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물론 미국에서 들려오는 초대형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이
스토브리그(stove league)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올 겨울
메이저리그 FA시장 최대어로 손꼽힌 로빈슨 카노(31)는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시애틀과 10년 총액 2억 4천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다.
이는 한화 약 2539억원에 달하는 초대형계약으로 빅리그 역사상 3번째로 큰 규모이다.
지난 4일에는 자코비 엘스버리(30)가
뉴욕 양키스와 7년 총액 1억 5300만 달러(한화 약 1619억원) 계약에 합의했다.
올 FA시장 최대어 3위에 선정된 추신수(31)도 조만간 이에 버금가는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이며
이변이 없는 한 향후 메이저리그 FA의 몸값은 더 높아질 게 분명하다.
(초대형 FA계약을 이끌어 낸 로빈슨 카노(좌측)와 자코비 엘스버리. 사진:메이저리그
사무국)
한국과 달리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는 에이전트(Agent) 제도가 있다.
에이전트는 자신과 계약된 선수를 대신해
연봉계약 등을 협상하거나 선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선활동을 주선하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도 수행한다.
그 대가로 에이전트는 선수의 연봉 중
일정 금액을 수수료 즉, 커미션(commission)으로 받을 수 있다.
스포츠 에이전트의 커미션은 종목에 따라 4~10프로 선으로
다양하다.
연봉규모가 가장 큰 미식프로축구(NFL)는 연봉총액의 3프로 이상을,
미국프로농구(NBA)는 4프로 이상을 커미션으로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는 이런 규정은 없지만 통상 연봉의 약 3~5프로를 에이전트에게 커미션으로 지급한다.
아울러 에이전트는
연봉 외에 자신이 관리하는 선수가 광고출연 등으로 발생하는 추가수입에 대해서는
약 10-20프로에 해당하는 금액을 커미션으로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스타급 플레이어를 보유하고 있는 에이전트의 수입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메이저리그 에이전트 중 올 한해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린 이는 '슈퍼에이전트'로 유명한 스캇 보라스(61)이다.
추신수와 류현진은 물론 윤석민까지 자신의 고객으로 두고 있는 보라스는
2013년 한 해에만 총 1천 36만 달러(한화 약 110억원)에 달하는 커미션 수입을 올렸다.
이는 순수연봉에 대한 커미션 수익일 뿐
선수들의
광고출연 등으로 발생하는 추가수입의 커미션은 제외된 금액이다.
(메이저리그 슈퍼에이전트 스캇 보라스. 사진: 미국방송화면캡처)
추신수와
류현진은 물론
프린스 필더(29. 텍사스), 제이슨 워스(34. 워싱턴), 맷 할리데이(33. 세인트루이스) 등
보라스가 관리하는 선수들의 2013년 한 해 연봉 총액만 무려 2억 2577만 달러(한화 약 2389억원)로
보라스의 커미션은 약 4.5프로인 셈이다.
보라스
다음으로 많은 수입을 올린 이는
미겔 카브레라(30. 디트로이트)를 관리하는 에이전트 회사인 SFX사로
올 한해 561만 달러(한화 약 59억원)의 커미션 수익을 챙겼다.
이외에 C. C. 사바시아를 고객으로 둔 에이전트 그렉 젠스케가 518만 달러(한화 약 55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들 모두 순수연봉에서 발생한 커미션일 뿐 광고 등의 추가수입은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다.
'빈익빈 부익부'라는 말은
에이전트 세계에서도 통용된다.
에이전트 수입 상위 10위권 안에 드는 이른바 슈퍼에이전트들은 고소득을 올리며 언론의 조명을 받지만
메이저리그 선수협회(MLPA)에 등록된 전체 에이전트 중 연소득이 0인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누구든지 에이전트에 도전할 순 있지만 아무나 성공할 순
없다'는 말이 있다.
특히 초보 에이전트의 경우 고객(선수)을 찾는 일도 어렵지만
설령 고객을 찾더라도 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아무런 소득 없이 투자만 해야 되기 때문에
최소 몇 년간 수입 없이 지내야 하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감수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초보 에이전트들은
에이전시 회사에 취업해 경제적인 도움을 받으며 일을 배운 후 독립하는 경우가 많다.
(2013년 메이저리그 에이전트 커미션 수입 상위 5명)
에이전트들은 또
선수들의 연봉협상은 물론
글러브나 배트 등 선수들의 야구용품도 자신들의 돈으로 구입해 지원해야 한다.
그래서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관리하는 에이전트들은
그들이 메이저리그 선수가 되기 전까지
수입 없이 선수당 매년 수 백에서 수 천 달러에 달하는 출혈을 감수해야 된다.
미래를 내다 본
투자이긴 하지만 당장의 어려움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물론 개중에는 로빈슨 카노의 에이전트 제이 지(Jay Z)처럼
록 네이션(Roc Nation)이란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창립해 큰 성공을 거둔 뒤
풍부한 자금력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자회사 내에 스포츠매니지먼트를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한 경우도 있다.
최근 시애틀과 초대형 FA계약에 합의한 로빈슨 카노는
지난 4월 자신의 에이전트였던 스캇 보라스를 해고하고 제이 지와 손을 잡았다.
항간에는 제이 지가 보라스보다 낮은 커미션으로 카노의 마음을 돌렸다는 소문도 있다.
제이 지는 스포츠 에이전트 업계의 후발주자로 뛰어 들었지만
카노 외에도 NBA 스타 케빈 듀란트와 NFL 스타 지노 스미스 등
대형 스포츠스타를 영입해 중점 관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미국스포츠 에이전트 업계는 보라스와 제이 지가 양분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제이 지가 관리하는 록 네이션 소속의 스포츠 스타들. 사진:
록네이션웹사이트캡처)
메이저리그 에이전트 중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할 뿐 에이전트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 '제리 맥과이어'에 나온 주인공처럼
신뢰와 의리를 바탕으로 성공한 이들도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강타자였던 치퍼 존스(41. 은퇴)의
에이전트 BB 아보트(Abbott)이다.
아보트와 존스는 3살 때부터 한 동네에서 자란 친구 사이로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둘은 함께 야구선수로 뛰었다.
하지만 존스와 달리 아보트는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했고 존스의 권유로 변호사가 된 후 에이전트가 됐다.
존스는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1993년부터 작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친구 아보트를 자신의 에이전트로 두었다.
존스가 빅리그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며 FA가 되었을 때
그를 영입하기 위해 슈퍼에이전트 보라스가 구애를 펼쳤지만
존스는 끝까지 친구와의 의리를 지킨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존스는 자신의 은퇴를 기념하는 경기에서 친구이자 에이전트인 아보트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고
자신의 은퇴로 인해 수입이 줄어들 친구를 걱정해 이를 지켜보는 수많은 팬들의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이는 기자가 존스를 인간적으로 좋아하고 존경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에이전트인 친구와의 의리를 지킨 것으로 유명한 치퍼 존스)
스타급
플레이어를 고객으로 확보하면 고소득이 보장되기 때문에
에이전트들 사이에서도 보이지 않는 물밑경쟁이 심하다.
모 에이전트는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한국에 있는 그의 부모를 수개월간 쫓아다니며 구애를 펼친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이 때문에 이 선수를
빼앗긴 미국 에이전트는 기자에게 '상도'에 어긋나는 행위였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메이저리그 선수협회 규약 '5(B)(5)(a)'항에
따르면
'에이전트 또는 이와 관련된 자는
메이저리그 선수는 물론 그와 관계된 지인들에게
특정 에이전트 혹은 그의 회사와의 지속적인 관계유지를 위해
현금이나 금품 등의 제공을 금지한다'고 명시돼 있다.
아울러 이와 관련된 또 다른 조항에는
'메이저리그 선수는 에이전트에게 최고 500달러 상당의 선물은 받을 수 있지만
이럴 경우 서면을 통해 에이전트 노조에 이를 보고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향후 추신수의 계약까지
더해지면 보라스는 내년에도 에이전트 소득 1위 자리를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후발주자인 제이 지의 움직임이 만만치 않아
향후
메이저리그에서 벌어질 에이전트들의 경쟁 또한 새로운 볼거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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