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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안녕' 보스턴, 수호신 리베라에게 마지막 선물

leekejh 2013. 9. 17. 11:30

 

           '이젠 안녕' 보스턴, 수호신 리베라에게 마지막 선물

 

 

                                                                                                    연합뉴스 2013. 09. 16

 

 

미국프로야구 뉴욕 양키스의 '수호신' 마리아노 리베라(44)는 10여년 동안 보스턴 레드삭스에게는 악몽 그 자체였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함께 속한 양키스와 보스턴은 라이벌 관계를 넘어 절천지 앙숙에 가깝다. 양키스의 철벽 마무리로 군림해온 리베라는 숱한 경기에서 보스턴에게 쓰라린 패배의 잔을 안겨줬으니 보스턴에게는 악몽일 수밖에 없다.

 

이런 리베라에게 보스턴이 영원한 안녕을 고했다.

보스턴 구단은 16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전통의 라이벌 양키스와의 올 시즌 정규리그 마지막 맞대결에서 리베라를 위해 특별한 선물을 마련했다.

보스턴 구단은 이날 경기 식전 행사에서 '가장 까다로운 상대이자 가장 가치 있는 라이벌'인 리베라만을 위한 무대를 만들었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그라운드에 나서는 리베라를 보스턴 선수단은 진한 포옹과 악수로 맞이했다.

보스턴 첼로 4중주단이 리베라의 등장 음악인 '엔터 샌드맨(Enter Sandman)'을 연주했다. 리베라는 메탈리카의 엔터 샌드맨을 1999년부터 등장 음악으로 사용,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삼았다.

보스턴은 리베라로서는 잊고 싶은 '사건'이 담긴 영상물을 상영했다.

2004년 아메리칸리그챔피언십시리즈(ALCS) 4차전에서 리베라가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는 장면이다.

포스트시즌에서 42세이브를 기록, 역대 이 부문 1위인 리베라는 세이브 기회 중 단 5번만을 날렸는데 이 가운데 결정적인 하나가 4차전 경기였다.

당시 경기에서 리베라의 블론 세이브에 힘입어 승리를 따낸 보스턴은 3패 후 4연승으로 86년 만에 '밤비노(베이브루스)의 저주'를 풀고 그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다.

영상물은 이듬해 양 팀의 개막전까지 이어졌다. 이때 보스턴 팬들은 저주를 푼 '은인' 리베라를 기립 박수로 환영했고, 리베라는 모자를 벗어 인사하며 멋쩍게 웃었다.

보스턴 구단은 당시를 기억하며 리베라의 미소가 담긴 초상화를 선물했다.

또 그린 몬스터(펜웨이파크 좌측 펜스)에 내걸 42번 숫자판에 선수단의 사인을 한 데 적어줬다. 42는 리베라의 등번호로, 은퇴 후 영구결번이 된다.

이 외에도 보스턴 구단은 숫자 42가 적힌 구장 좌석, 마운드의 투구판 등 모두 5가지 선물을 리베라의 품에 안겼다.

마리아노는 "야구를 사랑하고 아껴왔기에 이 같은 선물을 받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1995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리베라는 선수로서 맞이하는 마지막 해인 올 시즌 50차례의 세이브 상황에 나서 43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이는 크레이그 킴브럴(47개·애틀랜타), 짐 존슨(45개·볼티모어)에 이어 그레그 홀랜드(캔자스시티)와 함께 이 부문 메이저리그 전체 공동 3위의 성적이다.

데뷔 후 계속 양키스에서만 뛴 리베라는 올 시즌 현재까지 통산 651세이브를 올려 독보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보스턴을 상대로는 58개 세이브를 거뒀다. 리베라의 전체 세이브에서 약 8%를 차지한다.

펜웨이파크에서는 올해까지 55경기에서 2승 4패에 36세이브 평균 자책점 2.54를 남겼다.

마리아노는 이날 팀이 초반부터 줄곧 뒤져 등판하지는 못했다.

양키스는 2-9로 보스턴에 졌다.

한편, 리베라는 은퇴 전 마지막 시즌인 올해 여러 구단에서 자신만을 위한 선물을 받았다.

미네소타는 리베라의 공을 공략하려다가 부러진 방망이에서 착안, 조각난 방망이로 만든 흔들의자를 선물했다.

클리블랜드는 엔터 샌드맨이 담긴 골드 디스크를 줬고, 뉴욕 메츠는 '소방수' 리베라를 위해 화재통보시설과 소방 관창을 선사했다.

류현진의 소속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는 낚싯대를 리베라에게 안겼다.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s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