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시즌 2승에 통산 100승…3타수 3안타
‘베이브 류스’ 타자 해도 되겠어
“고교 때도 친 적 없어 나도 놀라”
다저스 더그아웃에 웃음보
중앙일보 | 하남직 | 입력 2013.04.15
베이브 류스, 류게릭, 류얼 몬데시, 켄 그리피 류니어…. LA 다저스 팬들은 14일(한국시간) 류현진(26·LA 다저스) 별명 붙이기에 심취했다. 다저스는 트위터를 통해 전 세계 야구팬들에게 류현진의 새 별명을 소개했다. 베이브 루스와 루게릭, 라울 몬데시, 켄 그리피 주니어 등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전·현역 타자들의 이름 속에 류현진의 '류(Ryu)'가 들어갔다. LA 타임스는 "베이브 류스가 14일 7-5 승리를 이끌었다"고 표현했다. '타자 류현진'에 대한 놀라움의 표현이었다.
◆100승 투수, 한 경기 3안타=류현진은 14일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미국 프로야구 애리조나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4피안타·3실점·9탈삼진의 호투로 시즌 2승을 올렸다. 한국에서 98승을 거뒀던 그는 개인 통산 100승을 채웠다. 메이저리그 성적은 2승1패, 평균자책점 2.89다.
류현진은 이날 9번 타자로 나서 3타수 3안타를 기록했다. 3안타 모두 2011년 내셔널리그 다승왕(21승) 이언 케네디(29)를 상대로 쳐냈다. 류현진은 3회 초 1사 후 케네디의 150㎞짜리 강속구를 받아 쳐 우측 펜스를 때리는 2루타를 만들었다. 5회 초에는 중전안타를 쳤고, 6회에는 152㎞짜리 공을 우전안타로 연결했다. 류현진은 맷 캠프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메이저리그 첫 득점도 기록했다.
다저스 더그아웃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잭 그레인키가 등판했을 때 (류현진을) 대타로 써도 되겠다"고 농담했다. 류현진은 "나도 놀랐다. 고교 때도 한 경기에 3안타를 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투수 실버 슬러거 후보?=다저스에서 투수 3타수 3안타는 1999년 6월 26일 카를로스 페레스 이후 14년 만에 나왔다. 박찬호는 샌디에이고 시절인 2006년 5월 16일과 6월 3일, 두 차례 3안타를 쳤다.
류현진의 현재 타율은 0.429(7타수 3안타)다. 다저스 투수 중 "타격에 가장 소질이 있다"고 평가받은 커쇼(0.286·7타수 2안타)보다 안타 한 개를 더 쳤다. 류현진의 팬들은 벌써부터 '투수 실버 슬러거'를 언급한다.
메이저리그는 매년 감독과 코치의 투표로 포지션별 최고 타자인 실버 슬러거를 선정한다. 내셔널리그는 투수 중에서도 실버 슬러거를 뽑는다. 아메리칸리그는 76년부터 지명타자 제도를 썼지만 내셔널리그는 '야구는 9명이 한다'는 원칙을 앞세워 투수를 타석에 세운다. 투수들의 평균 타율은 0.150 내외다. 타율 2할대에 홈런을 친다면 실버 슬러거 후보로 떠오른다.
류현진은 동산고 시절 '좌투우타의 특이한 선수'로 주목받았다. 고교 통산 61타수 18안타(타율 0.295)로 준수한 성적을 냈다.
하지만 이미 감을 찾았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타격이 기대 이상이다. '장난치는' 수준이 아니다. 파워포지션에서 히팅포인트로 가는 순간이 짧다. 다른 팀들도 타석에 선 류현진을 경계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하남직 기자 <jiks79joongang.co.kr>
▶류현진의 말=안타를 쳐서 기분이 좋다. 득점으로 연결돼 더 좋았다. 마운드는 물론 타석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 아직 내 타격은 클레이턴 커쇼에 미치지 못한다. 커쇼는 이미 홈런을 치지 않았나. 개인 통산 100승은 큰 의미는 없다. 등판할 때마다 이기는 게 목표다. 오늘은 직구·체인지업·슬라이더·커브 4개 구종을 모두 던졌다. 상황에 맞게 잘 들어가는 공을 택했고 잘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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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직 기자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center/v2010/power_reporter.asp
'투수 강판 시킨 투수' 류현진… 더 큰 화제는?
구종 끊임없이 발전… 감독 "슬라이더·커브도 자유자재로 던지더라"
천부적 재능에 노력까지… 겉으론 만사태평이지만 승부근성 '괴물'급
스포츠한국 | 한국아이닷컴 조옥희기자 | 입력 2013.04.15
타자로 나와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를 강판시켜 '멘붕'에 빠뜨린 투수, 투수이면서 전설의 강타자 베이브 루스의 이름을 딴 '베이브 류스'라는 별명을 얻은 선수, 왼손으로 던지고 오른손으로 치고 두 발로 뛴 선수…. 류현진의 14일 경기가 온갖 화제를 낳고 있다. 그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나와 한·미 통산 100승 고지에 올랐다. 이쯤 되면 그의 별명을 '괴물'이 아니라 '헐크'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천진난만한 건 그의 얼굴 표정뿐. 무서운 승부욕으로 상대팀을 공포에 빠뜨린 그의 가슴엔 거대 헐크가 숨어 있는 게 분명하다. 대체 평소 어떻게 몸과 마음을 관리하기에 이토록 놀라운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었을까.
↑ 류현진(스포츠한국DB)
# 류현진이 그러면 도망간다고?
다저스 선발 잭 그레인키가 왼쪽 쇄골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은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진 뒤 류현진은 "타자가 내게 달려들면 재빨리 도망치겠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런데 류현진은 정말 타자가 달려들면 도망칠까? 류현진은 투수라면 항상 각오하고 있어야 하는 상황을 염려한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이 "너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겠나"라고 묻자 대답 대신 이단 옆차기를 선보였다. 매팅리 감독은 그 모습을 보고 폭소를 터뜨렸다는 후문이다. 폭력사태가 결코 바람직하진 않지만 류현진은 기선을 제압 당하는 것보다 박찬호가 그랬던 것처럼 이단 옆차기를 해서라도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각오를 표현한 셈이다. 류현진의 무서운 승부근성을 확인할 수 있는 일화다.
# 류현진, 평소에도 만사태평?
데뷔전에서 불성실한 주루로 언론과 매팅리 감독으로부터 아픈 질책을 들었을 때 류현진은 변명하지 않았다. 그는 "실망을 드려서 죄송하다. 다음부터는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말로 변명하기보단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것. 실제 류현진은 빅리그 두 번째 경기에서 방망이가 날아갈 정도로 호쾌한 스윙으로 경기에 임하는 태도가 바뀌었다는 걸 입증했다. 그리고 그는 14일 3타수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 중 한 명인 애리조나의 이안 케네디를 상대로 3타수 3안타를 때리는 놀라운 활약을 보였다. 케네디는 "투수에게 안타 3개나 얻어맞은 것은 정말 우스운 일"이라면서 침통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데뷔전 경험을 되새김질하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류현진의 치열한 마인드 관리가 없었더라면 팬들은 이날 영화같은 장면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류현진은 투수로서 투타를 함께하는 어려움은 없느냐는 물음에 "장단점이 있지만 투수 경험이 타석에 설 때 도움이 되고 경기 내내 긴장감이 유지돼 투구할 때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만사태평한 듯 보이는 건 표정일 뿐. 류현진의 경기 몰입도는 몬스터급이었던 것이다.
# 천부적 재능에 노력까지…
류현진은 직구과 체인지업만으로도 한국 야구를 호령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돋보이려면 또 다른 무기가 필요했다. 그는 국내 리그에서 자주 사용하지 않은 구종인 슬라이더와 커브마저도 완벽에 가깝게 구사함으로써 감독을 감탄시켰다.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은 언제나 꾸준히 피칭을 한다"면서 "내가 류현진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던지는 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고 칭찬했다. 매팅리 감독은 "구속도 자기 속도를 냈고 제구도 잘 돼 변화구도 잘 통한다.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등 모든 구종을 자유롭게 던질 수 있다"고 류현진을 높이 평가했다. 커크 깁슨 애리조나 감독도 류현진의 투구를 처음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류현진은 자신이 던질 수 있는 모든 구종을 맘껏 던지더라"면서 "그의 공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애리조나 4번 타자인 폴 골드슈미트는 "류현진은 패스트볼 제구부터 체인지업, 느린 커브, 하드 슬라이더까지 구사하더라"면서 "모든 구종을 자유자재로 섞어 던지자 우리 타자들 밸런스도 완전히 무너졌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애리조나전의 가장 큰 수확은 류현진이 '잘 치는 투수'라는 사실을 발견한 게 아니라 투수로서의 자질이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는 걸 확인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아이닷컴 조옥희기자 hermes@hankooki.com
3경기에서 2승을 거둔 류현진의 놀라운 적응력
첫 경기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가운데 다소 성급한 승부로 많은 안타를 허용했다면 두 번째 경기는 지나치게 신중한 진행으로 몰리다가 초반에 고전했습니다. 두 경기 모두 류현진(26)의 '괴물 본색'과는 약간 거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건 당연합니다. 아무리 천하의 류현진이라고 해도 메이저리그 데뷔부터 전혀 떨지도, 긴장하지도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인간인 이상 긴장도 하고 머릿속이 복잡하고 부정적인 생각이 들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한국 프로야구 무대에서 190경기를 뛰며 98승52패 평균자책점 2.80의 기록을 남긴 베테랑 류현진이지만 빅리그 첫 등판, 마운드에서 입술이 말라 마른침을 삼키는 모습을 오랜만에 봤습니다. 아니, 거의 처음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그의 평소 느긋하고 천하태평인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슬며시 웃음도 나왔습니다.
< 류현진은 MLB 첫 시즌 초반부터 빅리그를 가슴 가득히 품기 시작했습니다. ⓒ민기자닷컴 >
그러나 류현진은 역시 류현진입니다.
어차피 삶이란 두려움과의 싸움이고, 두려움의 원천이 다가올 미래의 불확실성에 기인한다면 류현진은 그 두려움과 불확실성과의 싸움에서 놀라울 정로도 빠르게 적응해가고 있습니다. 1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진출 후 첫 원정 경기로 만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와의 경기에서 류현진은 초반부터 상대 타자를 윽박지르며 전력투구를 했습니다. 1회말 1번 타자 팔락을 서서 삼진으로 잡고 시작하더니 6회까지 무려 9개의 삼진을 잡으며 애리조나 타선을 압도했습니다. 6회까지 투구수는 99개. 전력 투구한 99개의 여파는 7회초 2연속 안타로 이어졌고, 불펜이 잔류 주자를 모두 실점으로 허용해 자책점이 3점이 된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불펜이 막아줄 류현진의 잔류 주자를 생각하면 큰 미련은 없습니다.
야구는 때론 인생보다 공평합니다, 적어도 기회가 똑같이 주어진다는 면에서는. 어떤 팀이든 선수이든 똑같이 27개의 아웃 카운트를 두고 싸움을 합니다. 류현진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에서 최선을 다했고 그의 동료 구원 투수들 역시 최선을 다했지만 어제는 조금 부족하고 불안했습니다. 그러나 남은 긴 시즌, 그들의 도움으로 승리를 챙길 기회는 분명히 수차례 옵니다.
이날 류현진의 삼진 퍼레이드는 두 가지 측면에서 대단히 인상적이었습니다.
9개의 삼진을 잡았는데 그 대상이 무려 8명이었습니다. 6번 타자 알프레도 마르테를 제외한 1번부터 9번 중에 8명의 타자가 적어도 한 번씩 류현진에게 삼진을 당했습니다. 서서 당한 삼진도 4개나 됐습니다. 상하위 타선을 가리지 않고 이렇게 고른 삼진을 잡는 것은 참 드문 일입니다. 그리고 류현진은 디백스 타자들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는데 특별히 한 구종을 주무기로 삼지 않았습니다.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강속구까지 자신이 보유한 모든 무기를 섞어가며 삼진 퍼레이드를 펼쳤습니다.
류현진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5km를 약간 상회합니다. MLB 왼손 투수 평균보다는 약간 높지만 타자를 압도할만한 150km의 이상의 평균 구속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체인지업과 커브, 슬라이더를 지녔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구종을 자신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지점'으로 꽂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보통 선발 투수는 3가지 이상의 구종을 지녀야하고 그 중에 적어도 두 개는 언제든지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류현진은 4가지 구종을 보유했고 그 모두를 스트라이크로 던질 수 있는 제구력까지 겸비했습니다. 확실한 결정구가 없다고 지적할지 모르지만 역으로 말하면 4가지의 결정구를 지니고 있다고 반론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커브나 슬라이더의 실투 비율이 강속구나 체인지업보다 다소 높을 수는 있지만 네 가지 구종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투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15일 현재 류현진은 20탈삼진으로 NL 공동 7위에 올랐습니다. 9이닝 당 삼진 9.64개는 동료 클레이턴 커셔와 함께 나란히 리그 공동 8위입니다. 삼진과 볼넷 비율 6.67은 NL 5위입니다. 3번의 퀄리티 스타트는 17명과 함께 공동 1위.
삼진 능력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꼭 필요할 때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결정적인 무기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류현진이 155km를 상회하는 압도적인 강속구 투수에 비해 의도적으로 삼진을 잡는 능력은 조금 뒤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구질과 제구력, 영리한 피칭으로 삼진을 잡아내는 능력은 분명히 대단한 강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직 타자들에게 류현진이 생소한 면이 이점으로 작용하는 것도 있지만 앞으로도 타자들의 머릿속은 복잡할 것입니다. 4가지 구종이 언제 어떤 곳으로 날아들지 알 수 없고, 류현진의 투구는 반복되는 패턴이 없다는 강점도 있습니다. 즉 예측이 쉽지 않으니 생각할 게 많아지는데, 타석에서 생각이 많으면 투수 공략에 실패할 확률도 높아집니다. 자신은 특별히 결정구가 없다고 말하는 이 투수가 더욱 무서운 이유입니다.
그러나 이제 겨우 3경기, 모든 것이 장밋빛일 수는 없습니다.
디백스전에서 류현진은 초반부터 전력투구를 했고 7회 들어 위력이 조금 떨어지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7회말 선두 마르테에게 맞은 안타는 3루수 크루스의 수비가 다소 아쉽긴 했지만 강습 타구였습니다. 그리고 두 번의 전 타석에서 여유 있게 연속 삼진으로 압도했던 윌슨에게도 좌전 안타를 허용하고 내려갔습니다. 한계 투구수의 극복이라든지 체력 안배 등은 앞으로 과제일 수 있습니다.
이번 주말부터 시작되는 본격적인 장거리 원정 역시 어떤 영향을 끼칠지 궁금합니다. 그러나 사실 전세기가 대기하고 있고 비교적 편안히 이동하는 장거리 원정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5일 간격의 빡빡한 등판 일정이 조금 더 걱정이 되기는 합니다. 거의 모든 타자와 전력투구를 하면서 경기를 치르고 4일 휴식 후에 꼬박 꼬박하는 일정에는 분명히 익숙지 않은 류현진입니다. 한국프로야구에서는 1주일에 한 번 정도 등판하는 것이 더 익숙했습니다. 5월까지는 그래도 일정에 1주일에 하루 정도 휴식일이 끼어 있지만 6월초에는 13연전이 잡혀있고, 후반기도 10연전, 14연전 등이 펼쳐집니다. 그저 하다보면 익숙해지는 과정이 아니라 체력 안배와 보강의 문제가 걸린 문제입니다. 첫 시즌이기 때문에 중반기를 넘어서면 극복하는데 어려움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보여준 류현진의 적응력과 당당함은 참 대단하다고 밖에는 다른 말을 할 수 없겠습니다. 인간이 가장 적응력이 뛰어난 동물이지만 이 친구는 참 특별한 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일반인이 느끼는 감정이나 동요가 없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러나 대범하게 넘기는 능력은 분명히 타고났습니다. 불편한 것을 마음에 오래 담아두지 않는 심성은 거의 매일 경기를 하는 야구 선수나 특히 투수에게는 하늘이 준 선물입니다. 매팅리 감독도 가장 감탄하는 것은 마운드에서의 평정심과 담대함이고, 메이저리리그 스카우트도 만장일치로 꼽는 류현진의 강점입니다. 실력과 배짱과 무기를 갖추고 무서운 적응력까지 발휘하고 있는 '코리언 몬스터'의 본색이 빠르게 야구의 본토를 공략하는 느낌입니다.
< 첫 원정 경기에서 쾌승은 물론 3안타쇼를 펼친 류현진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습니다. TV 캠쳐 >
참, 어제의 깜짝쇼였던 3안타 경기.
박찬호도 홈런도 치고 타격이 아주 좋았던 투수였지만 다저스에서 3안타를 친 기억은 없습니다. 어제 3개의 안타는 모두 145~150km의 강속구였는데 높은 코스와 몸쪽, 낮은 코스 등 다양했습니다. 그러나 주로 인사이드아웃 간결한 스윙으로 방망이의 스위트 스폿에 정확히 때려내는 모습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타자 류현진'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것은 좀 무리입니다. 캠프에서 만났을 때 류현진은 올해 2할 타율에 홈런도 하나는 치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2할 치는 투수는 거의 없다고 하자 '찬호형도 2할 못 쳤나요? 그럼 1할5푼으로!'라며 해맑게 웃던 기억이 납니다.
어제 첫 번째 2루타는 상대 수비가 투수 류현진을 얕보고 전진 수비를 했다가 맞은 것입니다. 물론 제대로 때려낸 호쾌한 타격이었지만 정상 수비였으면 잡힐 수도 있었습니다. 이제 3안타 경기로 선전 포고를 했으니 앞으로 상대 팀에서도 류현진 경계령을 내일 것은 분명합니다. 예전에는 상대 투수를 상대할 때 변화구를 던지면 수치로 알던 시대도 있었지만 앞으로 류현진을 잡으려고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입니다. 그래도 정타로 맞추는 타격 능력을 확실히 보여준 이상 잘하면 홈런 하나 정도는 쳐내지 않을까 은근 기대는 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안정적으로 희생 번트를 댈 수 있는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초반 적응이 올 시즌과 앞으로의 장래에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류현진은 첫 시즌 초반에 기대 이상의 적응력을 과시하며 3경기에서 2승1패 2.89의 성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부터 동부 원정에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뉴욕 메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이 예정돼 있습니다. 첫 시즌은 계속되는 새로운 도전과 생소한 과제와의 싸움의 연속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그가 마운드에 있으면 불안하지 않다는 느낌을 메이저리그와 다저스 팬들에게도 점점 빠르고 강인하게 각인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류현진은 적응의 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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