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매일 대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어느 한 중소기업의 인사팀장이다. 오랜 시간과 노력을 통해 능력 있는 인재들을 꾸준히 육성하지만 결국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대기업들에게 인력을 빼앗긴다. 당신이 직원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총 연봉의 규모는 경쟁업체들의 1/4 정도 밖에 되지 못한다. 그렇다 보니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을 탓할 수 도 미워할 수도 없다. 물론 대학을 갓 졸업한 인재들 또한 억대의 계약금을 제시하는 대기업들에게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영화 “머니볼” 실제 주인공 빌리빈 오클랜드 단장의 현실이다.>
'머니볼'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03년도였다. 당시 무명작가였던 마이클 루이스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프런트 오피스의 뒷이야기들을 배경으로 작성한 이 책은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동시에 새로운 스타 작가를 탄생시킨 작품이었다. 그리고 2011년 가을. '머니볼'은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인 브래드 피트를 주연으로 영화로 개봉되어 다시 재조명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머니볼'은 무엇이며 빌리 빈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머니볼'은 인력 그리고 사람 이야기이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인력은 프로야구 선수들이다. 빌리 빈 단장은 매년 간판 급 주력 선수들을 명문 팀들에게 빼앗기지만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낸다. 그가 치열한 경쟁과 잔인한 프로야구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다른 방법을 찾아내야 했던 것 이다. 그리고 그는 본인의 생사의 기로에서 기존 스카우팅틀에서 크게 벗어난 중대한 결정을 하게 된다.
그 어느 누구도 크게 비중을 두지 않고 있던 출루율에 집중하게 된다. 무모할 정도로 무조건 출루율이 높은 선수들을 찾아 나선다. 어떻게 보면 안타와 볼넷의 결과는 동일하다. 타자가 무사히 1루에 출루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정작 연봉에 적용되는 것은 차이가 컸다. 예외는 있을 수 있지만 쉽게 얘기해서 안타가 볼넷보다 비싸게 적용된다는 해석이었다.
두 번째 그의 큰 결단은 선수들의 스펙(?)을 보는 관점을 새롭게 정리하는 것 이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유로 타 팀들이 원하지 않는 퇴물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열어주기로 한 것이다. 대기업들이 2중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S대 출신을 영입한다면 학력이나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스펙은 부족하더라도 외면을 받던 졸업생들과 타사에서 명예퇴직을 해야 했던 이들의 숨겨져 있는 능력을 찾아내고 인정해 주기로 한 것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2001년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스캇 해티버그였다. 해티버그는 팔꿈치 부상으로 더 이상 공을 던질 수 없는 포수였다. 하지만 당시 그의 출루율은 4할에 가까웠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 더 이상 공을 던질 수 없는 야구선수를 주전 1루수로 영입하였다. 좋게 표현하자면 파격적인 결정이었고 나쁘게 표현하자면 미친(?) 결정이었다.
그리고 같은 시기에 콜로라도 로키스가 95마일 직구를 구사하는 마이크 햄튼을 1억2천만 불에 계약할 때 빌리 빈은 직구 구속이 80마일 초반이며 투구 폼이 이상(?)한 채드 브래드퍼드를 23만5천불에 영입한다. 계약 후 브래드퍼드는 포스트시즌에만 21번 등판하며 방어율 0.39를 기록하는 반면 햄튼은 정규시즌 방어율을 5점 대를 넘기며 결국 쫓겨나듯 트레이드가 되고 말았다.
영화 '머니볼'의 한국개봉을 앞두고 배급사는 그를 스티브 잡스에 비교하였다. 약간 무리가 있는 비교이다. 그리고 아쉽지만 오클랜드는 아직도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빌리 빈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한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스펙과 표면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라는 것이다.
야구선수와 개개인의 집념과 열정은 스탯으로 나타나지 않고 스펙화 할 수도 없다. 그렇게 오클랜드는 공을 던질 수 없는 주전 1루수를 기용하며 20연승의 대기록을 세웠다.
/대니얼 김(전 뉴욕메츠, 전 김병현/서재응 미디어 코디네이터, 현 신시네티 레즈 스카우팅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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