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 포 츠/MLB (메이저리그)

'100년 역사' 시카고 컵스 구장엔 이색 관중석 있다는데..

leekejh 2013. 8. 6. 17:44

 

     [홍준기 기자의 MLB 스케치]

         '100년 역사' 시카고 컵스 구장엔 이색 관중석 있다는데..

           야구장 둘러싼 건물 옥상에 경기 볼 수 있는 자리 만들어

 

                                                                                    조선일보 | 홍준기 기자 2013. 08. 06

 

 

 

류현진이 시즌 10승을 달성한 리글리필드는

펜웨이파크(보스턴 레드삭스·1912년)에 이어 메이저리그에서 둘째로 오랜 역사를 자랑합니다.

미 프로야구(MLB) 시카고 컵스의 홈구장입니다.

류현진은 10승을 올린 다음 날인 지난 4일

'1914년부터 야구를 한 곳'이라는 글과 함께 자신의 트위터에 경기장 사진을 올렸습니다.

자신의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류현진 역시

기념비적인 메이저리그 10승을 올린 야구장을 기억 속에 오래 간직하고 싶었나 봅니다.

 

 

↑ 미 프로야구(MLB) LA다저스의 류현진이 시즌 10승을 달성한 지난 3일(한국 시각)

시카고 컵스의 홈구장 리글리필드의 모습.

경기장 밖 건물 지붕 위에 설치된‘루프탑’은 리글리필드의 명물이다.

그 아래 외야 펜스를 둘러싼 담쟁이 덩굴이 보인다.

이곳으로 공이 사라지면 2루타로 인정되는 룰이 있다.

[조선일보] 홍준기 기자


 

거대한 주차장으로 둘러싸인 LA의 다저스타디움과는 달리 리글리필드는 아담하고 편안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경기장을 둘러싼 왕복 2차로 건너편엔

컵스 기념품 상점, 편의점, 햄버거 가게 등 상가와 주택가가 오밀조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경기장 옆 주차장이 워낙 작다 보니

경기가 있는 날이면 주택가 곳곳에 임시로 차를 세우려는 팬들로 북새통을 이룹니다.

시 당국도 '컵스 밤 경기 주차 가능'이란 표지판을 세워놓고 임시로 주차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리글리필드에는

1933년 구단주였던 필 리글리의 지시로 심어 놨다는 담쟁이덩굴이 외야 담장을 덮고 있었습니다.

이 덩굴에 공이 박혀 수비수가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면 인정 2루타가 된다고 합니다.

야구장 외야를 둘러싼 경기장 외부 건물의 옥상 관중석(루프탑)도 흥미로웠습니다.

경기장 건너편에 있는 건물 13개의 옥상에 마치 경기장 일부인 것처럼 관중석이 설치돼 있습니다.

어떤 곳은 1인당 가격이 식사를 포함해 400달러에 이를 정도라고 합니다.

루프탑 운영자 측은 2004년부터 구단에 수익금의 17% 정도를 낸다고 합니다.

경기장 외야 중앙에 설치된 점수판은 1937년에 설치됐습니다.

리글리필드를 포함해 다른 구장의 이닝별 점수가 표시됩니다.

점수판 뒤쪽에서 흰색 숫자판을 구단 직원이 직접 손으로 돌려서 점수를 표시하는 방식입니다.

생긴 지 100년이나 된 구장이지만

좌석이나 화장실 등 편의 시설은 꾸준한 개·보수를 거쳐 큰 불편이 없는 수준입니다.

시카고 컵스는 1908년 이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적이 없습니다.

제가 타고 온 비행기의 기장이

" 시카고는 세계 최고의 도시지만

  시카고 컵스는 1908년 이후로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습니다." 라는 안내 방송을 내자

승객들이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선 '염소의 저주'라는 유명한 징크스가 있습니다.

1945년 컵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맞붙은 월드시리즈에서

자신의 염소와 함께 입장하려던 빌리 시아니스라는 팬은 구단이 자신을 저지하자

" 다시는 리글리필드에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않을 것." 이라는 저주를 퍼부었다고 합니다.

컵스는 이 시리즈에서 3승4패로 졌고,

이후로도 월드시리즈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경기장에서 만난 컵스 팬인 짐 켈리씨는

" 저주는 핑계일 뿐." 이라며

" 빨리 팀이 실력을 키워서 좋은 결과를 냈으면 좋겠다." 며 웃었습니다.

대부분 팬은 기자가 '염소의 저주' 얘기를 꺼내면 이내 굳은 표정으로 얼굴을 돌리곤 했습니다.

컵스는 5일 현재 49승62패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4위에 머물러

올 시즌도 포스트 시즌 진출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컵스 팬들은 언제쯤 월드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을까요?

 

 

↑ [조선일보]홍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