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게스]
미국과 국내 프로야구의 번트 차이
메이저리그는 국내와 달리 승부처라도 강타자에게 번트 사인 없어
마니아리포트 | 문상열 | 2012. 10. 09
올 메이저리그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8일(한국시간) 15년 만에 플레이오프 홈경기를 치렀다.
동부지구 라이벌 뉴욕 양키스와는 16년 만이다.
1996년 양키스타디움에서 벌어졌던 그 유명한 '제프리 매이어의 홈런볼' 사건 이후 처음이다.
시리즈의 향방을 결정짓는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서 3-4로 뒤지고 있던 8회 말
유격수 데릭 지터의 타구는 오리올스 우익수 토니 타라스코가 충분히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양키스 팬인 12살의 매이어가 글러브를 구장 안쪽으로 뻗어 타구를 낚아챘다.
우익 선심 리치 가르시아는 당연히 아웃을 선언해야 했으나 홈런으로 인정해 버렸다.
플레이오프 사상 최악의 오심 가운데 하나다.
오리올스는 결국 1차전을 5-4로 패하면서 시리즈 1승 4패로 무릎을 꿇었다.
당시 오리올스 감독은 현 워싱턴 내셔널스의 데이비 존슨이었다.
두 팀의 플레이오프는 악연이 있다.
오리올스는 이날 양키스와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아깝게 패했다.
이길 수도 있는 경기였다.
국내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플레이오프 승부였다면
오리올스의 벅 쇼월터 감독은 팬들과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을 것이다.
바로 한국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의 큰 차이점이다.
만약 국내 프로야구 플레이오프에서
8회 말 선두타자가 2루타를 치고 나갔을 때 후속으로 벌어지는 상황은 뻔하다.
무조건 보내기 번트다. 타순은 상관없다.
장면을 볼티모어 캠든야드로 돌려 보자.
양키스와 오리올스는 2-2로 팽팽히 맞섰다.
오리올스 선발 제이슨 햄멜은 5.2이닝 동안 4안타 2실점으로 호투하고 물러났다.
이후 불펜 투수들이 양키스 강타선을 잘 막고 있었다.
양키스는 좌완 선발 C C 사바시아가 2실점했지만 완투할 태세로 오리올스 안타를 산발로 처리했다.
이 때까지도 투구수가 적었다.
사바시아는 완투경기를 놓쳤는데 투구수는 120개였다.
8회 말 선두타자(2번) J J 하디가 우익선상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어쩌면 승기를 잡을 수 있는 2루타였다.
다음 타자는 오리올스에서 가장 클러치 능력이 뛰어난 간판 애덤 존스.
정규시즌에 타율 0.287 홈런 32개 타점 82개를 작성한 오리올스 공격의 선봉장.
국내 프로야구면 이유 불문하고 번트다.
그러나 쇼월터 감독은 작전이 없었다.
강공이었다.
존스는 우타자이기 때문에 좌완 사바시아에게 유리한 입장.
최소한의 진루타를 노리며 바깥쪽 볼을 집중 공격해 타구를 우측으로 보내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볼카운트 2-2에서 사바시아의 체인지업에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4번 타자 맷 위터스는 방망이가 부러지면서 1루수 파울플라이.
2사 후 '모 아니면 도'식의 스윙으로 유명한 마크 레이널스는 유격수 땅볼로 아웃됐다.
오리올스는 황금같은 득점기회를 간단히 무산시켰다.
'위기 뒤에 찬스'라고
양키스는 오리올스 마무리 짐 존슨을
포수 러셀 마틴이 곧바로 결승홈런으로 두들긴 뒤 집중 5안타로 5득점하며 승리를 굳혔다.
존슨은 올해 양 리그 통틀어 최다 51세이브를 거둔 리그 최고 소방수.
하지만 1차전은 존슨의 날이 아니었다.
아웃카운트 하나 잡고 5안타 5실점(4자책)으로 KO당했다.
결과론이지만 오리올스가 8회말 득점을 얻어 승기를 잡았다면 존슨의 투구내용도 달라졌을 수 있다.
그게 야구다.
국내라면 경기 후 쇼월터 감독에게 8회 말 왜 보내기번트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나왔을 것이다.
이날 경기 후 패장 쇼월터 감독은 6개 질문을 받았다.
여기에 단 하나도 8회 무사 2루 상황에서 작전 또는 번트를 대지 않았느냐는 내용은 없다.
기자들의 질문은 시즌내내 잘 던진 짐 존슨이 어떻게 된 것이냐는 게 주였다.
이렇게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쇼월터 감독은 왜 존스에게 번트를 지시하지 않았을까.
국내에서는 이승엽에게도 번트를 대는 것이 당연하다.
존스는 확률적으로 번트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
존스는 번트 연습을 하지 않았다.
정규시즌에 한번도 번트를 대지 않는 타자에게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받는 플레이오프에서 이를 지시한다는 것은 메이저리그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연히 강공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존스에게 바랐던 것은 최소한의 진루타였다.
그러나 이 마저 헛스윙 삼진으로 끝났다.
또 하나 메이저리그의 불문율(Unwritten Rules)에 이런 경구가 있다.
'파워히터에게는 번트를 시키지 마라(Don't have a power hitter bunt.)'는 내용이 있다.
존스는 파워히터다.
비싼 돈을 내고 경기를 관전하는 팬들은 강타자에게 홈런을 원한다.
팬들은 알렉스 로드리게스에게 안타를 원하는 게 아니다.
한방을 원한다.
코칭스태프, 프런트, 팬 모두 강타자에게 이런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게 메이저리그다.
양키스 조 지라디 감독은 7회 무사 1,2루가 되자 톱타자 데릭 지터에게 보내기번트를 지시해 성공했다.
양키스에서 자주 볼 수 없는 스몰볼이다.
하지만 경기 막판 진루타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아쉽게도 지터의 번트 성공은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지터는 감독의 지시를 잘 수행해 덕아웃으로 돌아와 마치 홈런 친 타자처럼 동료들로부터 환호를 받았다.
메이저리그에서 번트 성공은 안타급이다.
지터는 톱타자이기 때문에 번트 성공확률이 높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번트 작전은 성공확률이 매우 높다.
번트를 성공하지 못하면 죄인취급받는 실정이다.
관전평을 쓰는 전문가들과 해설자들은
번트를 지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마치 이 것 때문에 게임을 졌다고 질타하고 비난을 퍼붓는다.
결과는 모르는 것이다.
국내 선수들이 번트를 잘 대는 이유는 훈련량이 많기 때문이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마니아리포트 문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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