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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감독 출신 영입한 콜로라도 로키스

leekejh 2012. 11. 9. 23:55

 

       [문상열의 백스톱]

              고교감독 출신 영입한 콜로라도 로키스

         새롭고 신선한 생각에 합리적인 판단력 갖춘 뉴 페이스도 필요

 

                                                                                  마니아리포트 | 문상열 2012. 11. 09

 

 

우리는 어려서부터 어른들로부터 귀가 따갑도록 " 모난 돌이 정맞는다." 는 속담을 들어왔다.

그러다 보니 사회 구성원이 되어서 '튀는 행동'은 금물이 돼버린다.

한국 사회가 정의를 구현하지 못하는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잘못된 행동에 시시비비를 걸려고 하지 않는다.

좋은게 좋다는 식이다.

1945년 해방 후 67년이 됐어도 일본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하고 역사 바로잡기를 못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 사회는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데 인색하다.

튀는 행동으로 낙인찍어 버린다.

조직 역시 오픈 마인드가 결여돼 있다.

닫힌 조직이 될 수 밖에 없다.

 

국내에서 프로야구 기자를 할 때 이런 점에서 실감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국내 프로야구 투수들의 경우 메이저리그의 트렌드를 따라 가는데 수년이 걸린다.

투심 패스트볼, 체인지업, 커트 패스트볼이 투수들의 주무기로 정착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꽤 시간이 흐른 얘기지만

롯데 자이언츠의 박동희(작고)는 메이저리거 출신 인스트럭터가 가을훈련에 와 투심 패스트볼을 지도했다.

그러나 끝내 마운드에서 한번도 활용하지 못했다.

본인의 의지도 적었지만 당시 투수코치들은

" 제구력도 나쁜데 투심 패스트볼을 던져서 어떻게 할려고 하느냐." 며 말렸다.

 

박동희는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커브 3구종만 구사했다.

투심 패스트볼은 홈플레이트에서 자연스럽게 떨어져 '싱킹 패스트볼'로도 통한다.

박동희로서는 제구력에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이 볼을 던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를 극복하고 투심 패스트볼을 터득했으면 그의 야구인생도 바꿔 놓을 수 있었다.

체인지업 역시 마찬가지였다.

교육리그와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인스트럭터로부터 체인지업을 배운 투수들은

시범경기 때 이 볼을 던지게 된다.

그러나 체인지업을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하면 배팅볼이 돼버리는 게 체인지업의 약점이다.

 

체인지업이 통타를 당하고 덕아웃으로 들어오면 투수코치가 물어본다.

" 지금 뭐 던진거야."

투수가

" 체인지업이요."

그러면

" 니 볼이나 잘 던져! " 라며 면박을 준다.

그 투수는 투수코치와 함께 있는 한 체인지업을 구사할수 없게 된다.

요즘은 인터넷과 SNS 시대여서 이런 지도자들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기자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여전히 구태는 존재하고 있다.

 

감독 선임도 마찬가지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신선한 감독의 등장은 없다.

대부분 예상된 지도자들이다.

넥센 히어로스의 염경엽 감독도

코치 생활을 오래했기 때문에 나이가 어린 것 뿐이지 깜짝 놀랄 의외의 감독 선임은 아니다.

9일(한국시간) 콜로라도 로키스

메이저리그 14년 경력의 유격수 출신 월트 와이스(49)를 새 감독으로 임명했다.

로키스는 최희섭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짐 트레이시 전 감독이

성적부진의 책임을 안고 시즌 후 사임해 공석중이었다.

와이스는 1988년 오클랜드 에이스 신인왕 출신으로

수비가 뛰어난 유격수로 2000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유니폼을 입고 은퇴했다.

로키스는 1994-1997년까지 로키스에서 활동한 인연으로 그를 감독으로 임명했다.

은퇴 후에도 로키스의 특별 인스트럭터와 프런트의 고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가족들과 시간을 갖기 위해 로키스를 떠났고 아들의 고교야구 감독을 지냈다.

 

미국은 가족들과의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고려한다.

특히 아들, 딸의 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보내는 게 일반적이다.

감독 자리가 나와도 멀리 떨어지면 포기한다.

대학부터 가족들과 떨어지는 게 미국 생활이다.

만약 국내 프로야구에서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는데 고등학교 지도자 출신을 뽑을 수 있을까.

애시당초 감독 후보 물망에도 오르지 못한다.

설령 현역 생활을 프로에서 했다고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난 해 오프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선임된 감독 가운데 두 명이 화제에 올랐다.

코치 경력이 전무해서다.

메이저리그 역대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이 전무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마이크 매테니(42)와

시카고 화이트삭스 로빈 벤추라(45) 감독이 주인공이었다.

 

이들은 메이저리그는 고사하고 마이너리그 코치 경력도 없었다.

프런트 간부들은 이들이 카디널스와 화이트삭스에서 활동할 때의 인간성과 리더십을 판단했던 것이다.

공통점은

벤추라가 3루수 부문 골드 글러브를 6차례 수상했고,

매테니는 포수부문 4회 수상 경력자다.

야구에서 수비는 항상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이들이 코치 생활은 하지 않았지만 야구와 인연을 끊었던 것은 물론 아니다.

매테니는 카디널스 인스트럭터, 고문을 지낸 바 있다.

벤추라는 ESPN 대학야구를 해설했다.

 

올시즌 코치경험 전무의 두 감독은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카디널스는 와일드카드로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랐다.

월드시리즈 진출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기세에 눌려 3승4패로 무릎을 꿇었으나

지도자 능력은 인정받았다.

벤추라의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승률 5할 이상 작성이 어려웠던 팀이다.

아지 기옌 감독(마이애미 말린스에서 해고)이 떠난 후 오프시즌 프리에이전트 영입이 거의 전무했다.

그러나 벤추라는

시즌 내내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주에 디트로이트에 지구우승을 빼앗겼다.

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킨 매테니는

카디널스가 디펜딩 월드시리즈 챔피언이어서 내셔널리그 감독상 후보 최종 3인에서 제외됐다.

신시내티 레즈 더스티 베이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브루스 보치, 워싱턴 내셔널스 데이비 존슨 등이다.

그러나 아깝게 지구우승을 놓친 화이트삭스의 벤추라 감독은 아메리칸리그 감독 후보 최종 3인에 올랐다.

오클랜드 에이스 봅 멜빈, 볼티모어 오리올스 벅 쇼월터 등과 함께 벤추라도 감독상 최종 후보다.

감독상은 14일 발표된다.

지난 오프시즌 지도자 경험 전무의 두 감독을 영입한 신선한 뉴스는 2012시즌 성적으로도 이어졌다.

야구감독에게 경험이 중요하다.

그러나 새롭고 신선한 생각을 갖고 있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뉴 페이스 감독도

때로는 성공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고교감독을 지낸 월트 와이스의 감독 임명도 그래서 신선하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마니아리포트 문상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