냅과 알렉스 맥리쉬 감독이 기성용에게 관심이 크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졌다.

'기성용이 주목 받는 이유'
기성용이 프리미어리그 구단들로부터 관심을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그가 지난 1년 6개월 동안 자신을 제대로 입증했다.

▶ 검증됐다
-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검증된 선수라는 것이다. 지난 2010 남아공월드컵을 계기로 기성용은 자신감을 되찾았고 팀에서도 서서히 주전 자리를 잡아갔다. 플레이가 살아났고 팀에서도 그의 역할이 분명해졌다. 지난 시즌 마지막으로 치른 스코티쉬컵 경기에서는 결승골까지 터트렸다. 한국과 영국을 오가며 소화하는 한국 대표팀 경기에서도 그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다. 영어를 사용할 수 있으며 영국 생활에 이미 적응이 됐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 흔들리지 않는다
- 기성용이 셀틱에 왔을 당시, 감독은 모브레이였다. 그는 웨스트브롬위치 알비온을 이끌었고 충분한 가능성과 셀틱 출신이라는 힘에 셀틱 감독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기성용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던 그는 2009년 여름, 구단과 함께 일찌감치 기성용의 이적 합의를 이끌어 냈다. 이청용의 볼턴 진출에 이어 또 하나의 빅뉴스였다. 하지만 기성용의 출발은 좋지 못했다. 첫 경기에서 부상을 당했고 이후 나오는 경기에서 승리가 없었다. 팀 성적은 추락했고 결국 모브레이 감독의 경질로 이어졌다. 기성용에겐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왔다. 감독 대행을 맡은 레넌 감독은 기성용을 단 한 경기에도 출전 시키지 않았다. 힘겨운 시간이 거듭됐다. 팀을 떠나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터져 나왔다. 임대 가능성도 나왔다. 반 시즌을 이끈 레넌 감독은 정식 셀틱 감독이 됐다. 하지만 기성용은 물러서지 않았다. 지난 해 여름 차두리와 한솥밥을 먹게 되면서 그는 힘을 되찾았다. 차두리는 기성용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기성용에게는 힘든 시간을 이해해 주고 격려해 주는 이가 있다는 것이 큰 힘이 됐다. 결국 시련을 곱씹으며 버틴 그에게 출전 기회가 찾아왔고 기성용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레넌 감독도 그를 인정했다.

▶ 성장 가능성
- 또 하나,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에게 기성용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선수다. 즉, 상품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는 것. 검증된 실력, 큰 키, 훤칠한 외모, 한국 내에서의 인기까지 모두 파악하고 있다. 게다가 나이도 어려 앞으로 더 큰 성장, 추가 이적까지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것도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이 매력을 느끼는 이유다.

'이적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기성용에게 관심을 가진 구단은 이미 알려진 대로 토트넘, 블랙번, 애스턴빌라다. 토트넘은 유로파리그에 진출한 팀이며 프리미어리그 내에서도 6위권 내의 강팀 중 하나로 손꼽힌다. 애스턴빌라는 버밍엄지역을 연고지로 하는 역사가 매우 깊은 명문 구단 중 하나, 올 여름 맥리쉬 감독이 부임했고 스튜어트 다우닝, 애슐리 영, 리오 코커 등 기존 선수들을 대거 떠나 보냈다. 새로운 팀 구성을 위해 미드필더 보강을 희망하고 있다. 블랙번은 관심을 보였지만 단칼에 셀틱으로부터 거절을 당했다.
그렇다면 올 여름 기성용의 이적은 이루어질까? 현재까지 상황으로는 기성용의 이적 가능성은 매우 낮다.

< 지난 2010-2011 시즌 스코티쉬FA컵 결승전 모습 >

▶ 셀틱이 원치 않는다
- 영국 현지 시간으로 이적 시장은 8월 31일 마감된다. 앞으로 약 10일 정도가 남았다. 하지만 시즌이 막 시작했고 레넌 감독은 팀 주전으로 우뚝 선 기성용을 이적 시킬 마음이 없다. 자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시즌을 위해 짜여진 팀 선수를 갑자기 내줄 수는 없다.

▶ 1000만 파운드를 원한다
- 레넌 감독은 기성용의 이적료로 1000만 파운드(약 180억원)는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물론 이 금액은 어디까지나 셀틱이 희망하는 가격이다. 협상을 하자면 이 가격 아래에서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셀틱이 굳이 가격을 낮춰가며 기성용의 이적을 앞장 설 필요가 없다. 기성용과 계약은 아직 2년이나 남아 있으며 지금 잔뜩 몸값을 올린 후 내년 여름 이적을 시켜도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또한 현재 프리미어리그 빅4 정도를 제외하고는 1000만 파운드를 주저 없이 쓸 수 있는 구단도 없다.

▶ 기성용에게도 득이 없다
- 프리미어리그로의 진출이라는 것 이외에는 딱히 실속도 없다. 애스턴빌라, 블랙번은 유럽 리그에서 뛰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 시즌 두 팀은 강등권 싸움에 피가 말랐던 팀이다. 토트넘은 셀틱과 견주어 크게 다르지 않은 팀이다. 주전 경쟁도 심해 또다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지도 모른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셀틱에서 출전 기회를 더 많이 잡아 경험을 쌓는 것이 낫다.

영국 현지에서도 기성용의 이적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 올 여름은 셀틱이 이적 시장을 통해 기성용에 대한 반응을 한 번쯤 확인한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 주변 상황 역시 기성용의 이적 가능성을 희박하게 만들고 있다. 대신 내년 여름은 오히려 기대가 벌써부터 높다. 셀틱 역시 기성용에 대한 충분한 반응이 검증 됐다는 사실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년 여름, 셀틱은 기성용을 데리고 더 나은 가격에, 더 유리한 입장으로 다른 구단과 이적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by 조한복 축구전문기자 @eplpl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