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현(33)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한국야구사에 일획을 그을 사건이다.
정대현은 국내 기준으로도 '수퍼스타'로 불릴 선수는 아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구단 볼티모어는 그에게 최대 320만 달러 규모의 2년 계약을 제시했다. 무엇보다도 40인 로스터 합류가 보장된 '메이저리그 계약'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한국 선수의 메이저리그 계약은 1999년 김병현 이후 처음이다.
과거 박철순을 시작으로 많은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구단에 입단했지만 대개 스플릿 계약을 했다. 메이저리그로 승격되면 고액의 연봉이 보장되지만 마이너리그에 머무를 경우에는 10만 달러 이하의 박봉을 받는다.
이상훈과 구대성이 각각 보스턴과 뉴욕 메츠에 입단했을 때 계약이 스플릿이었다. 한국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평가되는 일본 프로야구의 FA 선수들도 특급 스타가 아닌 이상 스플릿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
320만 달러라는 금액도 의미가 있다. FA가 아닌 국내 프로야구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공개 입찰(포스팅)을 거친다. 2002년 31세이브를 거두며 전성기를 누렸던 진필중(당시 두산)에게 포스팅에서 매겨진 금액은 '단돈' 2만5000달러였다.
국내에서는 타자들을 꼼짝 못하게 했던 진필중의 강속구에 대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평균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이승엽이 삼성 시절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렸을 때도 그랬다.
당시 콜로라도의 한 스카우트는 "좋은 선수다. 20개 가량의 홈런을 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여기에는 단서가 붙었다. "그 정도 유망주는 마이너리그에도 많다."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은 한국야구와 미국야구의 차이에 대해 "그쪽 불펜에는 강속구 투수가 많다. 하지만 한국에는 타자를 구속으로 압도할 수 있는 투수가 드물다. 그래서 변화구 비중이 높다"고 설명했다. 아직 아시아계 선수의 '힘'에 대해선 메이저리그의 평가는 높다고 볼 수 없다. 메
이저리그에서 가장 성공한 일본 타자가 슬러거 마쓰이 히데키가 아닌 교타자 스즈키 이치로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 한국인 선수도 압도적인 강속구를 자랑했던 박찬호나, 수비력과 스피드까지 갖춘 추신수, 정대현과 같은 잠수함 투수였던 김병현 정도다.
정대현은 아시아권에서도 드문 정통 잠수함 투수다. 수퍼스타가 아닌 정대현의 메이저리그 직행은 '큰 무대'에서 뛰기를 희망하는 야구 유망주들에게 '확실한 특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교훈을 남긴다. 한편으론 국내 구단은 수퍼스타 뿐 아니라 잠수함 불펜, 혹은 정교하고 빠른 1번 타자의 해외 유출도 걱정해야 한다.
[일간스포츠 최민규] 최민규 기자 didofido@joongang.co.kr
사진=정시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