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야구 미아’ 김성민, 일본行 “독기품고 떠난다”
일간스포츠 | 김유정 | 2013. 01. 09
고교 재학 중 미국 메이저리그 팀과 계약해 '국내야구 미아'가 된 김성민(19·대구 상원고)이
일본 대학에서 제2의 야구 인생을 이어간다.
왼손 투수 김성민은 오는 4월 일본 후쿠오카 경제대학교 스포츠경영학과에 4년 장학생으로 입학한다.
이 대학에서 외국인이 4년 장학생으로 입학하는 것은 극히 드문 사례라고 한다.
대학은 김성민이 가진 능력과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지난 6일 대구 시내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김성민을 만났다.
10일 일본으로 출국해 곧바로 학교 동계훈련에 합류할 예정인 그는
" 야구를 원없이 죽도록 하고 싶었다.
이제 그럴 수 있게 됐다." 며 기뻐했다.
김성민은 지난해 1월 고교 2학년 신분으로 메이저리그 볼티모어와 계약을 맺은 것이 문제가 돼
대한야구협회(KBA)로부터 '무기한 선수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규정을 잘 알지 못했던 탓에 촉망받던 '야구 유망주'에서 한순간에 '국내야구 미아'로 전락한 그는
학수고대했던 미국행까지 무산되면서 짙은 상실감에 빠졌다.
하지만 야구를 손에서 놓을 수는 없었다.
꾸준히 개인 훈련에 매진하며 다시 마운드 위에 설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졸업할 때가 되자 진로 고민에 빠졌다.
'무기한 선수 자격정지' 신분이라 국내 프로구단 입단은 물론 대학 야구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할 수 없이 군 입대를 선택했다.
상무에 들어가 야구를 하면서 병역을 이행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그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상무 1차 서류 전형에 합격한 후 국내에서 야구를 할 수 있다는 부푼 마음으로 몸만들기에 열중했지만,
2차 실기를 이틀 앞두고 상무로부터 '입단불가'를 통보받았다.
'무기한 선수 자격정지'가 김성민의 발목을 또 잡은 것이다.
결국 그는 해외 무대로 눈을 돌려 일본 대학 입학을 선택했다.
김성민은
" 아직 부족한 것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4년간 스스로를 강하게 채찍질하며 다듬겠다." 고 했다.
- '무기한 선수 자격정지' 통보를 받았을 때 심정이 어땠나.
" 처분이 난 것은 기사로 확인했다.
내가 미국에 진출하는 것이 좋은 의미로 받아들여질 줄 알았다.
나중에 뭔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닫고 무서웠다."
- 당시 '한국 야구를 무시한 것 아닌가'라는 비난을 받았는데.
"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한국에서 야구를 한 사람이다.
한국에서 야구를 하고 있다는 것에 즐거움과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그런 말이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미국은 선진야구다.
돈을 번다는 생각보다 선진 야구를 배우러 간다고 생각했다."
- 결국 미국행까지 무산되면서 힘든 일들이 많았다. 어떻게 지냈나.
" 볼티모어 구단과 계약이 무산될 위기에 처해 구단측에
'돈도 필요 없다.
그냥 선수로만 받아 달라'고 애원까지 했다.
결국 미국에 못가게 되면서 앞으로 야구를 못한다는 생각에 미치겠더라.
아버지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장사나 할까요'라고 했다.
아버지께서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보면 길이 만들어지지 않겠나'고 하셨다.
꾸준히 개인 훈련을 했다.
고교 야구부 경기가 있을 때는 감독님 허락 하에 벤치 한켠에 앉아 큰소리로 친구들을 응원했다.
그것도 나에겐 배움이자 행복이었다."
- 결국 국내에서 설자리를 찾지 못하고 해외에 진출한다. 한국이 미울 만도 하겠는데.
" 마음 속에 독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내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가 되는지 두고 봐라.
깜짝 놀래켜 주겠다'라는 생각을 갖고 떠난다."
- 훗날 국내에서 '무기한 선수 자격정지'가 풀린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 돌아오고 싶다.
한국야구가 싫어서 떠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버지께서 '박찬호같이 대단한 선수가 되면 박찬호 특별법처럼 없던 법도 만들어진다.
네가 국내로 돌아오고 싶다면 실력으로 보여줘라.
그 방법 밖에는 없다.
네가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마운드에 오르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고 하셨다.
그것은 아버지의 바람이자 나의 꿈이다."
[일간스포츠 김유정] 김유정 기자 kyj7658@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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