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를 끝내 해외에서 은퇴시켜야 하나?
야구타임즈 | 야구타임스 | 2011. 09. 27
올 시즌 일본무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박찬호(38. 오릭스)의 향후 거취가 오리무중이다.
일단 박찬호가 올 시즌 이후
현재 소속팀인 오릭스 버팔로스와 결별하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화되어가고 있다.
박찬호는 올 시즌 오릭스에서 1승 5패 평균자책점 4.29이라는 초라한 성적에 그쳤고,
6월 들어 2군에 내려간 이후로는 다시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용병' 투수로서는 실망스러운 성적표다.
박찬호의 입장에서는 오릭스에서의 생활이 실력보다 운이 따르지 않은 면이 많았다.
줄곧 메이저리그에서만 활약하다가 처음으로 밟아본 일본무대였다는 점,
38세의 노장투수인 박찬호가 사실상 5년만의 선발 복귀였다는 점,
수 차례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고도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승수를 쌓지 못했다는 점 등,
내용 면에서는 재평가해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
특히 1군 복귀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또다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것도 불운한 일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외국인 투수의 특성상 어차피 결과적인 기록이 우선시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오릭스의 현재 상황도 박찬호가 처음 입단할 때나, 2군에 내려갈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오릭스가 박찬호를 영입하면서 불펜이 아닌 선발 기회를 제공한 것은
그때만해도 쓸만한 투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오릭스는 당초 박찬호가 팀 내 3선발 이내에도 충분히 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박찬호는 그러한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지금의 오릭스는 카네고 치히로, 나카야마 신야, 알프레도 피가로 등 선발진이 넘쳐난다.
시즌 후반 치열한 순위싸움을 펼치며 1승이 아쉬운 상황에서
기대에 못 미쳤던 박찬호를 다시 1군에 올려 테스트를 할만한 상황도 아니다.
지금으로서는 박찬호도, 오릭스도
서로에 대하여 큰 미련이 없어 보인다.
문제는 오릭스를 떠난 이후 박찬호의 거취다.
현재 박찬호는 아직 선수생활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하지만 뛸 수 있는 무대가 마땅치 않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일본무대에서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것인데,
올 시즌 오릭스에서 보여준 게 너무 없어서 다른 구단들의 러브콜을 장담하기 힘들다.
이승엽의 경우, 요미우리 시절 후반기에 극심한 부진을 겪었지만
첫 몇 년간 검증된 활약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기에
오릭스에서 다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메이저리그도 다시 돌아가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미 일본무대 진출을 선언할 때부터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경력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
나이 때문에라도 메이저리그 계약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올 시즌 일본에서의 성적도 좋지 않은데다 부상경력까지 있는 투수를 영입할만한 구단은 없다.
박찬호 본인도 굳이 지금 다시 마이너리그 생활부터 감수하며 다시 시작할만한 목표의식이 없다.
아마 팬들이나 박찬호 본인도 내심 가장 원하는 것은
역시 한국무대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규정이 발목을 잡고 있다.
박찬호가 한국으로 오고 싶어도 어차피 내년엔 뛸 수가 없다.
KBO 규정상 박찬호가 한국무대에서 뛰려면 내년 8월 열리는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해야 하는데,
그럼 결국 1년을 쉬어야 한다.
현재 박찬호의 나이를 감안하면 은퇴하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박찬호를 위한 '특별법 제정'같은 이야기도 나왔지만,
국내 야구계의 미온적인 반응 속에 흐지부지되는 분위기다.
아쉬운 것은
문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박찬호 본인이나,
지명권을 쥐고 있는 한화 구단, 그리고 KBO에 이르기까지,
그 어느 쪽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박찬호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 국내 복귀가 제도적인 문제로 가능성이 없어서 일본으로 갈수밖에 없었다." 고 밝혔지만
정작 본인이 과연 얼마나 적극적으로 한국행에 대한 의지를 보였는지는 의문이다.
사실 처음 박찬호의 국내 복귀 가능성이 거론되었을 때만해도 호의적인 반응이 우세했다.
이때 박찬호가 좀더 적극적으로 한국행에 대한 의지를 밝혔더라면,
여론의 영향을 받아서라도
한화 구단이나 야구계에서도 최소한 이 문제를 정식으로 공론화했을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이것은 냉정히 말해 박찬호 개인을 위하여 정해진 룰을 수정하는 '특혜' 와 관련된 문제다.
하지만 당사자인 박찬호는 수년 전부터 언론을 통해
" 언젠가는 한국에서 뛸 수도 있다." 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반복했을 뿐,
구체적인 시기도 밝히지 않았고,
일본행 직전까지도 진로에 대하여 모호한 태도로 일관했다.
한마디로 '국내 복귀'라는 상징적인 의미보다는,
메이저리그 시절에 계약조건에 따라 여러 팀을 고르는 것처럼
한국행도 여러 가지 선택 가능한 '옵션' 중 하나처럼 접근한 모양새였다.
자연히 박찬호의 국내 복귀를 지지하던 여론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싸늘히 식어갔고,
박찬호 개인을 위하여 굳이 특혜까지 줄 필요가 있느냐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겉으로는 박찬호의 복귀를 환영한다면서도
정작 '내게 이득이 되지 않는 일'에는 시큰둥한 국내 야구계의 무관심도 한몫을 담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 본인의 자존심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국내 야구계의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 못한 탓인지는 몰라도,
결국 당사자가 뒷짐만 지고 '알아서 해주지 않을까' 하고 기다려봤자 바뀌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어쨌든 박찬호는 한국야구의 '레전드'다.
지금 당장 은퇴한다고 할지라도 그가 야구계에 남긴 업적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훌륭한 야구선수가
말년에 용병으로 이 팀 저 팀을 전전하다가 해외에서 은퇴식도 없이 초라하게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것은
한국의 야구팬들에게도 너무나 아쉬운 일이다.
문화재나 국보는 내 개인 재산은 아니지만, 우리 국민 모두의 소중한 재산이자 귀중한 역사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박찬호를 단지 '흔한 한 명의 직업 야구선수', 혹은 '다른 팀의 선수'라고 생각하지 말고,
바로 우리 한국야구 공통의 자산이자 역사의 한 페이지라고 생각한다면,
그에 어울리는 예우를 갖춰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박찬호 개인을 위한 특혜 차원이 아니라,
박찬호가 메이저리거로서 한국야구의 위상을 높인데 대하여 역사적 예우로서 접근해야 할 문제다.
[야구타임스 | 이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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