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이대호 기자] 왼 목덜미에 한글로 '왕자' 문신을 새겨 한국팬들에게도 친숙한 미국프로야구(MLB) 강타자 프린스 필더(28)가 이제는 재력에서도 왕자로 등극했다.
필더는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무려 계약기간 9년 총 2억1400만 달러(한화 약 2415억 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총액 2억 달러가 넘는 메이저리그 선수는 역대 4번째로, 알렉스 로드리게스(텍사스 레인저스-10년 2억5200만 달러, 뉴욕 양키스-2억 7500만 달러)-알버트 푸홀스(LA 에인절스-10년 2억4000만 달러)등에 이은 기록이다.
▲3박자가 맞아 떨어진 필더의 대박 계약
필더가 엄청난 연봉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세 가지 측면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빼어난 실력, 든든한 에이전트, 그리고 디트로이트 구단의 전력이다.
무엇보다 필더는 아버지 세실 필더로부터 야구 선수로서 좋은 유전자를 물려 받았다. 세실 필더는 지난 1985년 토론토 블루제이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 후 디트로이트에서 전성기를 보냈다. 세실 필더는 통산 14년 동안 319홈런 1008타점을 기록했다.
프린스 필더도 2002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7순위로 밀워키 브루어스 유니폼을 입은 뒤 2007년 타율 2할8푼8리 50홈런 119타점으로 메이저리그 최고 강타자 반열에 올라섰다. 지난해에는 타율 2할9푼9리 38홈런 120타점으로 30년 만에 밀워키에 지구우승을 안겼다. 통산 성적은 7시즌 타율 2할8푼2리 230홈런 656타점이다. 아버지의 기록을 조만간 뛰어 넘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필더는 메이저리그 최고 능력을 가진 수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도움도 혁혁히 받았다. 보라스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에게는 최고의 큰 손인 반면 구단들에게는 두려움의 존재다. 과거 알렉스 로드리게스에게 두 차례나 2억 달러가 넘는 돈을 안겨줬고, 그 외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유명한 선수들을 거느리고 있다. 한국인 타자 '추추트레인' 추신수도 보라스의 고객이다.
프린스 필더의 계약에 앞서 보라스는 무려 70페이지가 넘는 필더의 자료를 만들어 메이저리그 구단 관계자들에게 넘겼다. 정확히 그 자료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OSEN이 입수한 과거 매니 라미레스의 에이전트였던 제프 무라드의 'X파일'에서도 보다시피 필더의 매년 성적 및 수상 경력, 그리고 그와 비슷한 나이와 수준의 선수와 직접 비교한 수치가 핵심일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디트로이트의 간판타자인 빅터 마르티네스의 갑작스런 부상과 올 시즌 결장도 필더의 대박 계약에 한 몫을 했다. 모든 계약은 타이밍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자신을 필요로 하는 구단이 없으면 몸값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메이저리그 구단은 무려 30개나 된다. 30개 구단 중에서 필더에게 필이 꽂힌 한 팀만 걸리면 된다.
디트로이트는 지난주 마르티네스의 부상 소식에 암울했다. 마르티네스는 지난해 145경기에 출장 3할3푼의 타율에 178안타 12홈런 103타점을 기록했다. 비록 홈런 숫자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귀중한 순간마다 적시타를 날리며 팀의 중심 타자로 맹활약했다. 그러나 마르티네스는 지난주 십자 인대가 파열되면서 올 시즌 결장을 하게 됐다.
디트로이트는 지난해 아쉽게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MVP와 사이영상을 석권한 '에이스' 저스틴 벌렌더의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텍사스 레인저스에게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텍사스는 지난주 일본인 에이스 다르빗슈 유를 영입하며 올 시즌에도 강력한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가 됐다. 여기에 LA 에인절스도 선발 투수 C.J 윌슨과 강타자 알버트 푸홀스를 영입했다. 디트로이트 프런트는 전력 보강 없이는 올 시즌 이들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다.

▲지난 7시즌을 통해 본 필더의 앞으로 9년은?
그렇다면 2억 달러 사나이가 된 필더는 앞으로 9년 동안 어떤 활약을 펼쳐줄까. 일단 필더의 지난 7시즌 성적을 보자.
필더는 데뷔 첫 해인 2005년을 제외하고 6시즌 연속 150경기 이상을 출장했다. 전 경기 출장도 두 차례(2009, 2011년)나 기록했다. 선수에게 경기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경기에 나갔다는 것은 실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그리고 큰 부상이 없었다는 것도 증명한다. 즉 몸관리도 잘 했다는 뜻이다.
홈런 수치는 어떨까. 2005년 2개를 시작으로 2006년 28개를 담장 밖으로 날려보낸 필더는 2007년 개인 최다인 50홈런을 폭발시켰다. 덕분에 아버지 세실 필더와 함께 메이저리그 최초 부자 50홈런 기록도 세웠다. 2008년 34홈런에 그친 필더는 2009년 46홈런을 기록한 데 이어 2010년 32홈런, 2011년에는 38홈런을 쏘아 올리며 거포 본능을 잃지 않았다.
타점 능력은 어떨까. 필더는 통산 656타점을 기록했다. 2005년 10타점에 그친 만큼 그 외에 6년 동안은 매년 100타점 이상을 올렸음을 알 수 있다. 2009년에는 무려 141타점을 기록할 정도로 찬스 메이커로서 명성도 쌓았다.
여기에 한 가지 고무적인 점은 지난해 필더의 삼진 숫자가 확실히 줄었다는 점이다. 필더는 지난2009년과 2010년 138삼진을 당했다. 2008년에도 134삼진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에는 삼진을 106차례 밖에 당하지 않았다. 덕분에 출루율도 4할1푼5리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통산 출루율이 3할9푼인 만큼 2푼5리나 높은 수치다.
필더는 부상이 없다는 점, 매년 30홈런 이상은 거뜬히 쏘아 올릴 수 있는 파워와 100타점 이상 생산해 낼 수 있는 능력을 종합해 볼 때 앞으로도 몸 관리만 잘 한다면 충분히 중심타자로서 제 몫을 해낼 것으로 보인다.
▲필더의 성패는 체중 관리에 있다?
필더는 180cm의 키에 몸무게가 무려 125kg이나 나간다. 딱 봐도 살이 많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그가 채식주의자라는 점이다.
필더는 지난해 2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OSEN과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믿을지 안 믿을지 모르겠지만 난 채식주의자다. 난 고기를 먹지 않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햄버거가 아니라 두부 버거"라고 말했다.
필더가 원래부터 채식주의자는 아니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는 지난 1992년 아버지 세실 필더와 함께 맥도널드 햄버거 광고를 찍기도 했다. 당시 컨셉은 1.69달러였던 트리플 버거 사인을 건네받은 프린스 필더가 강속구를 던져 아버지 세실 필더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모습이 나온다. 고기의 힘이라는 뜻이다.
살이 찌는 체질의 사람들의 믿기 힘든 거짓말 중 하나인 "난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는 말이 프린스 필더에게도 해당된 듯하다. 필더는 여전히 채식주의자로 육류 섭취를 하지 않지만 몸무게는 좀처럼 줄지 않고 120kg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보다 살이 더 붙을 경우 무릎과 발목 등 관절에 무리가 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필더는 1루수다. 1루수는 얼핏 보기에는 수비가 쉬워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렇지 않다. 1루수는 투수가 공을 던질 때마다 무릎을 구부리고 몸을 잔뜩 움츠려 타구를 쫓는다. 바운스 동작을 반복하기 때문에 특히 무릎과 관절이 약한 선수들은 어려움을 겪는 포지션이다.
조금은 특이한 접근이지만 디트로이트 유니폼을 입은 필더의 성공과 실패 사이는 그의 몸관리,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그의 몸무게가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채식주주의자의 길을 걷고,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는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cleanupp @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