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LB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좌완 에이스 C.J. 윌슨을 AL 금주의 선수로 선정했습니다. 개인 최초의 수상입니다.
이 두 경기의 승리로 윌슨은 시즌 16승째를 거뒀습니다.
처음 풀타임 선발로 나서 15승의 대성공을 거둔 2010시즌의 성적을 이미 뛰어넘었습니다. 2006년부터 4년간 234경기를 던졌지만 선발은 단 한 번도 없었던 윌슨. 그런데 2010시즌에는 선발로만 33경기에 나서 204이닝을 소화하며 15승8패 평균자책점 3.35의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팀이 최초로 AL 챔피언 자리에 오르는데 큰 공을 세웠음은 물론입니다.
(특이한 파란색 글러브의 C.J.는 올겨울 FA 시장을 달굴 것으로 보입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윌슨에 대한 팬이나 전문가의 예상은 엇갈렸습니다.
작년 풀타임 선발 첫 해에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뒀지만 그 기세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우선 첫 선발 시즌에 워낙 많이 던져 체력적으로 힘겨울 수 있고, 압도적인 강속구를 보유한 투수는 아니기 때문에 타자가 적응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습니다. 그전까지 한 시즌 최다가 73.2 이닝이었던 투수가 작년에 갑자기 200이닝을 넘겼으니 분명히 후유증이 있으리라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윌슨을 잘 아는 이들은 낙관했습니다. 우선 연습과 훈련에 관한한 그를 따를 자가 없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강속구보다는 다양한 구질과 공의 움직임에 의존하고 수 싸움이 뛰어난데다, 피칭에 대해 끝없이 연구하는 자세는 낙관론자들을 편안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뚜껑을 열자 윌슨은 더욱 진화한 선발 투수의 위용을 뽐냈습니다.
단 한 번도 선발을 거르지 않고 31번 연속 등판, 작년의 33선발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209이닝으로 작년을 넘어 생애 최다를 소화하고 있고, 9이닝 당 8.2K는 생애 최고이고(작년 7.5K), 9이닝 당 볼넷은 작년 4.10개에서 2.89개로 확 줄였습니다.
특히 페넌트 레이스가 극에 달한 8월 중순 이후 윌슨의 마운드에서 모습은 ‘에이스’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8월 13일 조 라이벌 오클랜드 원정에서 6이닝 1실점으로 승리한 이후 7경기에서 윌슨은 6승1패에 평균자책점 1.89를 기록했습니다. 만약 5이닝 6실점으로 망친 8월 28일 LA 에인절스전을 뺀다면 6경기 6승에 평균자책점은 0.84가 됩니다. 그 기간 동안 오클랜드 2번, 에인절스 1번, 탬파베이 2번, 보스턴 1번 등 강팀과 라이벌들을 줄줄이 꺾었습니다.
윌슨은 상당히 특이한 선수입니다.
그는 도교에 심취했고, 금욕주의자입니다. 마약이나 술은 절대 입에 대지 않습니다. 취미라면 피칭을 잘 하기 위한 운동과 준비입니다. 최근 중요한 시점에 역투를 거듭한 후 한 인터뷰는 인상적입니다.
중압감이 심한 경기에 나서 호투한 소감을 묻자 그는 “그런 경기를 즐긴다. 그런 경기에 나가 잘 던지는 것을 나 스스로에게 항상 기대한다. 바로 그런 경기를 위해서 그토록 열심히 운동하고 준비하는 것 아닌가. 오프 시즌 내내 산을 뛰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고 휴식을 취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경기에서 잘 던지기 위해서다. 이제 남은 2주가 우리의 운명을 결정지을 것이고, 나는 그 순간을 위해 준비해 왔다.”
어린 시절 가끔 엉뚱한 발언으로 4차원 이야기도 들었지만 인간적으로도 많이 성숙해진 면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마약이나 금지 약물을 사용하지 말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단체에서 윌슨을 홍보대사로 임명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조치였습니다.
곧은 생활 주의자를 의미하는 ‘Straight Edge’를 표방하는 윌슨은 상반신에 Straight Edge 라는 문신을 새겼고, 특이한 파란색 글러브에 수놓은 XXX는 바로 곧은 생활 주의자의 표시이기도 합니다. 보통 선수들은 갈색 글러브를 끼지만 윌슨은 파란 유니폼이나 원정 회색 유니폼을 입을 때면 늘 파란 글러브를 낍니다. 홈에서 빨란 유니폼을 입을 때면 빨간 글러브를 끼는데 역시 XXX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제 레인저스 팬의 관심은 2년 연속 우승과 함께 그 너머 윌슨의 거취에 쏠리고 있습니다.
2년 연속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낸 윌슨은 데뷔 후 처음으로 FA 자격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만약 CC 사바시아가 남은 계약을 포기하고 FA가 되지 않는 한 올겨울 FA 시장 투수 최대어는 C. J. 윌슨입니다.
그리고 그의 몸값은 최근 연장 계약을 맺은 라이벌 에인절스의 우완 에이스 제러드 위버의 몸값이 기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위버는 얼마 전 5년 8500만 달러 연장 계약을 했습니다.
위버가 2살이나 어리고 선발 경험은 윌슨이 이제 2년차에 불과한 점을 들어 은근히 깎아내리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는 11월 만 31세 생일을 앞둔 윌슨이지만 선발은 2년밖에 안됐다는 점이 오히려 싱싱한 어깨를 보장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실제로 위버는 빅리그에서 1000이닝을 넘게 던졌지만 윌슨은 이제 700이닝이 채 안됐습니다. (693.2이닝)
‘서른이 넘으면 언제 추락할지 모르기 때문에 특히 투수와의 장기 계약은 위험하다.’는 것이 놀랍게도 40대 중반까지 뛴 놀란 라이언 레인저스 사장의 주장이지만 윌슨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윌슨은 몸 상태는 어떤 20대 투수에게 뒤지지 않으면, 그의 부드러운 투구 동작이나 운동 중독증으로 미루어 부상의 위험은 상당히 낮다고 평가됩니다.
또한 150km에 육박하는 경쟁력 있는 강속구에 컷패스트볼,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질을 던지고, 제구력도 갈수록 예리해지는 이 왼손 투수의 몸값은 남은 시즌과 포스트 시즌 활약 여부에 따라 1억 달러대로 치솟을 가능성마저 있습니다.
작년에 클리프 리를 놓친 레인저스는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합니다. 윌슨의 능력과 성실함과 노력이라면 앞으로 수년간 레인저스의 별로 찬란한 빛을 발할 것이라는 기대를 걸게 합니다.
다만 스토브리그에서의 경쟁은 만만치 않게 치열할 것으로 보입니다. 보기 드문 좌완 에이스에다 좋은 평판에 뛰어난 성적까지. (윌슨은 야구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에 가장 뛰어난 성적과 평판을 얻어낸 셈입니다.)
올겨울 시장을 뜨겁게 달굴 C. J. 윌슨이지만 현재 그의 목표는 오직 팀의 AL 서부조 우승과 나아가 작년의 창단 첫 AL 챔피언을 넘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목표를 이루는 선봉에 선다면 윌슨의 몸값은 상종가를 칠 것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