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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수(왼쪽), 최형우 등 최근 한국 야구계에는 우투좌타 선수들이 각광받고 있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 두산 베어스 /삼성 라이온즈 |
최근 한국프로야구에는 ‘우투좌타’가 급증하고 있다.
우투좌타란, 말 그대로 공을 던질 때는 오른손을 사용하지만 타격을 할 때는 왼손을 사용하는 선수를 일컫는다.
올 시즌 프로야구 등록선수 중 스위치히터를 제외한 순수 좌타자로 등록된 선수는 총 73명. 그런데 놀랍게도 좌타자 73명 중 절반이 넘는 37명(50.7%)이 우투좌타다. 더욱이 최근에는 우투좌타로 활약하며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이 증가, 앞으로도 이러한 우투좌타 선수들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아마추어 야구에서도 우투좌타는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2012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신일고 출신 내야수 하주석 역시 우투좌타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적지 않은 중고교 야구선수들이 ‘제2의 이치로, 김현수’를 꿈꾸며 우투좌타로 야구를 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우투좌타 열풍’을 바라보는 시각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는 사실이다. ‘우투좌타 전성시대’가 도래한 지금, 우투좌타의 빛과 그림자를 살펴본다.
우투좌타 왜 선호?
우투좌타를 선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야구라는 스포츠가 여러 방면에서 우타자보다는 좌타자가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좌타자는 우타자에 비해 1루 베이스와의 거리가 2~3걸음 짧다. 따라서 우타자들에 비해 빨리 1루 베이스에 도달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 타격 후 자세도 1루 베이스로 자연스럽게 향하기 때문에 타격 후 몸을 틀어야 하는 우타자보다 베이스러닝 하기가 편하다. 즉, 내야안타를 만들어낼 확률이 우타자보다는 좌타자가 높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의 리그를 가더라도 좌완투수보다는 우완투수가 많은 게 야구계의 현실이다. 우타자보다 좌타자가 우완투수를 상대하기가 수월하다는 사실은 굳이 기록을 언급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특히 좌타자의 경우 쓰리쿼터나 사이드암, 언더핸드 스로우 등 옆으로 던지는 투수들의 공이 시각적으로 잘 보이기 때문에 강할 수밖에 없다.
우투좌타 성공 케이스는?
사실 프로 초창기부터 90년대 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우투좌타로 성공한 선수를 찾기가 힘들었다. 성공한 선수는 물론이거니와 우투좌타인 선수 자체가 드문 편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며 우투좌타 선수들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고, 급기야 최근 5년 사이에는 우투좌타로 리그를 뒤흔든 스타급 선수들이 적지 않게 등장했다.
현재 국내에서 우투좌타로 활약하고 있는 대표적인 선수들은 김현수(두산) 최형우(삼성) 박용택(LG) 손아섭(롯데) 등이다. 특히, 김현수(2008년)와 박용택(2009년)은 타격왕 타이틀을 차지한 바 있고, 최형우와 손아섭도 올 시즌 본인들의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우투좌타 반열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외야수 포지션이다.
아시아권인 일본을 보면 우투좌타 선수들의 활약이 더 두드러진다.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하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대표적인 선수들인 스즈키 이치로(시애틀)와 마쓰이 히데키(오클랜드)는 우투좌타 선수들이다. 또 일본에서 활약 중인 선수 중에서도 낯익은 우투좌타는 많다. 최근 다소 주춤하지만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요미우리)나 다카하시 요시노부(요미우리) 등은 여전히 일본을 대표하는 우투좌타 선수들이다. 또 현재 일본프로야구 통산 타율이 0.331나 되는 아오키 노리치카(야쿠르트) 역시 우투좌타다.
우투좌타, 빛과 그림자
‘우투좌타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음에도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건 왜일까.
가장 큰 이유는 야구계에 흐르고 있는 ‘우타자 거포난’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한국 야구계는 전반적으로 ‘우타자 거포난’에 시달리고 있다. 매 시즌 꾸준히 30홈런 이상을 쳐낼 ‘장거리 우타자’가 이대호(롯데) 정도밖에 보이지 않는다. 일본에서 활약하다 귀국한 김태균도 사실 장거리 타자라기보다는 중거리 타자에 가깝다. 일본프로야구 역시 비슷한 실정이다.
또 하나는 무리하게 우투좌타로 변신을 시도하다 자칫 선수생활을 망칠 수 있는 위험이 따른다는 점이다. 특히, 우타자보다는 좌타자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를 들며 많은 지도자나 학부모들이 우투좌타로 야구할 것을 권유하는 추세다. 이를 두고 많은 전문가들은 ‘너도 나도 우투좌타로 야구한다고 해서 모두 이치로나 김현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실을 꼬집었다.
물론 선수 본인에게 우투좌타가 맞는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최근의 이러한 현상이 이제 막 야구를 시작하는 어린 꿈나무들에게 우타자 자체를 등한시 여기는 잘못된 편견을 심어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야구 꿈나무들 그리고 그들을 지도하고 뒷바라지하는 지도자나 학부모 모두는 우투좌타 변신에 대해 조금 더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데일리안 스포츠 = 우병규 넷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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