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 리포트]
포이트빈트와 한국 선수의 인연
[야후!스포츠] 2012년 01월 28일(토)
‘하체가 강하다. 그 어떤 나라 선수보다 한국 선수들은 하체가 탄탄하다.’
50년 넘게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로 일한 레이 포이트빈트(85)씨가 한국 선수를 선호하는 이유입니다. 그는 “미국, 일본, 중남미 등 세계 각국의 선수를 수도 없이 봐왔다. 그 중에 한국 선수의 가장 두드러지는 강점은 탄탄한 하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물론 그렇다고 꼭 좋은 선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 선수가 더 뛰어날 수도 있고 중남미 선수가 더 뛰어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한국 선수들은 단단한 하체가 돋보인다. 그것을 바탕으로 강속구를 던질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일본 선수와 비교하면 약간의 우위를 점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조진호와 김선우는 포이트빈트씨가 스카우트해 메이저에 진출한 선수입니다. ⓒ 민기자닷컴)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밀워키 브루어스, LA 에인절스 등에서 오랫동안 스카우트 부장과 특히 아시아 담당 총책임자를 역임했던 그는 많은 한국선수와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총 9명의 선수와 계약을 했는데 그 중에 4명이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진입했습니다.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는 누구인지 물었습니다.
그는 “내게 최고의 한국 선수는 박철순이다. 처음 계약한 한국 선수였는데 박철순은 미국에서도 수퍼 스타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기술적으로도 그렇고 정신력도 대단한 투수였다. 그러나 한국 프로야구에서 갑자기 그를 데려갔다. 트레이드도 아니었다.”라며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당시 그는 밀워키의 스타우트 부장이었습니다. 그 후로도 박철순과의 인연은 이어졌고, 오래전 한국을 방문했다가 비행기가 취소돼 어려움을 겪었을 때 도움을 받았던 일화도 웃으며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포이트빈트씨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던 선수는 김선우(두산 베어스)였다고 했습니다. 그는 “서니는 16세부턴가 봐왔던 선수였다. 한국에 와서 호텔에 머물면 아버지와 함께 그를 초대했고, 호텔 지하실 체육관에서 체인지업 가르쳐줬던 기억도 난다. 투수로도, 인간적으로도 아주 특별한 선수였다. 메이저에서 더 활약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이제 한국 최고의 투수 중 하나로 성장했다니 아주 기쁘다.”라고 말했습니다. 김선우도 “그분은 내게 미국에서 아버지 같은 분이셨다. 다음에 오시면 꼭 함께 만나 식사를 하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한 명의 기억은 조진호. 그는 1998년 국내에서도 크게 알려지지 않은 조진호와 계약했습니다. 그리고 유독 아쉬움도 큽니다. 그는 “레드삭스에서 너무 일찍 서둘러 조진호를 메이저에 올렸다. 정말 강한 어깨와 팔을 가지고 있었고 기본기도 좋았다. 조심스럽게 키웠으면 빅리그에서 오래 활약할 수 있었던 조진호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쉬움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조진호와 계약한 일화도 소개했습니다. 그는 “겨울에 서울의 한 운동장에서 보고 계약을 했는데 정말 추웠고 열악한 환경이었다. 그는 3시간인가 차를 타고 왔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그가 공 10개 던지는 것 보고 결정했다. 5분 만에, 어쩜 5분도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남들이 크게 눈여겨보지 않았던 선수였지만 그는 뭔가 특별함을 보았고, 결국 조진호는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습니다.
송승준(롯데 자이언츠)에 대해서는 ‘당연히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는 재능을 지녔지만 유독 운이 따르지 않았던 선수’로 기억합니다. “그 어떤 투수에 비해서도 떨어지지 않는 뛰어난 능력과 재능이 있었는데 이상할 정도로 풀리지 않았다.”라고 했습니다. 송승준은 더블A 시절 노히트노런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빅리그 호출을 받아놓고 팔이 골절되는 부상으로 기회를 놓쳤습니다. 그 후 몬트리올로 트레이드됐고 결국 기회는 다시 오지 않았습니다.
이상훈의 보스턴 입단도 그의 작품입니다.
당시 두켓 단장과는 현재 볼티모어에서 다시 뭉쳤습니다. ⓒ 민기자닷컴
‘긴머리’의 이상훈은 특별하고 특이한 선수로 기억하고 있고, 화이트삭스로 트레이드된 안병학도 아쉬운 선수로 그에게 남아있습니다. 왼손 투수였던 안병학은 레드삭스에 남았더라면 기회가 더 있었겠지만 메이저리그 선수를 영입하면서 내줄 수밖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타자로는 최초로 미국 야구의 문을 두들겼던 최경환은 여전히 연락을 하면서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SK 코치인 최경환의 캘리포니아 에인절스 입단을 도왔고, 그 후에도 멕시코리그 등을 뛸 때도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 외에 채태인, 오철희, 김재영 등도 그가 계약한 한국 선수였습니다.
과거의 인연을 뒤로하고 현재 프로야구에서 뛰고 있는 선수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습니다. 포이트빈트씨는 “한국에서 뛰는 선수 중에 메이저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선수는 상당수 된다.”라며 “우리도 눈여겨보고 있는 선수가 있지만 이름을 밝히고 싶지 않다.”라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나 최근 정대현의 미국 진출 무산과 관련해 한국 프로 선수의 도전정신이 요구된다는 말도 했습니다. 그는 “MLB에서도 많은 이의 입에 오르내리는 투수들(윤석민과 류현진 등을 의미합니다.)의 능력에 대해서는 충분히 가능성이 보인다. 그러나 그들이 진정으로 MLB에 도전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실 레이 포이트빈트씨와 대한민국의 인연은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는 한국전쟁의 인천상륙작전에 참가했던 전쟁 베테랑입니다. “허벅지위까지 물결이 넘실되는데 육지로 상륙하던 순간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는 그는 그 후로 묘한 인연으로 동양 야구와도 인연을 이어가게 됩니다.
한국전에서 부상을 입어 일본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는데 거기서 지금의 부인인 타카코씨를 만난 것입니다. 그러면서 선수 생활을 접고 스카우트와 에이전트 일을 할 때 자연스럽게 일본야구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고, 나아서는 한국 야구와의 인연도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한국 야구에 대한 그의 평가는 대단히 높습니다.
“아직은 미국 야구가 최고이고 일본이 그 뒤를 이으며 한국이 다음이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그 격차는 그렇게 크지가 않다. 한국 선수의 자질과 노력이라면 한국 야구가 세계 최강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노 스카우트의 ‘립 서비스’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선수에 대한 그의 애정이 남다른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 자질을 높이 사기 때문에 현재 몸담고 있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전력 상승을 위해 꾸준히 한국 선수를 관찰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앞으로 류현진이나 윤석민 등 국내 특급 선수의 미국 진출은 현실로 다가올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을 원하는 팀 중에는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빠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스 포 츠 > 메이저리그 도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교 2학년 선수, 미국프로야구 입단 논란 (0) | 2012.02.01 |
---|---|
[민기자의 코리언 리포트]이대은, 하재훈 메이저 캠프 간다. (0) | 2012.01.28 |
고교 랭킹 1위 상원고 좌완 김성민, 볼티모어 입단 유력 (0) | 2012.01.25 |
커브스 하재훈, 빅리그가 보인다 (0) | 2012.01.16 |
'태평양을 건넌' 한국인 마이너리거, 누가 있을까? (0) | 2012.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