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계약 숨은 묘미, ‘옵트아웃’이란?
매일경제 | 입력 2012.12.10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류현진(25, LA다저스)이 6년의 장기계약을 받아들이는 대신 거액의 몸값을 이끌어냈다. 류현진 계약의 묘미는 따로 있다. 류현진은 5년째를 채운 이후 자유계약선수(FA)가 될 수 있는 '옵트아웃' 조항을 계약 조건에 삽입했다. 또 한번의 대박 계약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배경이다.
LA타임즈 등 미국의 주요매체들은 10일(한국시간) 류현진과 다저스가 6년간 3600만달러(약 390억원)의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6년 계약이지만 5년 뒤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권한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투구이닝에 따른 보너스가 1년마다 100만 달러씩 추가돼 계약 총액은 최대 6년간 4200만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
LA 다저스는 포스팅비용으로 2573만7737달러33센트(약 278억 원)를 투자한데 이어 다시 거액의 계약을 류현진에게 안겼다. FA자격을 1년 먼저 취득할 수 있는 것은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다. 투수의 1년은 타자의 1년보다 차이가 월등히 크다. 결국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긴 류현진이 판정승을 거둔 셈이다.
류현진과 다저스 측은 계약 조건에 이견을 보이면서 합의에 진통을 겪기도 했다. 특히 계약 기간이 쟁점이었다. 다저스는 류현진의 몸값으로 계약 기간 6년, 연봉총액 2500만 달러(약 270억 원) 수준의 조건을 고수했던 반면 류현진 측은 4년 이하의 짧은 계약기간을 원했다.
거액의 포스팅비용을 투자한 다저스의 입장에서는 성공에 대한 확신만 있다면 류현진과 장기계약을 맺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포스팅 제도외에는 미국 진출의 방법이 없는 류현진으로서는 다저스의 제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현명한 결과를 이끌어냈다.
최근 계약 기간 중 다시 FA자격을 얻을 수 있는 '옵트아웃' 조항은 메이저리그 장기계약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 조건으로 큰 수혜를 본 선수는 뉴욕 양키즈의 알렉스 로드리게스다. 2001년 텍사스와 사상 최대 규모인 10년간 2억5200만달러 계약을 맺은 에이로드는 2004년 양키스로 트레이드 됐다.
그리고 2007년 원래 계약에 포함돼 있었던 '옵트아웃' 권리를 행사해 다시 FA시장에 나왔다. 결국 양키스는 10년간 2억7500만달러라는 입이 쩍 벌어지는 계약을 다시 에이로드에게 안겼다. 32세의 나이에 다시 10년간의 계약을 보장받은 셈. 작고한 조지 스타인브레너 전 양키스 구단주는 이 계약에 격분해 첫째 아들 행크 스타인브레너(55)에게서 실권을 빼앗기도 했다.
현재 에이로드는 잦은 부상과 기량저하로 돈값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옵트아웃 권리를 제대로 행사한 경우다.
양키스의 에이스 CC 사바시아 역시 옵트아웃으로 재미를 톡톡히 본 경우다. 사바시아는 2009년 뉴욕 양키스와 7년간 1억6100만달러(연평균 2300만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 투수 연봉 1위. 그러나 2011년 클리프 리가 필라델피아와 5년간 1억2000만달러(연평균 2400만달러)에 계약하면서 2위로 밀려났다.
사바시아는 계약 3년째가 끝나는 2011년 시즌 종료 이후 다시 FA자격을 얻을 수 있는 옵트아웃 조건을 계약서에 포함시켰다. 활약도 준수했다. 2009년 최고 투수들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 순위 4위, 2010년 3위에 이어 2011년에도 4위에 오르며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결국 2011년 옵트아웃 권리를 얻은 사바시아는 FA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대신 계약 조정을 희망했고 다시 5년간 1억2200만달러(연평균 2440만)의 대박 계약을 체결하는데 성공했다.
에이로드와 사바시아뿐만 아니라 요즘 많은 장기계약자들은 옵트아웃 권리를 계약서에 삽입하는 추세다. 설령 FA로 팀을 떠나지 않더라도 자신의 활약을 바탕으로 다시 계약을 상향시킬 수 있는 유리한 권리가 보장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선수 역시 장기 계약 체결로 매너리즘에 빠지는 대신 새로운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기에 구단 역시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는다.
단 옵트아웃 행사는 조건이 있다. 선수의 활약이 전제조건이다. FA를 선언하더라도 소속 구단을 비롯한 다른 구단들의 관심이 없을 경우에는 말짱 도루묵이 된다.
결국 제 2의 대박을 향한 기본 조건은 마련됐다. 그러나 아직 먼 미래의 일일뿐이다. 필수적인 조건은 모두 류현진의 손에 달려있다.
[on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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