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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밉지만 대단한' 이치로, 한미일 화제 중심

leekejh 2012. 7. 25. 11:39

 

'얄밉지만 대단한' 이치로, 한미일 화제 중심

스포츠조선 | 김남형 | 입력 2012.07.24

 

 

 

이치로의 트레이드마크인 타격 준비 폼.

지난 2009년 3월 일본대표팀의 이치로가 도쿄돔에서 열린 요미우리와의 연습경기에서 타석에 들어선 모습이다. 도쿄=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스즈키 이치로가 뉴욕 양키스로 이적한 까닭은 무엇일까.

24일(한국시각) 이른 아침부터 한국 야구팬들의 이목을 끄는 미국발 뉴스가 발표됐다. 미국내 경력의 전부를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뛰었던 이치로가 뉴욕 양키스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게 됐다는 소식이다. 양키스는 마이너리그 유망주 2명을 시애틀에 줬다. 현금 조건도 따라붙은 트레이드인 것으로 알려졌다.

▶명예의 전당 유력 후보의 이적

시애틀은 이치로를 이적시키는 대신 유망주인 오른손투수 D.J. 미첼과 대니 파쿼를 얻었다.

73년생인 이치로는 아메리칸리그 올스타에만 10차례 선정됐던 경력이 있다. 시애틀에서 안타, 득점, 3루타, 타수 등에서 프랜차이즈 역대 기록을 갖고 있다.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블루웨이브에서 9시즌을 뛰었으며 2001년 아메리칸리그 MVP와 신인왕을 거머쥐며 화려하게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일본프로야구 출신의 첫번째 포지션 플레이어이며 메이저리그에서 대성공을 거둔 케이스다.

아메리칸리그에서 두차례 타격왕을 차지했다. 양대리그 최다안타만도 7차례나 기록했다. 이는 타이콥, 피트 로즈와 같은 레전드급 스타들과 같은 기록이다. 10시즌 연속(2001~2010)으로 200안타 이상을 치면서 메이저리그에 신기원을 열었다. 2004년에는 한시즌 262안타로 신기록을 세웠다.

이치로는 이적 직전까지 메이저리그 통산 1844경기에서 7858타수 2533안타로 타율 3할2푼2리, 99홈런, 633타점, 고의4구 172개, 792삼진, 438도루, 1176득점을 기록중이었다. 훗날 '명예의 전당' 입성이 유력시되는 선수다.

올해가 시애틀과의 5년 계약의 마지막 해이며 이적 직전까지 타율 2할6푼1리, 4홈런, 28타점, 15도루를 기록중이었다.

▶트레이드 거부권 행사 안 한 까닭은

뉴욕 양키스가 이치로를 영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외야수 브렛 가드너가 최근 재활과정에서 또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또한 마쓰이 히데키를 통해 경험했던 일본인 팬들의 구매력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치로는 이른바 '10-and-5 권리'에 따라 트레이드 거부권을 갖고 있는 선수다. 빅리그에서 10년차 이상이며 한팀에서 5년 이상 뛴 선수들이 갖는 권리. 하지만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73년생인 이치로도 언제까지 현역으로 뛸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표면적으로는 이치로가 시애틀의 리빌딩 상황을 이해하면서 트레이드를 받아들인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으론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경력의 막판에 그랬듯, 이치로 역시 메이저리그 최고 인기팀의 줄무늬 유니폼을 원했을 것이다. 게다가 '우승을 경험할 수 있는 팀'이란 점이 양키스의 가장 큰 매력중 하나다. 이치로가 시애틀에 있는 동안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건 한차례 뿐이었다.

일본 언론은 이날 이치로가 트레이드를 자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치로는 기자회견에서 "젊은 20대 선수가 많은 이 팀의 미래를 위해 내가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환경을 바꿔 자극을 받고 싶었다"고 했다. 시애틀의 하워드 링컨 CEO는 트레이드와 관련해 "우리 그룹과 시애틀 조직의 모두를 대신해서 이치로가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해온 위대한 업적에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얄밉지만 대단한 업적을 남긴 선수

한국 야구팬들에게 이치로는 애증이 교차하는 선수라고 표현할 수 있다.

지난 2006년 제1회 WBC에서 3차례, 2009년 제2회 WBC에선 무려 5차례나 한국과 일본 대표팀이 맞대결을 펼쳤다. 이치로는 특히 한국 대표팀에 패할 때마다 과격한 몸짓으로 울분을 토해내 우리 야구팬들에겐 '주적'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WBC에서 한일전이 그토록 많이 열리면서도 늘 인기가 있었던 이유중 하나도 바로 이치로였다.

2001년 그가 메이저리그에 데뷔하자마자 안타쇼를 펼치자 모든 관심의 초점이 됐다. 나중엔 '지나치게 본인의 안타수에만 집착한다', '빠른 발로 만든 내야안타를 제외하면 과연 대단한 기록인가', '동료 선수들과의 화학적 융합에 약하다' 등 미국 내에서도 여러 루머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선수로서의 이치로는, 동양인 타자가 메이저리그에서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를 입증한 엄청난 사례임이 분명하다.

과거 메이저리그에서 뛴 최희섭은 "미국에서 일본 선수들을 만나면 서로 적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같은 동양인 선수 입장에서 서로 잘 할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 야구팬들에겐 다소 얄밉기까지 했던 이치로였지만, 분명 대단한 플레이어다.

트레이드 발표가 난 뒤 이치로는 이날 세이프코필드에서 곧바로 또다시 경기를 치렀다. 양키스가 시애틀 원정중이었기 때문이다.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우익수 겸 8번타자로 나섰다. 시애틀 팬들이 기립박수를 보냈고 이치로는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이치로는 이날 양키스 선수로서의 첫 안타를 기록했다. 4타수 1안타 1도루. 시애틀에서의 51번 대신 31번을 달았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