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김의 야! 토크! ]
한국야구의 '노모'는 언제 나올까
[OSEN] 2011년 12월 15일(목)
정대현의 스플릿 계약설이 나돌던 2일 새벽. 어렵게 볼티모어 오리올스 제프 랜스 팀장과 통화를 하였다. 당시 우려했던 바와는 다르게 랜스 팀장은 아주 친절하게 응대해주었고 구단이 제시한 오퍼는 분명히 메이저리그 계약이라며 확인까지 해 주웠다. 심지어 곧 발표할 것 같다며 기자의 연락처를 물어봤고 보도자료를 메일로 보낼까? 팩스로 보내줄까 하며 발표가 임박했음을 응시했다.
전화를 끊는 순간. “아 정말 정대현이 메이저리그로 가는구나!” 하는 기대와 함께 바쁘게 기사를 작성하여 송출했다.
그렇게 공식 발표를 기다리며 매일 새벽 랜스 팀장과 연락을 하였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매일 같았다. “특별한 발표 사항은 없으며 정대현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가 전부였다.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발표가 늦춰졌고 또 하나의 한국인 메이저리그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던 기자 또한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10일 그리고 랜스 팀장에게 단호하게 물어봤다.
“메디컬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랜스 팀장은 “메디컬을 떠나서 구단 측이 문제 삼을 만한 문제는 전혀 없으며 구단이 정식으로 제시한 메이저리그 계약은 살아있다”고 확인시켜줬다.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그렇게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그런데 몇 시간 후 정대현은 인천공항에 모습을 나타냈다. 정말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구단은 분명히 메이저리그 계약을 제시했다고 하는데 그는 왜 한국에 왔지? 랜스 팀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은 이상 앞뒤가 맞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후 그는 롯데 자이언츠와 계약을 발표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확인 결과 랜스 팀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제시한 계약조건은 단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정대현은 귀국 후 메디컬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메디컬에서 발견된 문제의 심각성과 내막은 본인만이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구단이 제시했던 메이저리그 계약을 철퇴할 만큼의 큰 문제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미국 구단들은 정확하고 때론 잔인하다. 조금 위험하다 싶으면 곧 바로 계약서를 수정하거나 계약 자체를 취소 한다. 실제로 100만 불의 계약금을 받고 LA 다저스 입단 예정이던 정석은 메디컬 테스트 후 10만 달러에 계약해야만 했다. 메디컬 테스트에서 어깨 문제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2010년 시즌 리치 하덴을 트레이드로 영입하려던 보스턴 레드삭스는 하덴의 메디컬 기록을 검토 후 트레이드를 취소했다.
정대현을 비롯한 모든 프로야구 선수들은 비정규직 개인사업자들이다. 그들에게 보장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개인적인 사정도 있을 것이고 특별한 이유 없이 마음이 바뀔 수도 있다. 그것을 두고 누가 뭐라 할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아무나 가는 곳이 아니다. 한국 야구가 아무리 발전했다 하더라도 아직까지 메이저리그는 메이저리그다. 그리고 그가 만약 오리올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KBO에서 메이저리그로 바로 진출하는 최초의 한국인 선수가 되는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 출범 30년 만에 처음으로 메이저리그로 수출(?) 하는 것이다. 박찬호가 문을 열었던 것처럼 KBO에서 현재 몸담고 있는 선수들에게도 큰 문을 열어줄 기회였다.
마쓰자카 다이스케가 보스턴으로 이적하면서 선수와 세이부 라이온스에 오간 총 금액은 1억 달러가 넘는다. 메이저리그에서 공을 단 한 번도 던져본 적이 없는 선수에게 주어진 금액치고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1995년 60만 불의 연봉을 받고 메이저리그 향했던 노모 히데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생에 단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기회였다.
/대니얼 김
(전 뉴욕메츠 프런트, 전 김병현/서재응 미디어 코디네이터, 현 신시내티 레즈 스카우팅 코디네이터)
Daniel@dk98group.com
Twitter: @danielkimW
'스 포 츠 > 메이저리그 도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윤희, 텍사스의 별이 될까 (0) | 2012.01.05 |
---|---|
'특급유망주' 이학주, "유망주보다 이젠 빅리거가 되어야죠" (0) | 2011.12.25 |
정대현, "스플릿? 마이너 가도 320만 달러 보장" (0) | 2011.12.02 |
정대현, 메이저리그 진출 물건너 가나? (0) | 2011.12.01 |
정대현 MLB 진출 의미가 남다른 이유는? (0) | 2011.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