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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말다툼 커플, 지켜보는 사람들.. 엥, 연극이었어?

leekejh 2014. 8. 22. 10:43

 

          길거리 말다툼 커플, 지켜보는 사람들.. 엥, 연극이었어?

 

                                                                                    조선일보 | 유석재 기자 |  2014. 08. 06

 

 

"난 그냥 '피자 치즈 라볶이'가 말라 비틀어져서 못 먹게 될 거라고 말한 것밖에 없…."(남자)

"장난해? 걔들이 진짜로 피자 치즈 라볶이를 만들어 놨었다고!"(여자)

지난 2일 오후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1층 카페, 남녀 커플이 큰 목소리로 말싸움을 하고 있다. 이들 근처에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이 싸움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연신 웃거나 손뼉을 친다. 여자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뒤 남자가 카페 여종업원과 키스하자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배우 세 명이 등장하는 15분짜리 연극 '서프라이즈'(마크 하비 레빈 작, 이대웅 연출)였다. 한국공연예술센터 '마로니에 여름축제'의 한 프로그램인 '팝업씨어터'의 두 번째 순서다. '팝업씨어터'는 길거리, 커피숍, 공원, 건물 옥상 등 대학로 도처 일상적인 공간에서 갑자기 짧은 연극이 툭 튀어나오는 이색 공연이다. 별다른 분장 없는 배우들이 일상적인 복장으로 나타나 연기를 펼친다.

연극은 이날 저녁 6시 15분 대학로예술극장 서점 '북스테이지'에서 시작됐다. 예약한 관객 30명이 서점 앞 길가에 모여 유리창 너머로 실내에서 진행되는 2인극 '스크립티드'(연출 전윤환)를 지켜봤다. 무더운 날씨였지만 지나가다 멈춰 선 사람들까지 관객은 금세 50명을 넘어섰다. 15분이 지나 연극이 끝나고 안내원이 "다음 연극 장소는 '씨어터카페'입니다"라고 소리치면 사람들은 분주히 발길을 옮겼다.

겉보기엔 이벤트 같은 공연이지만, 신진 연출가 8명이 참여한 연극의 대사와 연출은 밀도가 높다. '스크립티드'의 경우 '우리의 따분한 일상 자체가 흥미로운 대본이 될 수 있고, 대본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주제를 깔고 있다. 관객 이광민씨는 "무대를 벗어나 사람들이 생활하는 장소에서 연극을 보니 연극이 정말 생동감 있게 삶을 다루는 예술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음 공연은 오는 14일과 15일 각각 오후 6시 15분 아르코예술극장 로비에서 시작된다. 모두 8편의 연극이 장소를 옮겨 숨 가쁘게 진행된 뒤 오후 9시 5분 아르코미술관 옥상에서 '15분 파티'가 열린다.

 

예약은 www.koreapac.kr. 무료. 문의(02)3668-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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