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혜택 점수제, 개선되면 더 좋은 제도다
병무청이 최근 대한체육회를 통해 국내 각 스포츠단체에 '예술·체육요원 제도 개선안'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내려 보냈다. 기존 병역혜택 제도를 점수제로 바꾸는 게 골자다. 종전까지는 올림픽 메달(금·은·동) 혹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딸 경우 병역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대회별·성적별로 산정된 점수를 모두 합해 100점을 채워야만 병역혜택 대상자가 된다. 체육계는 일단 반발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올림픽 동메달과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주어지던 병역혜택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턱대고 반발해서는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병무청의 공문은 확정이 되지 않은 안에 불과하다. 앞으로 병무청과 대한체육회가 협의를 거쳐 최종안이 도출된다. 지금부터 체육계가 노력해야할 것도 병무청과의 원활한 협조와 협의를 통해 좀 더 효과적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 왜 점수제로 전환하려고 하나
국민들의 정서가 메달에 대해 병역혜택을 가능한 한 많이, 그리고 무조권 줘야한다는 과거 생각에서 많이 달라졌다. 이로 인해 제기되고 있는 일반 사람들과의 평형성 문제도 이유가 된다. 또 무척 예민한 문제이지만 일부 프로선수들의 메달 한 탕 주의도 점수제 전환에 영향을 미쳤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만 딴 뒤에는 국가대표 부름을 부상 등 이유로 거부해 온 그릇된 관행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병역혜택을 받은 몇몇 인기종목 스타들이 이후 대표팀 차출을 거부하면서 잡음이 일었고 그게 국민들의 거부감을 일으켰다는 게 병무청 시각이다.일단 한탕주의가 아니라 누적 점수제가 이뤄지면 선수들은 국가대표의 부름을 거부하기 힘들게 된다.
■ 점수제 전환은 잘 한 일이다
점수제 전환은 환영받을 일이다. 4년 마다 한번 있는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소수대회 성적보다는 여러 대회에서 다양한 성적을 통해 병역혜택 여부가 결정되는 게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올림픽,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은 이에 동의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올림픽, 아시안게임에서 부진해 메달을 따지 못하면서 병역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운한 선수들이 훨씬 많다. 점수제에 해당되는 대회 수, 메달에 주어지는 점수에 대해서는 불만이 있을 수 있겠다.하지만 기본적으로 다양한 대회, 다양한 결과의 합으로 병역혜택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한 두 차례 대회 성적으로 결정하는 것보다 훨씬 합리적이다.
■ 흥분하지 말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자
체육계는 일단 반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올림픽 동메달에 곧바로 주어지는 병역혜택이 없어진 데 대한 불만이다. 그래서 체육계는 선수들의 사기저하를 걱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체육계가 인식해야할 점은 병무청도 이 같은 부정적인 효과를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에 병무청이 내려 보낸 예술·체육요원 제도개선(안) 3페이지에는 누적점수제 도입에 따른 장단점이 명기돼 있다.장점은 병역이행의 형평성·공공성 제고, 과도한 특혜라는 부정적 인식 개선, 체육요원 인정대회 확대로 형평성 제고, 예술요원 인정대회 축소로 특혜시비 최소화 및 정예화다. 반면 단점으로는 추가 입상 부담으로 대상자 불만, 체육·예술계 사기저하 우려, 예술요원 인정대회 축소로 예술단체 반발 우려 등이다.병무청도 이 같은 단점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에 체육계는 감정적으로 대등하지 말고 이성적으로 대처하면 많은 점을 해결할 수 있다.병역의무는 국민 4대 의무 중 하나이며 신성하게 수행돼야할 부분이다.
■ 올림픽 동메달, 아시안게임 금메달 점수를 올리자
체육계 측면에서 보면 올림픽 동메달, 아시안게임 금메달에도 병역혜택이 계속 부여되는 게 좋다. 그러나 이건 체육계 희망사항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는 배정된 점수를 올리는 것이다. 올림픽 금메달은 120점, 은메달은 100점이라 금은을 따면 곧바로 병역혜택이 주어진다. 그러나 동메달은 60점이기 때문에 병역혜택이 없다. 동메달은 세계 3위를 의미한다. 그건 정말 해내기 어려운 일이다.올림픽 동메달 점수를 70점 또는 80점 정도로 높일 필요가 있다.아시안게임 금메달은 50점이다. 즉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2개를 따야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아시안게임 2연패가 어렵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아시안게임 금메달 점수는 지금 50점에서 60점 이상은 돼야 세계선수권 점수와 합해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병역혜택을 바라볼 수 있다.
■ 올림픽 8위 또는 10위까지 점수를 주게 하자
현재는 올림픽 6위까지 점수가 주어진다. 그런데 이걸 8위 또는 10위까지 늘리는 것도 고려돼야 한다. 올림픽에서는 종목에 따라 결선을 8명 또는 10명으로 치르는 종목이 있다. 일단 결선에 올라갔다면 점수를 주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 올림픽 메달은 어려워도 결선진출이라는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선수들도 동기를 부여받을 수 있다.
<그림 1·병무청의 체육요원 누적점수 부여 기준(안)>
■ 아시아선수권대회 등 종목별로 굵직한 대회를 포함시키자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따는 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보다 어렵다. 그런 세계선수권에서는 국가별 쿼터보다는 세계 랭킹으로 출전 선수수를 결정하지만 올림픽에서는 국가별로 쿼터가 정해졌기 때문이다. 즉, 세계선수권은 국적에 크게 상관없이 기량이 좋으면 한나라에서 몇 명씩 출전할 수 있지만 올림픽에서는 모든 종목이 1국 1팀이다. 그런데 세계선수권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보다는 국민들의 관심이 덜하다. 그래서 세계선수권에 배정된 점수를 올릴 수 없다면 아시아선수권대회, 월드컵, 그랑프리 등 종목별로 열리는 다양한 국제대회도 점수 부여 대상 대회에 포함시키는 것도 검토돼야 한다.병역혜택은 무턱대고 메달을 땄다고 주어지는 게 아니라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국민들에게 자긍심과 자부심을 고취시켰을 때 주어지는 것이다.
<그림 2·주요 종목별 아시아선수권·세계선수권 개최 주기>
■ 종목별로 차등 적용하자
아주 많은 연구가 필요한 대목이다. 다소 논란은 있을 수 있겠지만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논의돼야할 과제다. 국제대회에서는 메달을 따기 쉬운 종목이 있고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종목이 있다. 태권도, 양궁(물론 두 종목 모두 국내선발전은 무척 어렵지만)은 다른 종목에 비해 국제대회 메달획득이 쉽고 육상, 수영은 상대적으로 훨씬 어렵다. 최근 몇 년 대회 성적을 합해 평균을 내는 등 메달 획득의 난이도에 따라 종목별로 성적에 대한 점수를 차등적으로 적용되는 것도 검토될 만하다.또 축구는 아시안게임, 올림픽에 연령제한이 있어 두 대회를 모두 뛰기는 참 어렵다. 그렇다면 축구는 19세 이하 아시아청소년대회, 20세 이하 월드컵, 아시안컵에도 점수를 부여하는 게 바람직하다.
■ 예술요원과 비교하지 말자
체육계는 예술요원이 받는 점수에 비해 체육요원에게 배정된 점수가 낮다고 불만이다. 그러나 이건 불만을 가질 부분이 아니다. 예술요원은 자기 돈으로 유학하고 자기 돈으로 레슨을 받는다. 국가 차원에서 이들에게 지원되는 돈은 전혀 없다. 그러나 체육요원은 국가 차원에서 훈련비와 수당이 지급된다. 즉, 예술요원이 국제대회에서 상위권에 입상하는 건 전적으로 개인의 능력과 재력, 노력으로 이뤄진 것이지만 체육요원의 경우에는 국가의 지원이 적잖게 도움이 된다. 그리고 예술요원은 인정대회가 축소됐기 때문에 배정 점수가 체육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야하는 건 맞다. 예술요원과의 평형성을 운운하기보다는 스포츠계 현실에 맞는 쪽으로 점수제를 개선하는데 스포츠계 노력이 집중돼야 한다.
■ 언제부터 적용되나
이르면 내년 인천 아시안게임부터다. 병무청은 올해 안으로 체육회와 논의를 거쳐 최종결론을 도출할 방침이다. 그게 계획대로 된다면 올해 말 입법이 예고되고 내년에 통과되면 곧바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내년 아시안게임부터 점수제가 적용된다. 물론 그에 앞서 과거 어느 대회까지 점수제를 소급 적용시킬지 등에 대한 문제들이 선결돼야 하는 건 물론이다. 만일 이런 게 늦어지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부터 점수제가 적용될 것이다. 내년 아시안게임이 아니라면 아시안게임부터 올림픽 사이 어느 시점부터 열릴 국제대회부터 점수제는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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