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 백스톱]
벤치워머로 전락한 위기의 에이로드
고등학교 이후 벤치신세는 이번 디비전 시리즈가 처음
마니아리포트 | 문상열 | 2012. 10. 12
12일(한국시간)에도 미국의 동부, 중부, 서부 등 4군데 지역에서 디비전시리즈가 벌어졌다.
야구 뉴스가 톱이었다.
특히 전날 대타 라울 이바네스의 동점, 끝내기 홈런이 단연 압권이었다.
그러나 이날 아침 뉴욕 신문들의 스포츠 헤드라인은 극적인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 이바네스가 아니었다.
연봉 3000만 달러를 받으면서 벤치로 밀렸던 알렉스 로드리게스였다.
자극적인 제목뽑기로 유명한 뉴욕의 타블로이드지가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뉴욕 데일리는 종합면 커버로 라울 이바네스의 홈런 때리는 사진과 함께 'PINCH ME!'로 뽑았다.
스포츠면의 제목은 '누가 에이로드를 필요로 하나(WHOO NEEDS A-ROD!)'였다.
뉴욕 포스트지 역시 비슷했다.
종합면은 라울 이바네스의 이름으로 RAH RAH RAUL!이다.
스포츠면은 A-WHO!다 우리말로 '에이로드가 누군데'다.
두 신문은 제목으로 이미 에이로드를 뭉개버렸다.
전날 3차전 후 기자들은 에이로드에게 이바네스가 홈런을 쳤을 당시 벤치로 밀린 심정을 물었다.
에이로드는
" 10년 전 같았다면 묘한 입장이었을 것이다.
나도 많이 성숙했다.
팀이 이기는 게 중요하다." 며 팀원으로서 3-2 역전승이 훨씬 기뻤다고 강조했다.
사실 인터뷰 내용으로 에이로드의 감정을 알아채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한가지 분명한 점은
양키스 조 지라디 감독이
9회 말 슈퍼스타인 에이로드 타석에 대타 라울 이바네스를 기용해 승리를 이끌었다는 점이다.
감독으로서 매우 어려운 결단이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간판타자가 부진할 때 감독이 밀고 나가면 이른바 '믿음의 야구'라며 미화한다.
김인식 전 감독, 김경문 엔씨소프트 감독에게 자주 등장한 단어다.
그러나 타격이 극도로 부진할 때는 바꾸는 것도 경기를 풀어나가는 하나의 방편이다.
어떤게 좋다, 나쁘다 평가할 수 없다.
결과가 말해 줄 뿐이다.
텍사스 레인저스 론 워싱턴 감독이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와일드카드 게임에서 패한 뒤
선발 다르빗슈 유를 강판시키고 좌완 데릭 홀랜드로 매치업한 상황을 물어봤다.
워싱턴 감독은
" 선수를 교체했을 때 결과가 좋으면 적시에 잘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가 나쁘면 그대로 두지 왜 바꿨느냐고 한다.
나는 그대로 뒀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고 답했다.
결과를 놓고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게 야구다.
로드리게스가 포스트시즌에서 부진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잘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이 가장 큰 요인으로 보인다.
2009년을 제외하면 포스트시즌에서 제 역할을 한 적이 없다.
현재 포스트시즌 72타수 무홈런이다.
양키스 전 감독 조 토리는 에이로드가 부진했어도 벤치에 앉히지는 않았다.
워낙 몸값이 비싼 선수라 벤치에 앉힌다는 게 쉽지 않다.
토리 전 감독과 에이로드는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
그러나 지라디 감독은 용단을 내려 과감히 벤치에 앉혔고 결과는 대박이었다.
에이로드가 야구를 하면서 벤치로 밀린 경우는 고등학교 때 이후 처음이다.
현재 디비전시리즈에서 에이로드의 문제는 단순치가 않다.
극성팬들은 벌써 올시즌 후 트레이드를 해야 한다며 목청을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2017년까지 계약돼 있는 에이로드의 잔여 연봉은 무려 1억 1700만 달러다.
양키스가 연봉을 부담해도 영입할 팀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양키스가 2007년 11월 위험을 안고 42살까지 현역 생활을 해야 하는 10년 계약을 체결한 가장 큰 이유는
홈런 페이스 때문이다.
배리 본즈의 역대 최다 홈런(762개)을 뛰어 넘을 수 있는 타자는 에이로드다.
관중동원과 홈런하면 양키스 선수라는 상징성이 크게 작용했다.
행크 애런이 경신하기 전까지 양키스 출신 베이브 루스(714개)가 역대 최다 홈런 기록보유자였고,
마크 맥과이어에 의해 깨진 한 시즌 최다 홈런(61개)도 양키스 1루수 로저 매리스였다.
에이로드는 지난해부터 부상 등이 겹치면서 홈런기록이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09년, 2010년 30개 연속 홈런 이후
99경기에 출장한 지난 해 16개, 올시즌(12경기 출장) 18개로 뚝 떨어졌다.
현재 647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본즈의 762개에 115개가 모자란다.
예전 같으면 3시즌 정도에 몰아 쳤을 수 있는 수치다.
그러나 이제는 나이도 무시할 수 없다.
내년 시즌 38살이 된다.
12일 4차전에 로드리게스는 5번으로 처졌다.
오리올스 선발은 좌완 조 선더스다.
한편 양키스 조 지라디 감독은 부친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4차전 지휘봉을 잡아 팬들을 감동시켰다.
지라디의 부친 제리 지라디는 10년 동안 알츠하이머 병에 시달렸다가
현지 시간 11일 일리노이주 메타모라에서 81세에 타계했다.
양키스 선수들에게 4차전은 지라디 감독과 그의 부친을 위한 경기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마니아리포트 문상열]
MLB 최고 연봉선수 에이로드의 불편한 진실
'참, 왜 이러는 걸까요??!!'
'불편한 진실'의 그 말이 이처럼 어울리는 상황도 드물다 싶습니다.
요즘 에이로드, 뉴욕 양키스의 3루수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바로 그렇습니다.
당대 최고의 선수로 추앙받던 에이로드는
타고난 야구 선수이기도 하지만
그 전에 또 대단히 성실하고 모범적인 선수였습니다.
텍사스 레인저스 취재 시절 곁에서 본 그는
리더십도 있고 승리에 대한 열정이나 늘 성실한 훈련 태도 등 버릴게 없는 선수였습니다.
물론 그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관점에 따라 약간 다르기는 했습니다.
기자가 보기에는 팀을 다 보듬고 가기에는 조금은 그릇의 용량이 부족한 듯한 느낌도 주었지만
그건 10년 전, 그가 20대 중반이던 시절이었습니다.
2000년 시즌이 끝난 겨울 10년간 2억5200만 달러라는 전대미문의 계약을 하고 텍사스로 옮긴 그는
참 열심히 야구를 하는 선수였습니다.
< 당대 최고 타자이던 에이로드는
최근 3년간 계속 하락세에 최악의 포스트 시즌을 보냈습니다. >
텍사스에서 첫 3년간 에이로드는 52홈런 135타점, 57홈런 142타점, 47홈런 118타점을 기록했습니다.
3년 연속 홈런왕이었고 당대 최고의 거포이자 최고의 유격수였습니다.
심리학 박사과정을 밟던 여자 친구와 열애를 했고 결혼 소식도 있었습니다.
텍사스에서 월드시리즈 우승만 하면 탄탄대로의 최고의 삶은 보장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야구는 혼자 할 수는 없는 법,
투수진이 허약한 텍사스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텍사스는 천문학적인 에이로드 계약의 무게를 견뎌내지 못하고
그를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했습니다.
트레이드 거부권이 있었지만 에이로드는
황무지 같은 느낌의 텍사스를 떠나 미국 경제의 중심지인 뉴욕으로 옮기는데 전혀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어쩜 그것이 에이로드 몰락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에이로드의 첫 번째 패착은 데릭 지터가 있는 팀으로 갔다는 것입니다.
지터는 타고난 운동 능력은 분명히 에이로드보다는 떨어집니다.
한 시즌 50홈런을 칠 수도 없고,
50도루를 기록할 수도 없고 또 에이로드만큼 강한 어깨를 타고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데릭 지터는
에이로드는 물론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천재적인 야구IQ를 지녔고,
본능적으로 승리할 줄 아는 선수입니다.
중요한 순간에 자신의 역량을 120% 발휘할 줄 아는, 범접하기 힘든 야구 카리스마를 지닌 선수입니다.
지금도 유격수로서 에이로드의 수비력이 지터보다 약간 위라고 생각하지만
그 어떤 선수도 지터를 양키스 유격수에서 밀어낼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에이로드는 양키스로 옮기기 얼마 전에 큰 말 실수를 합니다.
당시 노마 가르시아파라와 함께 3대 유격수로 각광을 받던 그들이었는데,
에이로드는 홈런 능력 등에서 지터는 아무래도 한 수 아래라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양키스로 트레이드됐으니 지터가 그를 반갑게 맞았을 리가 없습니다.
지터가 반가워하지 않는데 그 어떤 선수가 살갑게 에이로드를 맞았겠습니까.
그리고 뉴욕의 나이트 라이프는 유부남 에이로드에게 문제였습니다.
마돈나와의 염문설을 비롯해 장외에서 구설수가 이어졌습니다.
웬만해서는 경기 외적인 문제를 건드리지 않는 미국 언론이지만
도덕성의 문제는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습니다.
결국 거액의 위자료를 주고 이혼을 했습니다.
그리고 카메론 디아스와의 열애설도 터졌습니다.
그런 와중에 2009년 치명적인 스테로이드 사건이 터졌습니다.
MLB 사무국과 선수노조는 지난 2003년 9월 비밀리에 약물 검사를 실시한 결과
1198명의 선수들 중에 무려 104명의 선수들이 양성 반응을 보였습니다.
2003년 검사는 철저히 무기명으로,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알려질 수 없다는 원칙하에 진행이 됐습니다.
오로지 실태 파악을 위한 것이며,
검사가 끝나면 모든 자료는 폐기 처분한다는 전제하에 진행된 검사였습니다.
그런데 어떤 경로로 2009년 한 스포츠지가 에이로드가 그 104명 안에 포함됐다고 폭로했습니다.
에이로드는 곧 기자 회견을 열고
2003년에 사촌의 권유로 금지약물을 주사 맞은 적이 있다고 털어놓고,
2003년 목 부상 이후로는 절대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미 그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을 쳤습니다.
워낙 뛰어난 능력에 높은 인기를 구가하던 그였기에 실망도 더 컸습니다.
공교롭게도 2009년부터 에이로드는 이런 저런 부상에 시달리기 시작했습니다.
12년 만에 가장 적은 30홈런에 100타점을 기록했고,
2011시즌에는 99경기밖에 뛰지 못하면서 16홈런 67타점에 그쳤습니다.
1996년 풀타임으로 뛰기 시작한 이래 가장 저조한 성적이었습니다.
올해도 122경기에 그쳤고 18홈런 57타점이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최고의 무대인 가을 잔치에서 충격적인 에이로드 실종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평균 연봉 3000만 달러를 받는 타자가 양키스 라인업에서 사라진 것입니다.
12일 양키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뉴욕 양키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ALDS 3차전.
1-2로 뒤진 가운데 에이로드의 타순이 돌아왔습니다.
마운드에는 정규 시즌 51세이브의 최강 마무리 짐 존슨이 버텨
예전 같으면 최고의 매치업으로 야구팬을 흥분시킬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조 지라디 감독이 에이로드를 뺐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팀 최고 연봉 선수를 교체한다는 것,
에이로드 급의 스타를 뺀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그것이 현실이었습니다.
볼티모어와의 디비전 시리즈에서 4경기를 뛴 에이로드는
1할1푼1리에 0홈런 0타점으로 부진했기 때문입니다.
대타로 나선 라울 이바네스는 극적인 동점 홈런을 쳤을 뿐 아니라 연장전에서 끝내기 홈런까지 쳤습니다.
어쩌면 이 사건은 에이로드의 시대가 확실하게 하강 곡선을 타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일 것입니다.
보통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니지만
에이로드는 가장 먼저 뛰어나와 이바네스의 홈런을 반기는 모습을 보이긴 했습니다.
그런데 '왜 이러는 걸까요?'라는 그 질문을 제대로 던질 사건이 또 터졌습니다.
대타로 교체된 후 에이로드
가 클럽하우스 직원을 시켜 관중석의 두 여성 팬에게 야구공을 전달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자신의 전화번호가 적힌.
어쩌면 자신의 야구 생애에 최악의 순간이었을지도 모를 그런 상황에서 관중석의 여성팬을 유혹하려 했다니
정말 왜 그랬는지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소문이 일파만파 퍼졌고
결국 사실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에이로드에 대한 양키스 팬의 실망은 완전히 바닥을 쳤습니다.
그 후 라인업에서 계속 빠진 것도 이 사건에 대한 문책성이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ALCS에서 1할1푼1리를 기록한 것보다 훨씬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 에이로드의 트레이드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본즈의 762홈런 기록 돌파도 불투명합니다.
아직 5년 1억 달러 이상의 계약은 남아있습니다. >
양키스는 디트로이트에 4연패하며 허망하게 탈락했고 곧이어 에이로드 트레이드설이 나왔습니다.
마이애미 말린스와 협상이 시작됐다는 구체적인 소문도 돌았습니다.
에이로드 자신은 뉴욕을 떠날 의사가 없으며
내년에 확실하게 자신의 능력을 다시 입증하겠다는 말도 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든 않든, 양키스가 원하든 않든
만 37세의 지는 해 에이로드를 데려갈 팀이 있을까요?
특히 앞으로 5년간 1억140만 달러의 봉급이 보장돼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알고도 말입니다.
물론 에이로드를 보유한 팀에게 보너스는 있습니다.
그가 이어갈 홈런 기록과 그리고 최다 홈런 기록에 대한 도전입니다.
에이로드는 현재 647개의 홈런으로 현역 중에는 단연 1위이고 MLB 사상 5위에 올라 있습니다.
13개를 더 치면 윌리 메이스와 동률이 됩니다.
내년에는 메이스를 넘어설 가능성이 큽니다.
그 다음은 베이브 루스입니다.
현재 67개가 남았습니다.
2위 행크 애런과는 108개 차이가 나고
통산 홈런 1위인 배리 본즈에는 115개가 뒤져있습니다.
역대 홈런 랭킹
1. 배리 본즈 762
2. 행크 애런 755
3. 베이브 루스 714
4. 윌리 메이스 660
5. 에이로드 647
그러나 이번 포스트 시즌에 3경기나 벤치를 지켰고
25타수 3안타 1할2푼에 홈런과 타점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한 그의 모습은 대단히 무기력했습니다.
게다가 만 42세가 될 때까지 연평균 2300만 달러 정도를 지불해야 합니다.
우리 돈으로 연봉 250억 원이 넘습니다.
에이로드는 트레이드 거부권도 있습니다.
과연 그를 데려갈 팀이 나올지 지극히 의심스럽습니다.
반면 아직은 에이로드에 대한 희망을 버릴 수 없다는 점도 작용할 것입니다.
에이로드가 부상을 완전히 씻고 자신의 장담대로 제대로 동계 훈련을 소화한다면
30홈런 100타점의 능력이 있다는 평가가 여전히 나옵니다.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루스의 기록을 넘어서고 본즈의 기록을 깬다는 것은
확실하게 팬 몰이를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사건입니다.
결국 양키스가 잔여 봉급 대부분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에이로드가 트레이드 거부권을 사용하지 않을 팀으로 보내는 일은
이번 겨울에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에이로드의 2013시즌은 기대 반 우려 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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