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폭풍' 젓가락질, 미국인은 못 당해
OSEN | 입력 2013.06.28
[OSEN=로스앤젤레스, 이대호 기자] 야구장을 찾는 즐거움, 바로 이닝 사이에 벌어지는 다양한 이벤트다. 격렬한 댄스로 분위기를 띄우고, 키스 타임을 빌어 숨겨왔던 마음을 고백하는 이들도 있다. 또한 관중들에게 경품을 돌리는 퀴스 쇼도 빼놓을 수 없는 이벤트다.
이러한 이벤트는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을 가리지 않고 모든 야구장에 등장한다. 이 가운데 최근 유행으로 자리잡은 건 팬과 선수의 직접 소통이다. 사직구장에서는 올해부터 유먼이 노래를 부르고, 이를 관객이 맞추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팬과 선수가 퀴즈대결을 벌이는 구장도 있다. 지난해 이대호가 일본으로 진출한 첫 해 오릭스는 이대호를 '겨울연가'에 등장한 배용준으로 합성, 내보내기도 했다.
다저스 역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을 앞세워 이벤트를 고안했다. 바로 '젓가락 게임'이다.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의 경기가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렸다. 그리고 4회 말, 갑자기 대형 전광판 오른쪽에 류현진이, 그리고 왼쪽에는 한 여성이 등장했다. 그들 앞에는 투명한 통이 있었고, 그 안에는 야구공과 탁구공이 섞여 있었다. LA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일본식 레스토랑에서 미국인들에게 젓가락질을 홍보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경기 시작에 앞서 씨익 웃어보인 류현진은 초시계가 흘러가기 시작하자 통에 있는 공들을 젓가락으로 잡아 바로 옆 빈 통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원래 오른손잡이인 류현진은 오른손에 쥔 젓가락으로 능숙하게 공을 하나씩 집어냈다. 크기가 큰 야구공은 하나에 3점, 작은 탁구공은 하나에 5점씩 계산돼 스코어가 쌓였다. 류현진은 마치 학창시절 점심시간에 소세지 반찬을 싸 온 친구의 도시락통을 공략하듯 작은 탁구공도 여유있게 하나씩 잡아 스코어를 올렸다.
반면 류현진에 도전장을 낸 도전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젓가락질을 꽤 해본 솜씨였지만 26년 동안 포크 대신 젓가락질만 해 온 류현진을 이길 수는 없었다. 결국 류현진의 최종 스코어는 57점, 도전자는 42점을 기록한 채 게임은 끝났다. 전광판 속 류현진은 팔짱을 낀 채 여유있게 미소를 보였고, 그 아래에 'YOU LOSE'라는 붉은 글씨가 떴다. 류현진에 진 그녀는 푸짐한 경품 대신 젓가락 한 세트를 받고 절규했다.
관객들은 류현진의 신기에 가까운 젓가락질에 환호성을 보냈고, 게임이 끝나자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젓가락질에 익숙치 않은 미국인들에게 좀 봐줄 법도 하건만, 승부사 류현진은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것'이라는 걸 보여줬다.
cleanupp@osen.co.kr
< 사진 > 로스앤젤레스=박준형 기자,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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