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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의 새로운 돌풍 호세 아브레유

leekejh 2014. 5. 2. 16:15

 

       민기자 칼럼

                쿠바의 새로운 돌풍 호세 아브레유                   

                                                                                                   민기자 칼럼| 2014. 05. 02

 

 

올 시즌 MLB 개막전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 쿠바 선수는 총 19명입니다.
아롤디스 채프만이나 호세 페르난데스 같은 투수도 있고

야시엘 푸이그, 요에니스 세스페데스 같은 타자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투수보다 타자가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쿠바 출신' 하면 거의 항상 따라붙는 꼬리표는 '보트 피플'입니다.

쿠바와 미국이 국교가 끊어진지 오래고

미국에서 야구를 하겠다는 꿈이 있는 선수들은 어떤 식으로든 쿠바를 탈출해야 합니다.

그나마 운이 좋은 선수들은 해외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했다가 팀을 이탈해 난민 신청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작은 배로 쿠바를 탈출해 인근 도미니카나 멕시코, 미국을 향합니다.

최근 LA 다저스 푸이그(23)의 탈출 과정이

멕시코의 마약 조직과 연루됐다는 사실이 한 언론에 공개돼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저 '보트를 타고 탈출을 했나보구나.' 정도가 우리가 느끼는 감이지만

당사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사선을 넘는 모험입니다.

 

일단 쿠바 영해를 무사히 지나야하고,

그 후에는 공해에서도 미국이나 멕시코 경비정에 걸리면 안 됩니다.

쿠바로 도로 추방되기 때문입니다.

쿠바로 쫓겨 가면 야구 선수로서의 모든 자격이 박탈되고 철장 신세를 져야합니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선발 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25)는

26명이 작은 보트를 타고 30시간 만에 멕시코의 칸쿤에 도착해 난민 신청을 하고

수차례의 트라이아웃 끝에 겨우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당시 보트에는 5명의 야구 선수가 탔었는데

미국에서 프로 선수가 된 것은 엘리아스가 유일했습니다.

 

 

화이트삭스 1루수 호세 아브레유는

4월에 10홈런 31타점으로 MLB 루키 첫달 홈런과 타점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습니다.

사진=화이트삭스SNS


그런데 2014시즌 초반 메이저리그를 뜨겁게 달구는 '뉴 페이스 쿠바 슬러거'가 있습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1루수 호세 아브레유(27)입니다.

쿠바리그의 스타이던 아브레유도 2013년 8월 쿠바를 탈출했고,

도미니카 영주권을 얻은 후 10월에 화이트삭스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세스페데스와 푸이그 등 쿠바 출신 강타자들의 활약으로 미루어

호세 다리엘 아브레유 코레아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화이트삭스가 6년 6800만 달러를 제시해 그와의 계약을 성사시켰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미국 야구계는 약간 술렁이기도 했습니다.

소위 '오버 페이'를 했다는 한탄이었지요.

오클랜드가 세스페데스에 4년 3600만 달러를,

다저스는 푸이그에 7년 4200만 달러를 지불했었으니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했습니다.


그러나 야구 시즌의 첫 달이 지난 지금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콜로라도 로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등은 땅을 치고 있을 겁니다.

세 팀 역시 아브레유에게 큰 관심을 보였는데 1000만 달러만 더 썼더라면.

6000만 달러가 그들의 제시액으로 알려졌습니다.

16번의 시범 경기에서 2홈런 10타점으로 예열을 거친 아브레유는

3월 31일(이하 미국 시간) 개막전에 1루수로 출전했고

미네소타를 상대로 2안타를 치며 MLB에 성공적으로 데뷔했습니다.

 

4월8일 자신의 8번째 경기에서는 빅리그 첫 홈런을 치더니 잠시 후 멀티 홈런을 기록했습니다.

안 그래도 그를 놓쳐 아쉬워하던 콜로라도를 상대로 2홈런 5타점을 뽐낸 것입니다.

그리고 이틀 후 클리블랜드 전에서 다시 멀티 홈런을 기록하는 등 그의 불방망이는 식을 줄 몰랐습니다.


4월25일 탬파베이 전에서는

크리스 아처를 상대로 시즌 8호 홈런을 치며 시즌 첫 달 루키 홈런 타이기록을 세웠습니다.

켄트 허벡(1982), 카를로스 델가도(1994), 알버트 푸홀스(2001)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더니

같은 경기 9회말 레이스 마무리 밸포어에게 끝내기 만루 홈런을 터뜨리며 루키 홈런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자신의 짧은 야구 생애 한 경기 최다 타점도 6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그리고 27일 역시 탬파베이 전에서 2안타 4타점을 올려

첫 달에 30타점 째를 기록하며 푸홀스의 루키 29타점 기록도 넘어섰습니다.

4월을 마친 가운데 호세 아브레유의 성적은

29경기를 모두 뛰며 2할7푼에 10홈런, 31타점, 장타율 6할1푼3리, OPS 9할5푼3리를 기록했습니다.
루키 최고기록을 갈아치운 것뿐 아니라

살아난 푸홀스(9홈런)를 제치고 MLB 홈런 1위, 타점 1위, AL 장타율 1위, OPS 3위로 맹위를 떨쳤습니다.

3주째에는 3할1푼에 5홈런 12타점을 기록하며

'금주의 선수상'을 시애틀 카일 시거와 공동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4월 AL 이달의 신인상도 유력합니다.


아브레유와 함께 알렉세이 라미레스(.351-4홈런-19타점), 다얀 비시에도(.348-1홈런-9타점) 등

쿠바 3총사가 맹활약을 펼치며

화이트삭스 타선은 AL 최저득점에 허덕이던 작년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입니다.

4월에만 154득점으로 AL 15팀 중 1위이고 32홈런으로 리그 2위에 올랐습니다.

 

 

 

    < 쿠바 출신 1루수 아브레유 돌풍은 지역 TV 광고에 벌써 등장할 정도입니다. 사진=화이트삭스SNS >

아브레유의 위력은 쿠바리그를 휩쓸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예상됐습니다.
2007년 쿠바리그에 데뷔한 그는

다음 해 2년차에 3할4푼6리에 19홈런을 치며 두각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3년차이던 2009-2010 시즌(쿠바리그는 겨울 동안 두 해에서 걸쳐 진행됩니다.)

아브레유는 82경기에서 3할9푼9리에 30홈런 76타점으로 타격 능력을 맘껏 뽐냈습니다.

알프레도 데스파니에의 뒤를 이어 홈런 2위였고

고의 볼넷이 32개나 됐을 정도로 공포의 타자로 발돋움했습니다.


그러나 2011-2012시즌에 비하면 그전까지는 예고편에 불과했습니다.

어깨 부상으로 23경기를 결장, 66경기밖에 뛰지 못한 짧은 시즌이었지만

아브레유는 4할5푼3리에 33홈런 93타점 79득점으로

쿠바 야구 역사상 가장 뛰어나다고 꼽을 정도의 엄청난 시즌을 보냈습니다.

시즌 최종전에서 홈런을 치며 데스파니에의 종전 홈런 기록을 깼고

타율은 2위인 미켈 엔리케스보다 무려 5푼2리가 높았습니다.


이런 야구답지 않은 기록을 보면서 도대체 쿠바리그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의구심이 든다면

2013년 WBC의 기록을 참고하면 됩니다.

쿠바대표팀 1루를 맡았던 아브레유는 6경기에서 3할8푼3리에 3홈런 9타점을 기록했습니다.

과연 MLB에서 통할까 하는 의구심은 일단 말끔히 씻어냈습니다.

적어도 파워 면에서는 역대 어떤 타자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과연 이 기세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은 아직 남아있습니다.

상대팀은 집중적으로 그를 분석할 것이고,

장단점이 파악되고 나면 장점은 꺾으려들고 단점은 집요하게 파고들 것입니다.


실제로 우려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아브레유는 115타수에서 28번의 삼진을 당했습니다.

  (이 추세라면 시즌 156삼진을 당하게 됩니다.

   물론, 56홈런 179타점의 계산도 나오지만

   홈런과 타점은 수그라들겠지만 삼진은 줄어들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장타자에게 삼진은 숙명이지만 22%의 삼진 비율보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스트라이크존 바깥의 공에 스윙하는 비율이 39%나 된다는 점입니다.

소위 '배드 볼 히터'일 가능성도 분명히 있지만,

리그 평균보다 10%나 높은, 볼에 헛스윙 비율이라면 선구안이 좋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빅리그 투수들의 변화구와 유인구에 어떻게 적응하느냐가

앞으로 그의 기세가 어느 정도 이어질 것인지를 가늠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아브레유는 시카고 남부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특히 현지 언론에서는 푸이그와 자주 비교하면서 그의 성숙하고 예의바른 태도를 칭찬하기도 합니다.

27세로 푸이그보다 4살이나 많고 경험도 많지만

기본적으로 선하고 바른 심성을 가졌다고 주변에서 칭찬을 받습니다.

푸이그의 심성이 악하고 나쁜 것은 아니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미숙함에 비판적인 눈길이 많은 것과는 비교가 됩니다.


한동안 주춤하던 MLB에서 쿠바 야구의 강세를 최근 타자들이 주도해가는 가운데

또 한 명의 쿠바 출신 거포가 거세게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espn.com, MLB.com, baseballreference.com, fangraphs baseball, Wikipedia, baseballprospectus.com, Bleacher Report, minkiza.com 등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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