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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정 대신 더그아웃 택한 'MLB 불사신'

leekejh 2011. 10. 19. 01:56

재판정 대신 더그아웃 택한 'MLB 불사신'

[조선일보] 2011년 10월 18일(화) 오전 03:10

토니 라 루사(67)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감독은 '불사신'이다.

올해로 미 프로야구 감독 32년째. 35세였던 1979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사령탑에 오른 이후 2011년인 올해까지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지휘봉을 잡고 있다. 미국 4대 프로 스포츠인 야구(MLB), 농구(NBA), 풋볼(NFL), 아이스하키(NHL)를 통틀어 현직 감독 중 가장 오랫동안 쉬지 않고 지휘봉을 잡고 있는 인물이다. 카디널스에서 지낸 기간이 1996년부터 16년이다.



라 루사 감독이 이끄는 카디널스는 17일(한국시각) 밀워키 브루어스와 벌인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원정 6차전에서 홈런 3개를 포함, 14안타를 퍼부으며 12대6으로 이겨 4승2패로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했다.



라 루사 감독에겐 이번이 6번째 월드시리즈.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아메리칸리그) 감독이던 1989년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고, 2006년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내셔널리그)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양대 리그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맛본 역대 두 번째 감독이다. 월드시리즈 준우승도 세 번 했다.




'선수 라 루사'의 존재는 미미했다. 1963년 캔자스시티 애슬레틱스~1973년 시카고 커브스 시절까지 메이저리그 통산 132경기에 출전해 타율 0.199(176타수 35안타·7타점)에 그쳤다. 빅리그보다는 마이너리그에 머무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1962년부터 1977년까지 통산 1295경기에 나서 1172안타(337타점)를 기록했다.

라 루사는 "버스를 타고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느니 차라리 법률가로 밥벌이하는 것이 낫겠다"고 결심하며 플로리다 주립대학 로스쿨에 진학했다. 1979년 로스쿨을 졸업하고 플로리다주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하지만 라 루사는 로스쿨 교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야구인으로 '재기'를 노렸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더블 A팀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고 화이트삭스 감독으로 취임했다. 이후 그는 '라루사이즘'이라 불리는 불펜 운영방식을 정립했다. 현대 야구에서 보편화한 선발-중간계투-마무리라는 방식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라 루사 감독의 전략적인 팀 운영은 1990년대 초반 그의 이름을 딴 야구 컴퓨터 게임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2005년에는 '8월의 사흘 밤'이라는 책으로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됐고, 이듬해는 영화로 제작됐다. 카디널스는 올해 와일드카드로 포스트 시즌에 올라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브루어스를 연파했다.

통산 11번째 정상을 노리는 카디널스는 20일부터 아메리칸리그 우승팀 텍사스 레인저스와 7전 4선승제의 월드시리즈를 펼친다.




[홍준기 기자 everywhere@chosun.com ]