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양키스 줄무늬 저지
2012. 04. 16
아주 오래전, 지금은 미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뉴욕 양키스가 별 볼일 없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1901 새로 창설된 아메리칸리그(AL)에 이름을 올렸던 이 팀은 원래 볼티모어를 첫 근거지로 잡았습니다.
AL 창립 멤버 8팀 중에 하나였지만 초창기에는 보잘 것 없었습니다.
불과 2년 만에 뉴욕으로 근거지를 옮기고 이름을 하일랜더스로 바꿨습니다.
그러나 야구장도 없어서 NL 뉴욕 자이언츠의 폴로 그라운드를 빌려서 셋방살이를 하는 신세였습니다.
그러다가 1913년에 이름을 양키스로 바꿨고,
1920년 베이스 루스라는 사상 최고의 야구 선수를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영입하면서
양키스의 운명은 극적으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자이언츠는 셋방살이하는 양키스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자 구박이 심해지더니
1923년 시즌을 끝으로 방을 빼라고 요구합니다.
그러나 홈런왕 루스의 인기에 힘입어 폭발적인 관중 동원으로 돈을 모은 양키스는
1923년 브롱스에 초현대식의 양키스트디움을 건설, 새 보금자리를 틀고
미국 프로 스포츠 역사상 유례가 없는 왕조를 만들어가기 시작합니다.
(그 구장을 사람들은 '루스가 지은 저택'이라고 불렀습니다.)
(양키스 줄무늬 홈유니폼을 입은 게릭과 루스. 루스를 위해 디자인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어려서 스포츠 상식에 굶주려 닥치는 대로 관련 서적 등을 읽으면서 여전히 잊어먹지 않는 이야기 중의 하나는
바로 양키스의 줄무늬 유니폼에 관한 사연이었습니다.
베이브 루스를 앞세워 MLB를 평정하던 양키스도 고민이 하나 생겼으니
그들의 영웅인 루스가 체격이 보통이 아닌데다
갈수록 살이 쪄서 통나무 술통 같은 모습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체격이 조금이라고 날씬해 보이게 하려고 줄무늬 유니폼을 디자인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양키스의 줄무늬 유니폼은 루스보다 훨씬 오래 전,
그러니까 지금부터 정확히 100년 전에 탄생한 것입니다.
이 유니폼이 탄생했을 때 루스는 17세였고,
아직 프로에 입단하기 전입니다.
그리고 루스가 몸이 불어나기 시작한 것은 1930년대니까 줄무늬 유니폼의 탄생과는 무관합니다.
정확히는 1912년 4월 11일,
여전히 뉴욕 하일랜더스로 불리고,
여전히 자이언츠의 폴로 그라운드를 빌려 쓰던 그 시절에 양키스의 줄무늬 유니폼은 탄생했습니다.
양키스는, 아니 하일랜더스는 1903년 뉴욕으로 이전 한 후에 거의 매년 저지의 디자인을 바꿨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1912년 개막전에서 줄무늬 저지가 첫 선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후 홈에서 입는 이 줄무늬 유니폼은 양키스의 상징이 됐습니다.
이제는 양키스 하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줄무늬 저지'일 정도입니다.
그들은 줄무늬 유니폼을 '핀스트라입스(pinstripes)'라고 부르는데
이제는 거의 고유 명사가 됐을 정도입니다.
실제로 양키스를 종종 '핀스트라이퍼스(Pinstripers)', 즉 줄무늬를 입는 선수들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지터의 줄무늬 저지는 지난 2년 연속 MLB에서 가장 많이 팔린 유니폼입니다.)
이제 양키스 하면 줄무늬, 또 줄무늬 하면 승리와 전통과 명예의 상징이 됐습니다.
줄무늬 유니폼의 전통과 역사는 무수한 스타 플레이어의 탄생과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미국인들에게는 '영원한 홈런왕'인 베이스 루스는 말할 것도 없고
'철마'로 불리던 루 게릭과
여전히 깨지지 않는 56경기 연속 안타와 그리고 마릴린 먼로와의 안타까운 사랑의 주인공 조 디마지오,
스위치 타자의 최강이던 미키 맨틀,
두려움의 대상이던 마무리 투수 구스 고시지,
불운한 천재 단 매팅리를 거쳐
캡틴 데릭 지터와 마무리의 지존 마리아노 리베라까지.
대충 꼽아도 양키스의 전설은 미국 야구의 역사 그대로입니다.
그리고 그 호화 멤버들을 앞세워 양키스는
27번의 월드시리즈 우승과 40번의 AL 우승(모두 MLB 최고 기록)을 차지하며
미국 야구의 상징으로 자리를 잡았고, 그렇게 줄무늬 유니폼의 전설을 만들어갔습니다.
캡틴 지터는 최근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핀스트라입스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 (줄무늬는) 역사다.
다름 팀을 깎아내릴 의도는 전혀 없지만
줄무늬하면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은 양키스다.
너무나 오랜 역사와 전통이 담겨있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줄무늬의 의미는 각별하다.
매번 경기 전 이 줄무늬 유니폼을 입을 때마다 특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국가대표 유니폼이나 올스타 유니폼, 훈련복이나 마이너 유니폼을 입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
우스울지 모르지만 바로 이것이 내 몸에 딱 맞는 유니폼이라는 느낌이다."
이 특별한 유니폼 안에는 특별한 전통과 그리고 자부심이 담겨있습니다.
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입고 싶어하는 이 양키스 줄무늬 저지를 입는 순간부터
선수들의 마음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한국 선수 중에 유일하게 양키스 저지를 입은 경험이 있는 박찬호는
지난 2010년 봄 플로리다 주 탬파의 양키스 캠프에서 만났을 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왜 마지막에 양키스를 선택했는지에 대해서는 그는
" 양키스이기 때문에." 라는 말로 대신했습니다.
박찬호는 당시 더 많은 돈을 제시한 필라델피아 필리스나
선발 자리를 보장한 시카고 커브스를 포기하고
양키스 줄무늬 유니폼을 스스로 선택했습니다.
'다저스와 필리스 등 다른 좋은 팀에서도 뛰어봤는데 양키스는 과연 다른가?'라는 질문에 박찬호는
" 와서 며칠 보니 양키스는 확실히 다르다.
모든 사람들이, 다른 팀 선수들이 다 양키스는 강한 팀이라고 말하지만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노력 없으면 이길 수 있는 기회는 못 갖는다.
양키스가 좋은 팀이라 우승한 것이 아니라,
우승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좋은 팀이 됐다." 라고 말했습니다.
박찬호는 또한
" 누가 더 간절하냐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 같다.
좋은 선수가 있다고 우승하는 것은 아니고
와보니까 그만큼 노력을 많이 했기에 우승했다는 느낌이 절로 든다." 라며 팀 간판선수의 예를 들었습니다.
박찬호는
" 데릭 지터도 그렇고 알렉스 로드리게스도 그렇고 괜히 지터, 에이로드가 아니다.
모두 아침 7시면 나와서 운동을 한다.
그만큼 부지런하고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한다.
그리고 그 전에 이미 와서 운동을 하는 젊은 선수도 꽤 있다.
시즌이 시작되면 더욱 그런 노력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라며
양키스를 선택한 것이 잘한 결정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박찬호는
" 어린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는 베테랑이 많은 팀이 강한데 양키스가 바로 그렇다." 라고 말했습니다.
( 한국 선수로 유일하게 양키스 줄무늬 저지를 입었던 박찬호가 2010년 캠프에서 지라디 감독과 함께.
ⓒ 민기자닷컴 )
이런 것이 바로 양키스의 전통이고
그 전통을 대변하는 것이 바로 양키스의 핀스트라입스 저지입니다.
구스 고시지의 말처럼
그것을 입는 순간 자신이 특별하게 여겨지고
그 유니폼에 걸맞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더 노력하고 땀을 흘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고시지는
" 처음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거울을 보는 순간 경이로움을 느꼈다." 라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양키스의 줄무늬 저지는 텃세도 아주 세서
그 유니폼을 입고 버티지 못하는 스타도 대단히 많았습니다.
아쉽게도 박찬호의 양키스 시절도 그다지 성공적이진 못했습니다.
양키스가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첫 MLB 팀은 아닙니다.
시카고 커브스는 1907년에 처음으로 스포츠 저지에 줄무늬를 도입했습니다.
양키스 전에 자이언츠도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양키스 줄무늬 유니폼도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이 유니폼을 입고 벌인 첫 경기에서 보스턴에 3대5로 패한 양키스는 최악의 1912시즌을 보냈습니다.
무려 102패를 당했고
다음 시즌 개막전에서 검은색 줄무늬 유니폼을 볼 수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줄무늬가 검은색이었습니다.)
그러다가 1913년 이름을 양키스로 바꿨고
1915년에 다시 줄무늬 유니폼을 채택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의 줄무늬는 검은색이 아니라 현재의 암청색이었습니다.
그 후에도 양키스는 많은 새로운 시도를 합니다.
1929년에는 최초로 등번호를 정착시킨 팀이 됐고,
1936년에는 오른쪽 가슴이 NY라는 로고를 착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변치않는 줄무늬와 함께 그 전통은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줄무늬가 크기와 간격은 약간씩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줄무늬는 약간 넓어졌고 간격은 약간 좁아졌습니다.
선수의 체격에 따라 유니폼 줄무늬의 숫자도 차이가 납니다.
그러나 줄무늬가 선명한 양키스 홈 유니폼의 전통은 이제 100년째를 이어가고 있고
앞으로도 팀이 존재하는 한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도 9개의 MLB 팀이 어떤 형태로든 줄무늬 유니폼을 착용하고 있지만
'핀스트라입스'하면 양키스가 연상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양키스의 역사와 전통과 명예일 뿐 아니라 대단한 상품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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