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에게 대박 안긴 30초, '악마' 보라스의 기적
스포츠조선 | 이명노 | 입력 2012.12.10
"Ryu deal done at 4:59 and a half."
미국 CBS스포츠의 메이저리그 전문기자 존 헤이먼이 트위터를 통해 남긴 한 마디. 4시 59분 30초에 류현진의 계약이 마무리됐다는 것이다. LA다저스와 류현진의 계약협상 마감시한은 현지시간으로 오후 5시였다. 30초를 남기고 계약이 극적 타결된 것이다.
다저스는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류현진에게 2573만7373달러33센트(약 280억원)를 베팅해 단독협상권을 따냈다. 그때만 해도 협상은 무난하게 진행될 것만 같았다. 다르빗슈 유와 마쓰자카 다이스케, 이가와 게이에 이어 역대 메이저리그 포스팅시스템 사상 네번째로 큰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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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과 비슷한 케이스인 마쓰자카만 봐도 악명 높은 보라스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당시 마쓰자카는 5111만1111달러11센트로 역대 포스팅 금액 1위를 기록했지만, 협상 마감 전날 겨우 6년간 5200만달러에 합의했다. '다시 일본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엄포를 놓은 보라스를 마쓰자카 본인이 설득해 계약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라스가 대형신인들의 계약을 이끌어내는 장면을 떠올려보면, 마쓰자카는 '양반' 수준이다. 탁월한 정보력을 가진 보라스 코퍼레이션은 대어급 신인선수들과 일찌감치 에이전트 계약을 한 뒤 구단을 압박한다. 매년 신인 최고 계약금, 최고 연봉을 경신해갈 정도다. 최근에도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브라이스 하퍼 등 '괴물 신인'이란 수식어를 단 선수들은 모두 보라스의 고객이었다.
포스팅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과 마찬가지로 신인선수 역시 계약 마감시한이 있다. 지명 후 1년간 협상이 가능하다. 협상기간이 한 달인 포스팅시스템과 비교하면 여유가 넘치는 시간이다.
하지만 보라스는 악독하다. 류현진의 협상 때도 나온 '일본행'은 보라스의 단골 멘트다. 당장 메이저리그 진출을 거부하고, 일본프로야구 등을 거친 뒤 돌아오면 FA(자유계약선수)로 더 큰 돈을 받을 수 있다는 등의 이야길 꺼내며 구단을 압박한다.
언론을 이용하는 능력 역시 최고 수준이다. 허무맹랑한 얘기는 하지 않는다. 최대한 타당성 있는 말로 여론을 형성한다. 그 사이 1년이란 여유있는 시간은 어느새 마감시한을 향해 달려간다. '벼랑 끝 전술'이다. 구단이나 선수 본인은 몸이 달아올라 어쩔 줄 모르는 지경에 이른다.
결과는 달콤하다. 과거 시카고 컵스의 에이스였던 마크 프라이어는 93초를 남기고 5년 총 1050만달러에 사인했다. 4년 1510만달러로 이 기록을 깬 스트라스버그 땐 77초로 단축됐다. 과정이 험난했어도 보라스는 결과로 고객을 만족시킨다.
류현진은 6년간 총액 3600만달러에 다저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500만달러의 계약금이 포함됐고, 계약 마지막 해인 6년째엔 계약을 포기하고 FA를 선언할 수 있는 옵트아웃 권리가 있다. 그리고 투구이닝에 따라 매년 100만달러의 인센티브를 추가로 가져갈 수 있다.
물론 보라스가 주장했던 '마쓰자카급'은 아니다. 하지만 6년간 보장된 금액만 해도 약 390억원이다. 계약기간과 금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당초 보라스가 요구했던 단기계약의 경우, 보다 빨리 FA 자격을 얻기에 더 큰 돈을 벌 수도 있다. 그러나 짧은 시간 내에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5년이란 시간은 류현진에겐 충분한 시간이다. 류현진과 보라스 모두 활짝 웃은 만족스러운 조건이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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